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 나와 당신을 돌보는 글쓰기 수업
홍승은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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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충격적인 표지 사진 (암만 봐도 그로테스크하다^^;)을 뒤로하고 잠깐 생각에 잠긴다. 내면에 켜켜이 응축된 서사는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언어로, 글로 입체화되기 마련이다. 나는 언제 글을 썼던가?

어린 시절 셜록 홈즈나 애거사 크리스티, 앨러리 퀸에 빠져 있었을 때 난 추리소설을 썼다. 탄탄한 스토리 라인에 치밀한 구성과 반전, 아! 물론 밀실 살인은 기본이다.-_-;; (아쉽지만 이 걸작은 현재 남아 있지 않다)

‘The truth is out there’
혹시 뭔가 익숙하다고 느끼신다면 그거 맞다. 미드 ‘엑스파일’의 모토. 머리가 좀 더 굵어서는 엑스파일에 빠져서 이런저런 글을 휘갈겼다. 각종 미스터리 관련 글들. ‘인체 자연발화현상’을 탐구한 글이 아직도 기억난다. (안타깝게도 이 또한 지금 남아 있지 않다. 다행히도..-_-;;)

머리가 더는 굵어지지 않던 고등학교 시절 ‘죽음과 無’는 나를 집어삼킨 괴물이었다. 삶에 대한 허무와 비관, 냉소는 극에 달했다. 그래서 글을 썼다. 믹서기에 갈리는 물고기와 무에 관한 시들. (슬프게도 이 잡다한 글은 아직도 남아있다.-_-;;)

이렇듯 글쓰기는 나를 관통해온 삶의 조각이었다. 하지만 이것들은 분열되어 영원한 ‘지금’을 살고 있는 자아가, 과거부터 지금까지 서사화되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어줄 유일하게 ‘활자화된 기억’일 뿐일지도 모른다.

뭐 어쨌든, 이 책은 따뜻한 느낌이 난다. 작가는 부드럽지만 또렷한 음성으로 존재들에게 글쓰기를 권한다. 내가 겪은 일을 낯설게 보면서 실질적 정직의 자세로 접근하라는 작은 조언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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