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의 정리 1 - 개정판
드니 게즈 지음, 문선영 옮김 / 자음과모음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추리소설'을 좋아하는데...

추리에 '수학'이 접목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울 것 같았습니다.

 

수의 탄생부터

오늘의 수학이 존재하기까지

인류 문명의 수학 역사를 파헤치는

가장 지적인 추리소설

 

『앵무새의 정리 1』

 

 

라비냥가 비탈길 중간쯤에 자리한 '1001개의 파피루스' 서점을 경영하는 뤼슈 씨.

그에게 한 통의 편지가 옵니다.

 

친애하는 πR에게

자네 이름을 이렇게 쓴 걸로 보아 내가 누군지 알겠지? 놀라지 말게. 나야, 엘가르. 지난 50년 동안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자네의 옛 친구. 그래, 따져 보니 벌써 50년이란 세월이 흘렀군.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에 와서 그에게 편지를 보낸 이유를 밝히게 됩니다.

 

실은 내가 소장하던 책들을 좀 보내려 하네. 내가 가진 수학 관련 서적 모두를 말이야. 무게로 치면 수백 킬로그램쯤 될 걸세.

'문학'의 값진 보물이 모두 거기에 있다네. 자넨 내가 수학을 문학이라고 표현하는 데 대해 분명 의아하겠지. 장담하건대 그 책들 안에는 우리 시대 최고의 소설가들의 작품만큼이나 가치 있는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네. 페르시아의 오마르 하이얌이나 알투시, 이탈리아의 타르탈리아, 프랑스의 페르마, 스위스의 레온하르트 오일러 같은 수학자들의 이야기 말일세.

...

여하튼 머지않아 자네 앞으로 배달될 상자 속에는 전 시대를 통틀어 가장 훌륭하고 값진 수학책들이 들어 있다네. 그것은 지금까지 하나로 정리된 적이 없는 것으로 개인 소장품으로는 가장 완벽한 수학 전집이라네.

 

뤼슈 씨가 책을 팔더라도 일단 책을 읽은 다음 팔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엘가르 그로루브르.

또한 읽고 난 다음에는 결코 내다 팔지 못하리라는 것도 알고 있기에 그에게 문제의 수학책들을 보냈는지도 모릅니다.

여하튼 뤼슈 씨는 친구가 보낸 책을 받게 됩니다.

 

뤼슈 씨에겐 서점 직원 페레트와 그녀의 쌍둥이 남매인 조나탕, 레아, 그리고 입양한 아들 막스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페레트의 경우 웨딩드레스를 맞추러 가던 길에 맨홀에 빠지는 사고 이후 파혼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리곤 9개월 뒤 쌍둥이 조나탕과 레아가 태어나게 되고 6개월 된 막스를 입양하게 됩니다.

그동안 아무에게도 자신의 속 사정을 말하지 않던 그녀가 갑작스레 진실을 밝히겠다고 하고, 막스는 상점에서 위기에 처한 앵무새 한 마리를 집으로 데려옵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뭔가 불만스러운 뤼슈 씨.

 

"모든 일이 한꺼번에 일어나다니. 그로루브르와 그의 책, 페레트와 그녀의 고백, 게다가 앵무새까지. 그런데 어떻게 앵무새에게 그런 이름을 붙인 거지? 노퓌튀르라. 내 나이로 보나 뭐로 보나 날 그렇게 부르고 싶었던 거야. 그따위 단어를 가지고...... 녀석들 웃기는구먼. 그런데 페레트는 왜 18년을 기다린 이유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았던 걸까? 말도 안돼!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아무것도 달라질 리 없지. 하지만 아이들은...... 애들에게 말해야겠군. 쌍둥이에겐 더더욱 말할 필요가 있어. 두 녀석은 잘못될지도 몰라. 분명해. 하지만 막스는 달라. 걘 강한 아이니까. 그런데 아이들에게 어떤 식으로 말한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군. 걔네들도 이젠 어린아이가 아니야. 어른들이 더 나쁘지. 애들에게 직접 대놓고 말한다면 틀림없이 충격받을 거야. 고집이 세고 자존심도 강한 데다 예민하기까지 한 애들이니. 묘안을 찾아봐야겠군." - page 36 ~ 37

 

여러 날에 걸친 고심 끝에 드디어 묘안을 찾아내게 됩니다.

 

"그래, 탈레스야!"

 

 


 

그런데 책을 보낸 그로루브르가 자신의 숙소에서 화재로 숨졌다는 통보를 받게 되고 며칠이 지나서 그로루브르의 집에서 일하던 원주민 하나가 잔해 속에서 발견한 편지 한 통을 건네받게 되는데...

 

'어쩌면 그로루브르가 책을 보내온 이유가 화재로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그로루브르는 자신의 집이 화재로 사라질 것이라는 사실을 훨씬 앞서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그가 그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거나 혹은 짐작이라도 했거나, 아니면 그럴까 봐 두려워했다는 말인가? 한마디로 화재의 가능성이 있었거나 예상된 일이었단 말인가? 예상된 일이었다면 이미 계획적으로 예정돼 있었다는 말이 된다. 예정돼 있었다면 누가 그런 계획을 세웠단 말인가?' - page 137 ~ 138

 

꼬리에 꼬리를 무는 추측.

우연으로 하기엔 너무나도 기가 막힌 우연이기에 그는 이 비밀을 파헤쳐 보기로 합니다.

 

사실 그동안은 수학자보단 수학의 '공식'에 초점을 맞춰 공부를 했었고 그렇게 지내왔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 소설을 통해서 무엇보다 '수학자'에 초점을 맞출 수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또한 수학자들의 이야기와 오버랩되면서 이루어지는 이 소설의 묘미.

시공간을 초월한 이들의 이야기가 독자로 하여금 몰입을 할 수밖에 없음을 일러주고 있었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내가 '수학'을 마주하고 있지만 소설을 읽는 것처럼 술술 읽혔습니다.

그래서 마주치게 되는 수학적 도형들도 거부감 없이 다가오는 이 느낌이란...

어릴 때 이 소설을 마주했더라면 '수학'에 그토록 벽을 두지는 않았을거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뤼슈 씨가 진실을 밝혀가는 과정이나 우리가 수학적 공식이  옳음을 밝히는 과정에서 '증명'이라는 것을 해 나갑니다.

이들이  '증명'을 통해 하나씩 풀어나가는 모습에서 오는 짜릿함이란!

추리소설과 수학이 어우러질 수밖에 없음을 시사해주는 대목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다음 권이 궁금한 이유는 '앵무새'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였습니다.

(도통 지금까지는 앵무새의 의미를 추리할 수가 없는 한계랄까...)

이 느낌이 사라지기 전에 2권을 읽어봐야겠습니다.

 

청소년소설이라고는 하였지만 어른들도 한번은 읽어보면 좋을 소설이었습니다.

수학의 역사를 이야기로 풀어나가기에 부담없을 뿐만 아니라 지난 날 배웠던 수학을 되짚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에 무엇보다 저에겐 의미있는 소설 중 하나였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폴리네시아, 나의 푸른 영혼 - 세계일주 단독 항해기
알랭 제르보 지음, 정진국 옮김 / 파람북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덧 여름휴가라고 어딜 돌아다니기보다는 집에 있게 된 요즘.

이 생활도 2년 차가 되다 보니 익숙해져야 하는데...

참 쉽지 않은 생활에 울적해지곤 합니다.

 

그래서 '여행기'를 찾다가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20세기의 오디세우스', '잃어버린 세대의 마지막 댄디'로 불린 남자

프랑스의 국민 영웅 알랭 제르보가 남긴

해양 다큐멘터리 문학의 걸작 한국어판 초역

 

잠시나마 그와 함께 항해를 떠나보고자 합니다.

 

알랭 제르보의 고독한 항행에 관한 일기이자,

그가 사랑한 남태평양의 섬과 인간과 그 삶에 대한 관찰기

 

『폴리네시아, 나의 푸른 영혼』

 

 

'알랭 제르보'

그는 프랑스의 신화적인 국민 영웅이라고 하였습니다.

만능 스포츠맨이자 1차 대전 때 독일 전투기를 격추시킨 에이스.

무엇보다 그는 유럽인으로서 최초로 조그마한 돛배로 세계일주 단독 항해에 성공하는 초인적인 성과를 남겼습니다.

세계일주를 하면서 여러 자전적 기록을 남겼지만 그중에서도 이 책 『폴리네시아, 나의 푸른 영혼』이 백미로 꼽힌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기에 어쩌면 한 번쯤은 읽어보아야 할 책임이 분명하였습니다.

 

그의 항해기 동반자인 소형 돛배 '피레크레'.

​

 

 

바다가 선사하는 고난과 역경을 함께 견딘 동료이자 자신의 분신.

이 둘이 함께한 여정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태평양의 사모아, 피지, 타히티 등지를 비롯해, 남태평양과 인도양과 대서양의 수많은 바다와 섬과 그 자연과 인간과 풍속이 그려져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이 매력적인 것은 단순한 기록에 그치지 않고 자연과 인간, 문명에 대한 이해와 존중, 고독한 뱃사람의 쓸쓸한 영웅담도 그려져 그야말로 '해양 다큐멘터리 문학의 보고'라는 말을 몸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진심으로 어울렸던 나라를 멀리 떠나는 슬픔과 내게 닥친 작별의 아쉬움을 어떻게 다 설명할까. 아무튼 바다가 여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 부름을 거역할 수 없었다. - page 71

 

인상적인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물고기의 습성을 공부하는 것은 전혀 싫증이 나지 않는다. 이놈들의 지능과, 숱한 통신수단 증거를 수집해두었다. 바람이 잦아들었을 때, 나는 심심풀이로 진주모를 낚시 미끼로 삼아 물에 던졌다. 돌고래들은 가짜 먹이가 위험한 줄 금세 알아챘다. 돌고래들은 번개처럼 뛰어올라, 입에 물지는 않고 일부러 부딪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와 한참 동안 재미있게 놀았다. 열등한 동물이 가진 이런 본능과 놀이감각을 나는 수없이 확인했다. 돌고래들이 뛰어오르며 입으로 물고기를 잡았다가 머리를 흔들어 허공으로 도망가도록 놓아주는 것도 보았다. 고양이가 쥐를 데리고 놀듯이! 그런데 나무토막이나 표류물이 수면에 떠오르면, 물고기들은 피레크레를 떠나 황급히 그 주위에서 뛰놀았다. 그럴 때 바닷새들은 환호하듯 째지는 소리를 내지르며 배로 날아와 앉는다.

사실 그런 동물의 활동은 바로 놀이가 인간의 근원적 본능이라는 점을 증명한다. 또 일용할 양식을 얻으려는 것은 합리적인 본능이다. 사는 목적을 돈벌이에만 두고 일하는 것은 어리석기만 하다. 이런 것이 원시 인종이 백인 문명과 접촉하면서 멸종하게 된 근본적 이유 아닐까. 백인은 원주민의 생계를 지독하게 어렵게 만들고, 그들의 놀이 본능을 억압했다. 결국 그들의 유리한 생존 조건을 모조리 제거한 셈이다. - page 109 ~ 110

 

백인 문명의 식민지 문화에 대한 그의 시선.

참으로 날카롭지 않은가...

 

그의 글을 읽노라면 드라마 대사처럼

'하얀 천과 바람만 있으면 우리는 어디든 갈 수 있다'

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편서풍을 타며 돛배와 함께 유유히 떠나는 알랭 제르보.

그리고 맞이하는 원주민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자연 앞에 겸손해지고자 하는 마음을, 당시 식민지 문화를 향해서는 비판적인 시선을 이 한 권으로 만나다는 것이 후대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작은 경종을 일러주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그가 1933년 4월 27일자 일기에서 포르투갈 섬들 사이의 뱃길을 빠져나오며 남긴 심정이 오랫동안 남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난 너무 슬펐다. 혼자 행복했고, 누가 있었다 해도 견디지 못했을 테니까. 자연과 사람들 모두가 그토록 가난했던 그 섬에 있는 무엇이 나를 그토록 붙잡아두었을까? 그런 가난과 햇빛이 아니었을까.. 남아도는 것을 모두 없애버리고서, 나는 가난하게, 해 아래에서 소박하게 살며, 남의 재물을 탐내지 않고 자기 운명에 순종하며 사는 사람들의 사회를 좋아했다. 이런 사람들이 더 행복해 보였다. 문명 강대국에서 유명세 대신 치러야 하는 시샘이나 미움을 모르는 사람들을... - page 251

 

이 책을 덮는 순간, 저 역시도 그가 즐겨 읊던 에드가 포의 노래와 함께 유유히 항해하는 모습이 그려지곤 하였습니다.

 

엘도라도를 찾아

노래 부르며...

오래오래 여행했던

용감한 기사가 있었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 폴로어 25만 명의 신종 대여 서비스!
렌털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지음, 김수현 옮김 / 미메시스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양한 '대여 서비스'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런 대여는 처음이었기에 호기심이 먼저였습니다.

 

대여료는 공짜

대신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참으로 신선한 대여 서비스가 아닌가!

지금부터 이 서비스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수입도 지위도 직장도 없는 제로 스펙,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존재 가치는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저도 그렇고...

어째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서비스를 시작한 것인지 궁금하였습니다.

친절하게도 그 해답은 바로 알게 되었습니다.

 

이과 대학원을 졸업한 뒤, 통신 교육 서비스나 학습 교재를 출판하는 회사에 취직했으나, 얼마 되지 않아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게 된 그.

프리랜서가 되고 약 2년이 지난 뒤였는데 글 쓰는 일은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귀찮다, 질렸다. 보수가 별로다, 같은 답 없는 이유 때문에...

그러다 문뜩 깨닫게 됩니다.

 

다 큰 어른이니 어떻게든 잘 해봐야지, 하고 뭘 시작해 봤자 금방 스트레스를 받고 그만둬서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고, 그 스트레스를 줄이려고 수단을 취해 봐도, 또 금방 막다른 길목에 부딪혀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된다. 그런 <뭔가 해보려고 하다가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된다>를 되풀이하는 사이에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적성에 맞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page 22

 

그리고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는 심리 상담사 고코로야 진노스케의 <존재 급여>라는 개념.

 

말할 것도 없이 급여란 노동의 대가이며, <뭔가를 한> 대가로 치러진다. 하지만 고코로야는 <급여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얻을 수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가치는 있다>라고 글을 썼다. - page 14  ~ 15

 

그때 그는 이거면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길을 모색하게 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대여 서비스를 살펴보면 참으로 소소합니다.

새내기 사회인을 마음으로 응원해 주기, 공원에서 밤바람 맞으며 맥주 한 캔 같이하기, 다소 불편한 아래층 집 베란다에 떨어진 빨래 가지러 갈 때 동행하기, 직속 상사와 거북해진 출근길에 동행해 주기 등 어쩌면 이토록 자잘한 일들이 의뢰로 들어오고 그 일을 그는 <그냥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 의뢰인의 마음에 변화를 일으키게 됩니다.

마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촉매>같은 구실을 하는 것처럼.

 

실제 그의 하루가 책 속에 그려져있었습니다.

​



 

 

누군가에겐 하찮고 의미 없을지라도 다른 이에겐 마음의 위안이요, 용기를 얻는다는 사실을...

처음엔 저도 피식하며 웃어넘기다가 점점 그의 일이 요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직업이라는 것을 깨닫기도 하였습니다.

특히나 그가 전한 '돈'에 대한 가치관은 지금 우리의 태도를 되돌아보게끔 해 주었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을 통해서, 돈에 대해 실로 다양한 가치관을 접했다. 지금 사회에서 살아감에 돈은 필요 불가결하며, 돈이 없으면 스트레스 없이 살아가기 어렵다. 뭔가 행동을 일으킬 때도 보통은 <돈> 생각을 하기 쉽다. 하지만 그래서 새로운 것이 좀처럼 태어나지 않는 게 아닐까. 맨 위에 돈을 두게 되어 버리면 재미없는 것밖에 하지 못하고, 스트레스 없이 살아가려고 원했을 것이 도리어 스트레스를 끌어안는 요인이 되는 본말 전도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러니까 돈은 일단 생각에서 제외하겠다. 적어도 지금 활동은 새로운 재미로 이어져 있으며, 그 재미가 나아가서는 돈을 낳을 수 있게 되는 게 아닐까 싶다. 의뢰인에게 요금을 받게 되면 그 흐름이 완결되어 버린다고 앞부분에서 적은 것도 여기와 관련된다. 돈이라는 알기 쉬운 가치 척도를 일단 내려놓음으로써 돈이 개입된 기존 서비스에는 없는 다종다양한 가치관에 기초한 다종다양한 관계성이 생겨나는 게 아닐까. - page 196 ~ 197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존재 가치'가 크게 와닿았습니다.

육아에 경력단절에...

그야말로 '제로 스펙'으로 한없이 자존감이 없는 저에겐 존재의 의미조차 찾을 수 없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존재 가치가 있다는 그 말이 뭉클하게 다가왔습니다.

 

모두가 계속해서 뭔가를 하고 있다. 남들과의 차이에서 이름이 붙여지고 역할이 부여되는 요즘 세상에 아무것도 하지 않던 나에게 상대적으로 개성이 생겨났다. 까다롭기 그지없다. - page 86

 

저도 이런 서비스가 있다면 어떤 의뢰를 할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음...

그냥 아무 말하지 않고 잠시만 머물러 달라고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존재의 의미를 되뇌고 싶을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분명히 신혼여행이라고 했다 -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두잇부부의 대책없는 신혼봉사!
김현영.홍석남 지음 / 키효북스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에서도 분명히 이야기했습니다.

'신혼여행'

그런데...

분! 명! 히!! 란 어감은 왠지 아니라는 '부정'을 나타내는 듯한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책을 읽기 전 추천사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뜨겁게 사랑하고 뜨겁게 성장하라!"

- 인생 멘토 MKYU 김미경 학장 추천사 中

"여행책이 아니라 찐 인생책!"

- 심리상담가 박상미 교수 추천사 中

"선한 영향력에 모두가 함께 하길"

- 방송인 도경완 추천사 中

 

안 읽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유쾌해 보이는 이들 부부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

"아무리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도

아프리카에서 화장실을 지을 줄은 몰랐는데요...!"

​

『분명히 신혼여행이라고 했다』​

​

​"나와 세계여행 떠나지 않을래?"

​

남편의 프러포즈였습니다.

이 남자와 함께 평행 여행하듯 살면 좋겠다고 생각한 그녀는 당연히 꺼낼 이야기를 짐작이라도 한 듯이 '콜'이라고 외칩니다.

그러자 남편은 한 가지 조건을 더 붙​입니다.

​

"그런데 내가 대학생 때부터 세계 일주를 가게 된다면 꼭 봉사해보고 싶었거든. 우리가 함께 봉사하고 온다면 좀 더 성숙한 부부가 되어있지 않을까?"

"나도 함께?"

"응 당신도 함께."

​

그렇게 시작된 '두잇부부'의 ​'신혼여행'이라 쓰고 '신혼봉사'라 읽는, 그들만의 봉사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

​인도에서의 첫 봉사는 솔직히 멘붕이었을 것입니다.

여태 해왔던 봉사와는 사뭇 다른, 덥고 습한 날씨에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냄새나는 아이들...

​

지금 내 모습은 멋진 정장과 달달한 향수가 아닌 추레한 반팔티와 모기 기피제가 뿌려져 있었다.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 호기롭게 박차고 나왔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친구들 눈에는 멋져 보일지라도 행복하지 않은 나는 누구보다 초라하다. 차라리 늘 잘해오던 일을 계속했으면 어땠을까? 나도 그들과 함께 기념일을 챙기며 긴 수다를 펼치고 있었겠지? 의미 없는 후회들이 계속된다. 그토록 원했던 시원한 커피와 와이파이를 누리고 있지만 오늘따라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빛마저 나를 안타깝게 쳐다보는 것 같다. - page 28

​

그런 그녀를 위해 남편은 '비장의 카드'로 몰디브에서의 휴식을 선사해줍니다.

하지만...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국제전화 한 통이 걸려옵니다.

​

"누나... 어떻게 해... 우리 단이가 이상해."

​

세계 일주를 시작하고 한 달 뒤에 태어난 소중한 조카 단이가 갑작스레 중환자실에 들어가게 됩니다.

함께 해줄 수 없음에 무척이나 괴로웠던 순간.

남동생은 또 한 번 연락을 합니다.

​

"누나, 우리는 누나가 계속 여행을 하는 게 소원이야. 우리 단이 무조건 괜찮아질 거니까 여행 잘 마치고 여행 잘 마치고 돌아와서 세계여행 이야기 꼭 단이에게 들려주는 고모가 되어 줘. 여긴 걱정하지마."

​

그래서 그녀는 새로이 다짐하게 됩니다.

​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사실 한국에 돌아가도 중환자실에 있는 조카를 위해 고모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 단아, 고모가 갈 수 없는 대신 단이처럼 아픈 아이들 ​도우면서 여행할게.' 세계여행 중에 태어나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는 내 조카. 아프리카 보육원 아이들 50여 명을 내 조카 단이라고 생각하면서 진심으로 아껴주고 사랑해주기로, 이번엔 정말 진심으로 아이들을 품기로 나 자신과 약속을 했다.

​

'이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렇게 우리는 봉사 일정을 한 달 더 앞당겨 바로 아프리카로 향했다. - page 40 ~ 41

​

​아프리카에서 그녀는 진정한 위로를 아이들로부터 받게 됩니다.

​

​

​정말 두잇부부를 보면서 나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

지금껏 '나 살기도 바빠, 나도 어려워.'라며 무심코 지나쳐왔는데, 이곳에는 꿈을 꾸는 것조차 사치였다.

어려운 현실을 만나자 오히려 마음이 단단해졌다. '내가 나서야지 누가 나서겠어?'라는 확신이 더 들었다. 내가 원래 어릴적부터 책임감과 정의감에 불타며 추진력이 끝장나던 사만다 아니었던가! 거기에 든든한 지원군 자말까지 합세하니 일사천리로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 page 72 ~ 73

​

그저 안일한 태도로 살아왔던 나에게...

그들의 선한 영향력은 저에게도 사라져가던 한줌의 '희망의 빛'을 다시금 살려주는 계기가 되곤 하였습니다.

그렇기에 이 책이 많은 이들에게 읽혔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보게 됩니다. ​

​

진정한 나눔의 가치 그리고 행복을 알아갈 수 있는 시간. 이것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가치이기에 더 소중하다. 만약 돈을 주고 살 수 있다면 우리의 경험은 얼마일까. 아마 지구상의 그 누구도 살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돈보다 더 귀한 가치를 하나씩 알아가고 있다. 그의 삶에 나의 삶을 투영하며 반성도 해보고, 깨달음도 얻는 이 시간이 참 소중하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삶에 이 책에 담긴 이들의 삶이 투영되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 page 136​

​

​인도, 아프리카, 남미.

이 부부가 봉사한 곳​ 중에서 '남미'에서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티카리Tikari 캐츄아어 : 꽃을 피우다 학교"

가정 폭력과 학대 그리고 비위생적인 환경 등에 노출되어 있는 페루의 아이들이 있는 이곳.

아이들에게 일반적인 수업 외에 실질적으로 생계 전선에 뛰어들 수 있는 교육을 진행한다는 이곳에서의 아이들의 모습은 참으로 해맑았고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덩달아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해 주었습니다.

​

​

​

​두잇부부를 보면서 제 스스로 반성도 하게 되고 덕분에 깨달음도 얻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신혼여행'은 여느 신혼여행보다 더 낭만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더없이 부럽기도 하였습니다.

​

지금도 어디선가 우리의 작은 손길을 기다리는 이들이 있을 것입니다.

큰 기부는 못하지만 저도 그들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줄 수 있는 방법을 한번 찾아보아야겠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분명히 신혼여행이라고 했다 -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두잇부부의 대책없는 신혼봉사!
김현영.홍석남 지음 / 키효북스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두잇부부의 선한 영향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