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블라블라 ㅣ 득수 청소년
김강 지음, 윤은경 그림 / 득수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득수 출판사에서 청소년들이 문학과 쉽게 만날 수 있도록 단편소설에 아름다운 일러스트를 더한 새로운 소설 읽기

<득수 청소년> 시리즈

를 마련했고 그 첫 번째가 이 책이었습니다.

​

책 제목을 보고는 감을 잡을 수 없었습니다.

표지에 그려진 그림으로도...

한 소년이 보이는 것 같은데...

어떤 이야기가 그려졌을지 호기심으로 읽게 되었던 이 책.

읽고 난 뒤...

먹먹함이 있었던...

그 이야기를 지금 시작해 보려 합니다.

​

잎사귀 하나가 떨어지면 '안녕'

잎 두 개는 '고마워'

새로 익힌 말.

잎 세 개는 '미안해'

​

『블라블라블라』

아이가 그것의 어딘가를 만졌어.

​

그것은 눈을 떴지.


5월의 어느 일요일, 한 아이가 형과 아빠와 함께 아파트 작은 운동장에서 야구를 했습니다.

아빠가 던지고 형이 공을 치거나 형이 공을 던지고 아빠가 치면 아이는 공을 따라다녔는데

그러다 아이의 가랑이 사이로 공이 빠져나가면서 공이 그것에 부딪혀 멈춰 있었습니다.

아이는 그것을 올려다보며 이렇게 말합니다.

​

"안녕"

​

……

​

"고마워."

​

……

​

이 모습을 보던 아빠는 아이에게 다가왔고 서로의 대화를 들으면서 그것은 생각이란 것을 하게 됩니다.

​

자신이 벚나무라는 것, 아이가 내년에는 초딩이라는 것이 된다는 것, 아이의 말은 들리지만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듣지 못한다는 것.

​

수요일 오후, 아이가 다시 찾아옵니다.

유치원을 마치고 돌아오는 아이를 마중 나간 아빠와 함께 아이스크림을 사서 잠시 그것의 옆 등나무 벤치에 앉게 되는데...

​

"... 이 나무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외국인처럼 '블라 블라 블라' 이렇게 말할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아요? 잘 보면 머리도 비슷해요. 파마머리."

(그것 참 재밌네. 블라 블라 블라. 입에 잘 붙는구나.)

​

그것은 이제부터 자신의 이름을 '블라블라블라'라고 칭합니다.

아이의 인사에 대답도 하고 싶고 고맙다 말해주려 했지만 할 수 없었던 블라블라블라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말을 건네게 됩니다.

​

잎사귀 하나가 떨어지면 '안녕',

잎 두 개는 '고마워'

​

아이는 블라블라블라에게 비밀 이야기를 하나씩 들려주고

블라블라블라는 이 순간들이 너무나도 행복합니다.

​

하지만...

아이가 그를 깨운 이후로 잠이 들지 않았던 블라블라블라.

그러다 잠이 들지 않아서 아이를 볼 수 있는 건지, 아이가 와서 잠이 들지 않는 것인지, 언제 다시 그런 일이 생길지 조금씩 불안해졌고

아이도 저금씩 찾아오지 않는 날이 늘기 시작합니다.

​

"아빠, 블라블라블라 잎이 다른 나무에 비해서 좀 빨리 시드는 것 같지 않아요? 다른 나무는 아직 초록이 남아 있는데, 블라블라블라의 잎은 벌써 갈색이에요."

(그렇네. 이제 곧 가을이니까. 블라블라블라는 계절을 조금 빨리 느끼나 보다.)

'너 때문이란다. 네가 오지 않을까? 내일은 올까? 말을 걸지 않을까? 또다시 잠이 들까? 하루하루가 불안하단다. 뿌리에서 물을 끌어 올려도 가지 끝까지, 잎사귀 끝까지 올라가지를 않아. 가슴이 뜨겁고 목이 타서 가지 끝까지 가기 전에 다 마셔버리고 말아. 모두 말라버리고 말아.'

...

"... 꽃. 지난봄에는 블라블라블라를 잘 알지 못해서 꽃이 어떻게 피었는지 기억이 안 나요. 내년 봄에는 꼭 볼 거예요. 사진도 찍고. 그리고 블라블라블라가 뿌려주는 꽃비도 맞고 싶어요. 떨어지는 꽃잎을 손으로 잡아보기도 하고."

(그러자.)

'내년 봄. 내년에도 나는 여기 서 있을 거야. 꽃도 피우겠지. 너만, 너만 변하지 않으면. 너의 목소리를 계속 들을 수 있다면, 네가 지금까지 본 어느 꽃보다 아름다운 꽃을 보여줄 거야. 약속할 게.

​

너는, 너는 약속할 수 있겠니?'

​

블라블라블라는 이 약속을 가슴에 새긴 채 또 하나의 말을 건네는데...

겨울이 지나...

또다시 5월...

​

"안녕."

​

책을 덮는 순간 눈물이 났던 건 왜일까...

누군가를 향한 기다림...

그 순수함에...

그 묵묵함에...

잠시 잊혔던 제 안의 감정이 움틀거렸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

아이도 이 책을 읽고는...

선뜻 말을 건네지 않았었습니다.

한참이 지난 뒤...

​

"엄마, 소중함에 대해 배우게 되었어요.

그래서 나무가 많이 불쌍하지 않다고 생각돼요."

​

아...!

어느새 아이는 또 성장을 하였나 봅니다.

​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

그렇게 서로의 관계가, 존재가 새겨진다는 것을...

덕분에 제 시선이 조금 확장되었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어른의 미술관 - 명화로 읽는 나의 인생
김지영 지음 / 지식여행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목에서...

그냥 끌렸다고 할까...

생각해 보면 저도 '어른'이 되어서

'미술관'을 찾아다니게 되었고

좋아하는 공간이 되었고

명화들을 볼 때마다 지난 삶을 되돌아보며

그렇게 내 삶과 명화들이 연결고리를 이어가고 있었는데...

그런 느낌인 걸까...?!

그래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

저자 '김지영'이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

키가 작고 소심했던 어린 시절, 용기와 꿈을 심어준 것은 한 장의 그림이었다. 그 힘을 아이들과 나누는 동안, 함께 그림으로 생각하고 놀던 아이들이 저마다 꿈꾸던 모습의 어른으로 자라나는 것을 지켜보며 그림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을 거듭 확인했다.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일수록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더욱 소중하다고 믿는다. 그 마음으로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진지하게 마주하도록 돕는 예술 콘텐츠를 만들어 왔으며, 이제 그 시선을 어른들에게도 전하고자 한다.

​

이제부터 저자가 건넨 시선...

같이 머물러보고자 합니다.

​

그림 속에는 화가의 인생이,

그림 앞에는 당신의 인생이

있습니다.

​

『어른의 미술관』

여기, 평생을 성실하게 살아오신 당신을 위해 안방미술관에 작은 의자를 하나 마련해 두었습니다. 문장이 멈추는 곳에서 그림을 바라보며 잠시 쉬어 가시길 바랍니다. 눈부신 색채 속에서 내 삶의 흔적을 품위 있게 쓰다듬어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명화라는 거울에 지나온 삶을 비추어보고, 앞으로 남은 날들을 어떻게 하면 더 품격 있고 새롭게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해 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 page 6 ~ 7

​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

​

열두 개의 방이 있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 다시 시작하는 용기, 여전히 설레는 마음, 그리고 아직 남은 배고픔까지...

방마다 두 점의 그림이 걸려있고

그 그림을 그린 사람의 삶을 들려주며

앞에 선 이에게 질문을 건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백...

펜을 들었지만 선뜻 답을 써 내려가지 못하는 저를 발견하면서...

무엇이 나를 주저하게 만드는 것일까...

하지만 어느 누구도 재촉하지 않기에

오랫동안 묵묵히...

나를 돌아보고 또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

결국 어른의 미술관은

'나'라는 미술관에서

'내'가 관람객이 되어

'나'의 삶을 들여다보는

모든 것이 '나'로부터 시작되어 '나'로 끝나는 이야기였습니다.

​

솔직히 책의 크기를 보고 놀랐습니다.

책을 펼치니 글씨 크기 또한 커서 놀랐습니다.

무엇보다 질문들이 있었고 답을 쓸 공간이 생각보다 넓어서 놀랐습니다.

아마도 크기만큼의, 넓이만큼의 기다림을 주기 위함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한참을 바라보게 되었고

끝없는 이야기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

책을 받았을 때 제 시선을 사로잡았던 '카스파어 다비트 프리드리히'의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단순히 아름답고 멋진 풍경이 아니라 명상과 영혼의 교감이라는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감동을 주는 화가로 남아 있는데...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가 건넨 이야기

​

일렁이는 자욱한 안개는 우리가 지나왔거나 어쩌면 앞으로 마주할 인생의 막막함을 닮았습니다. 그 막막한 풍경을 피하지 않고 오롯이 혼자 마주하고 서 있습니다. 타인의 온기에 기대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나침반 삼아 정상까지 올라선 이의 뒷모습에서 의연함과 존엄이 느껴집니다. - page 21


그림 속 굽이치는 안개 바다는 사실 당신이 평생을 몸으로 받아낸 거친 파도의 다른 이름인지도 모릅니다. 가족을 위해, 삶을 위해 매일같이 마주해야 했던 막막한 순간들, 그 치열했던 파도들이 이제는 부드러운 안개가 되어 당신 발아래 머물러 있습니다. 거친 숨을 고르고 풍경을 내려다볼 여유도 생겼습니다. 누구도 아닌 오직 당신 자신으로만 서 계셔도 좋겠습니다. 당신이 일궈온 세월은 풍경보다 벅차고 숭고합니다. '나'라는 풍경을 이제 마주하는 당신의 뒷모습에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 page 21

​

저는 아직 다 오르지 못했기에 이 공간은 남겨두었습니다.

오늘은 이 그림에 시선이 머물렀습니다.

'이중섭'의 <서귀포의 환상>.

생계조차 잇지 못하게 되어 제주도로 옮겼던 이중섭과 그의 가족.

병마와 생활고에 시달리던 아내와 두 아들을 일본 처가로 보내게 되고,

홀로 힘겹게 살아가던 그.

하지만 이 그림에선...

​

<서귀포의 환상>은 고통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선택하겠다는 굳은 의지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내면의 평화를 지키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입니다. 손바닥만 한 은박지와 못 하나, 주린 배 채울 삶은 게 몇 마리, 캔버스 대신 판자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숨 쉬고 있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더 많이 가지는 것이 충분한 삶이 아니라 지금 곁에 있는 것들을 더 깊이 누리고, 곁에 있는 사람을 더 많이 사랑하는 것이 풍요로운 삶을 사는 비밀임을 보여줍니다. - page 203 ~ 204

내 삶은 이미 충분하다는 것을...

새삼 감사함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혼자 있게 된 이 시간.

커피 한 잔과 함께 <서귀포의 환상>을 보고 또 들여다보며 오늘 하루를 지내볼까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어른의 미술관 - 명화로 읽는 나의 인생
김지영 지음 / 지식여행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크기만큼이나 기다림을 주며 명화 속 나의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게 해 주었던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짠테크로 생각보다 많이 모았습니다 - 경제지 홍 기자가 알려주는 똑똑한 절약의 기술
홍승완 지음 / 가디언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독서편식클럽에서 받은 두 번째 책.

'짠테크'

그야말로 '티끌 모아 태산'을 만드는 과정일 텐데...

몇 가지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않았던...!

그래서 이번을 계기로 한 번 도전해 볼까 합니다.

경제지 홍 기자는 어떤 노하우를 가지고 있을지...

​

"버는 재주가 없다 보니 짠테크로 살아남았습니다."

​

사지 말고 쓰지 말고 눈치 보지 말고,

오늘부터 시작하는 한 달 지출 반토막 내기

​

『짠테크로 생각보다 많이 모았습니다』

돈을 벌지만

남들 다 하는 적금 하나 들지 않은 채 원초적 본능에 충실히

먹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이 생길 때면 월급 통장과 연동된 체크카드를 주-욱

친구를 만나면 밥을 사겠다며 우아하게 주-욱

카페 신 메뉴가 나오면 한 번쯤은 맛봐야 한다며 아낌없이 주-욱

긁었더니 어느새 통잔 잔액은 '주-욱'을 맛이었다는 저자.

​

"이제라도 모으면 돼."

​

그러고는 수중에 있는 돈을 불리기 위한 방법으로 주식이나 펀드와 같은 재테크를 꼭 시작해야 할까 자문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내가 쥔 돈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꽉 쥐고 있는 것도 재테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그.

그러다...!

100만 원 투자로 10% 수익을 내 10만 원을 벌기보다 차라리 10만 원을 아끼는 편이 훨씬 쉽고, 빠르고, 덜 스트레스 받는 방법이란 걸 깨닫곤 본격적인 목돈 마련을 위한 '짠내 나는 절약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

짠테크 10계명

ⓦ 10만 원 벌기보다 10만 원 아끼기가 쉽다

ⓦ 신용카드는 외상이다

ⓦ 하루 만 원도 사치다

ⓦ SNS를 끊어라

ⓦ 소비습관을 바꿔라

ⓦ 선 저축 후 지출

ⓦ 절약은 게임처럼 해라

ⓦ 하루 지출 '0원'을 만들어라

ⓦ 마음속 질문을 외워라

ⓦ 모든 돈은 푼돈에서 시작한다

​

3년 안에 종잣돈 5천만 원을 만들기 위한 순도 백 퍼센트의 경험을 토대로 완성된 그의 절약 노하우들

막 특별한 것도 대단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누구나 마음먹으면 할 수 있었던 현실적으로 도움 되는 방법과 기술이었기에 정말 마음먹기! 가 중요했습니다.

​

특히나 '하루 만 원의 행복'을 보면서 내 또래면 알 지 않을까....?

티비에서 <행복주식회사>에서 연예인들이 '만 원으로 일주일 버티기'를 하는 예능이 있었는데...

잠시 과거를 회상했었다는...?!

아무튼 하루 만 원의 행복은 지출 통제와 절약을 재밌는 게임으로 만들어 준다는데...

도전해 보고 싶지만...

만 원......

살짝 높이면 안 될까나...?!

아직 어린애들이 있어서... 이만 원...

이렇게 꼼수를 생각해서 아직 저는 돈을 모을 수가 없는가 봅니다.

​

'절약'을 요리할 때 '불 조절'로 비유했는데...

​

절약에도 자신의 상황을 고려한 세심한 불 조절이 필요하다. 때로는 강불, 어쩔 땐 중불, 가끔은 약불이 필요한 순간이 다 따로 있다.

...

먹고 싶어도 먹지 않고 참았던 음식을 주말에 사 먹거나 때론 친구와 만나 커피와 디저트를 사놓고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는 식으로 하루쯤은 절약의 불씨를 약불로 줄였다. 재료 간의 조화는 어떤지, 간은 잘 됐는지, 속은 얼마나 잘 익었는지 눌러보기도 하고 맛도 보고 향도 맡아가며 불을 키우고 줄이는 과정은 절약을 실천할 때도 필요하다. 센 불로만 절약을 지속하다간 모든 에너지를 소진해 얼마 안 가 실패할 거란 걸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절약을 이어가면서 너무나 버거울 땐 내 안의 절약 가스레인지 점화 손잡이가 끝까지 돌아간 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절약은 맛있다. 단 불 조절에 따라 절약이 무르익어 갈 때에 한해서다. - page 173 ~ 174

​

무엇이든 '맛있게' 하는 게 좋다는걸!!

​

가볍게 읽혔던 절약의 기술.

'짠내'가 마냥 궁상스럽지 않았던,

오히려 덜어낼 것은 덜어낼 수 있었던,

그렇게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계기가 되었던 이야기였습니다.

이젠... 실천이 남았는데...

그전에 제 소비패턴부터 파악해야겠습니다.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

내년엔 제 나름의 푼돈을 모아보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과거의 미래 - 문화자본의 무한가치 세계유산 2.0
강상규 지음 / 가디언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독서편식클럽을 통해 읽게 된 이 책.

책을 받자마자 솔직히 '묵직함'이 느껴졌었습니다.

아무래도 '유산'에 관한 이야기라서...

그리고 그 유산의 '가치'에 관한 이야기라서...

그렇지 않아도 점점 'K-Culture'가 세계 속에서 확산되기에 이 책을 읽어야 했습니다.

​

그럼 우리의 유산...!

그 가치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경제적 가치는 화폐에,

문화적 가치는 유산에 저장된다"

​

과거가 쌓여 거대한 미래 자원이 되는 경로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책!

​

『과거의 미래』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했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

신석기 동굴의 고요한 먼지 속이나 세월에 깎인 중세 교역로의 틈새에는 깊고 의도되지 않은 침묵이 깃들어 있다. 돌을 깎던 손과 길을 걷던 발은 불멸을 꿈꾸지 않았다. 그들은 '지금 이 순간'의 설계자들이었다. 석공은 튼튼한 벽을 원했고, 서기는 명확한 기록을 바랐으며, 무용수는 리드미컬한 기도를 올렸을 뿐이다. 그들 중 누구도 자신의 평범한 '삶의 흔적'이 훗날 큐레이팅되고, 울타리가 쳐지며,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먼 미래세대를 위한 거대한 유산으로 명명될 줄은 몰랐다. 그들은 그저 살아가고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 단순한 삶의 행위 속에서, 그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정체성의 좌표를 우리에게 선사하고 있었다. 한참 후 우리는 그 좌표를 '탁원한 보편적 가치'라고 명명했다. - page 8 ~ 9

​

유산이 가진 근본적인 역설!

고궁과 성벽, 기록과 예술이 오늘의 삶과 대화를 멈추는 순간, 그것은 물리적 사물에 머물 뿐,

그 안에 켜켜이 축적된 인간의 생각과 삶, 공동체의 정체성, 예술적 성취와 시대의 메시지가 진정한 가치라는 것을,

그렇게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고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에 대한 오늘날 우리의 선택이, 다가올 수 세기 뒤의 '세계유산' 등재 목록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로부터 저자 강성규는 세계유산을

​

'오래되었으니 보존해야 할 문화재'

​

에서

​

'인류가 물려받아 그 가치를 해석하고 다음 세대로 확장할 유산'

​

으로의 관점을 제시했고, 이러한 전환을 '유산 2.0'이라 명명하였습니다.

​

네 개의 문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2026년 3월 21일 토요일 저녁 8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BTS의 컴백 라이브 무대로 세계적 축제의 무대가 되었습니다.

같은 시각, 베이징의 '천안문' 광장은 공간이 비어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곳의 의미는 철저히 통제되고 있었습니다.

비슷한 시각, 파리 '개선문' 아래에서는 1차 세계대전의 무명용사들을 기리는 '영원의 불꽃'이 넘실거리고

그 주위를 수많은 자동차가 회전교차로를 따라 바쁘게 돌고, 관광객들은 셔터를 누르는

승리의 영광과 전쟁의 슬픔, 그리고 파리 시민의 일상이 아무런 모순 없이 차곡차곡 겹쳐진 채 증축되고 있었습니다.

동시에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은 통일의 서사를 담고 있었습니다.

이 운명의 격차를 만든 것은 무엇일까...?

​

우리는 '유산'이라는 고정관념이라는 껍데기를 깨야 한다. 유산은 흔히 '오래된 것' 혹은 '보존해야 할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광화문이 600년 동안 '같은 광화문'이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사실, 천안문이 20세기에도 새로운 의미를 떠안아 왔다는 사실, 개선문이 처음의 군사적 영광 위에 무명의 슬픔을 덧입혀 왔다는 사실, 그리고 브란덴부르크문이 28년 만에 통일의 상징이 된 사실은 '오래된 것'과 '유산'이 동의어가 아님을 증언한다.

유산은 박제된 과거의 시제가 아니라 미래로 흘러가는 시제다. 매 시대가 자신의 손길을 그 위에 더하도록 허락된 살아있는 유기체다. 이것이 여기서 정의하고자 하는 '유산 2.0'의 출발점이다. - page 18 ~ 19

​

그렇게 우리에게 유산에 저장된 엄청난 문화자본을 어떻게 읽고, 연결하고, 미래 자산으로 바꿀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

역시나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빼놓을 수 없었습니다.

화려한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K-POP- 걸그룹 멤버들이 사실은 인간 세계를 위협하는 악마들과 사투를 벌이는 비밀 사냥꾼들이라는 설정.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안엔 소름 끼치도록 정교한 전통의 호출 공식이 숨어 있었는데...!

소녀들이 악마를 제압하는 진정한 무기는 날카로운 칼날이 아닌 목소리, 즉 노래였고

그들이 입은 화려한 무대 의상은 호랑이와 까치가 노니는 조선의 민화 모티프가 감각적으로 수놓아져 있고

격렬한 댄스 브레이크의 안무는 한국 무속의 살풀이 춤이 지닌 독특한 곡선미를 현대적으로 비틀어냈고

특히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거대한 주술 의례 장면은 무당이 신을 불러들이는 굿의 전통적 형식을 현대적인 K-POP- 콘서트의 거대한 스타디움 연출과 완벽하게 오버랩되는 등

이를 통해

오래된 문화적 기억과 상징은 K-팝과 영화, 애니메이션과 디자인을 만나 세계인이 함께 향유하는 새로운 문화가 되고

K-컬처는 유산을 소비한 것이 아닌, 유산에 저장된 가치를 발견하고 증폭시켰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

'유산'이 무엇인가에 대해 사유하게 해 주었던 이 책.

결국

​

기본적으로 유산은 잊기보다 기억하고 전승하려는 인류애적 의지를 의미한다. 그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더 나아지려는 집단적 향상성이기도 하다. 현재 세대에게 유산은 지금의 정체성을 뿌리내리는 토양이며, 미래 세대에게는 우리가 오늘 심는 타임캡슐과 같은 씨앗이다. 유산을 역동적이고 진화하는 생명체로 바라봄으로써, 우리는 단순한 과거의 큐레이터에서 벗어나 미래의 설계자가 될 수 있다. - page 11 ~ 12

​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빚어내느냐 '문화적 누적'에 달렸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고

과연 미래의 유산은 어떤 모습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될지 기대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