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평생을 성실하게 살아오신 당신을 위해 안방미술관에 작은 의자를 하나 마련해 두었습니다. 문장이 멈추는 곳에서 그림을 바라보며 잠시 쉬어 가시길 바랍니다. 눈부신 색채 속에서 내 삶의 흔적을 품위 있게 쓰다듬어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명화라는 거울에 지나온 삶을 비추어보고, 앞으로 남은 날들을 어떻게 하면 더 품격 있고 새롭게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해 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 page 6 ~ 7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
열두 개의 방이 있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 다시 시작하는 용기, 여전히 설레는 마음, 그리고 아직 남은 배고픔까지...
방마다 두 점의 그림이 걸려있고
그 그림을 그린 사람의 삶을 들려주며
앞에 선 이에게 질문을 건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백...
펜을 들었지만 선뜻 답을 써 내려가지 못하는 저를 발견하면서...
무엇이 나를 주저하게 만드는 것일까...
하지만 어느 누구도 재촉하지 않기에
오랫동안 묵묵히...
나를 돌아보고 또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결국 어른의 미술관은
'나'라는 미술관에서
'내'가 관람객이 되어
'나'의 삶을 들여다보는
모든 것이 '나'로부터 시작되어 '나'로 끝나는 이야기였습니다.
솔직히 책의 크기를 보고 놀랐습니다.
책을 펼치니 글씨 크기 또한 커서 놀랐습니다.
무엇보다 질문들이 있었고 답을 쓸 공간이 생각보다 넓어서 놀랐습니다.
아마도 크기만큼의, 넓이만큼의 기다림을 주기 위함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한참을 바라보게 되었고
끝없는 이야기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책을 받았을 때 제 시선을 사로잡았던 '카스파어 다비트 프리드리히'의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단순히 아름답고 멋진 풍경이 아니라 명상과 영혼의 교감이라는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감동을 주는 화가로 남아 있는데...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가 건넨 이야기
일렁이는 자욱한 안개는 우리가 지나왔거나 어쩌면 앞으로 마주할 인생의 막막함을 닮았습니다. 그 막막한 풍경을 피하지 않고 오롯이 혼자 마주하고 서 있습니다. 타인의 온기에 기대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나침반 삼아 정상까지 올라선 이의 뒷모습에서 의연함과 존엄이 느껴집니다. - page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