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 (출간 15주년 기념 백일홍 에디션) - 박완서 산문집
박완서 지음 / 열림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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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이야기가 더없이 따스한 위로로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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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 - 탐정이 된 의사, 역사 속 천재들을 진찰하다
이지환 지음 / 부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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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의사, 천재들.

제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들이었습니다.

의학, 역사, 추리를 한데 아우른 이 책.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

"나는 역사 속 위인들을 진찰하는 의사입니다"

의학과 추리의 눈으로 바라본 뜻밖의 인물사

​

『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



​

의학은 한 편의 추리다. 의사는 통증이라는 사건을 안긴 가해자 질병을 탐정처럼 수색해 나간다. 이 작업은 상당히 흥미진진해서, 끔찍한 학업에 지쳐 앓는 소리를 하던 의대생도 희귀 환자 증례 시간에는 눈을 반짝인다. - page 6

​

의사가 질병을 진단해 내는 과정은 명탐정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 범인을 밝혀내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셜록 홈스를 탄생시킨 작가 아서 코넌 도일은 의사였고 셜록 홈스의 모델이 의사라 하니 뭔가 맞아떨어지는 모습에 살짝 소름이?!

여튼 정형외과 전문의인 저자가 스스로 탐정이 되어 환자로는 우리에게 익숙한 10명의 역사적 인물을 선정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이들의 질병을 추적하는데 그 과정이 마치 한 편의 추리 소설처럼 펼쳐졌습니다.

당시 시대상과 의학 수준, 발병 과정, 외관상 병증을 파악할 수 있는 각종 역사 문헌과 기록, 사진 자료와 초상화, 국내외 의학 논문을 참고하여 질병의 미스터리와 매혹적인 이야기로 우리에게 지적 탐구의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저 역시도 최고의 성군이자 언어학자 '세종대왕'이 '고기를 좋아하고 운동을 싫어해서 결국 비만해진 왕'이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관심을 두지 않은 분야가 없고, 완벽주의자이며, 전국을 돌며 친히 강무에 참여한 세종이, 문자까지 만들어 낸 한반도 역사상 최고의 천재 세종이 왜 운동을 하지 않았을까?

저자는 세종을 괴롭힌 병, 범인을 추적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눈병 12번, 허리 통증 6번, 방광염 증상 5번, 무릎 통증 3번, 심한 갈증 2번, 체중 감소 1번.

나이대별로 분석하면 무릎과 허리 통증은 20대 초반에 발생했고 30대에 심해졌으며 눈 통증은 40대부터 악화되었던 그.

허리와 눈 증상을 동시에 발생시키는 질병은 단 하나.

척추에 염증이 생겨 허리뼈가 대나무처럼 굳고 합병증으로 포도막염을 일으키는 '강직성 척추염'이 그를 주저앉히고 말았던 것이었습니다.

아픈 등을 곧추세우고 침침한 눈을 비비며 책을 읽었을 세종을 생각하니 정말이지 최고의 성군이었음을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

그리고 저에게 인상적이었던 건 레게의 대부 '밥 말리'의 이야기였습니다.

흑인 노예 후손인 어머니와 영국 귀족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그의 이름은 로버트 네스타 말리였습니다.

(훗날 '희망을 노래한 밥 말리'로 불리게 됩니다.)

빈부 격차, 인종 차별, 정치와 이념 갈등 등 혼란했던 1960년대 자메이카의 빈민촌에서 자란 그는 '웨일러스'라는 밴드를 만들고 그가 노래한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는 전 세계로 퍼져 나가 암울한 시대를 살아가는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한 줄기 빛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1976년 12월 자선 공연을 앞두고 저격 사건이 벌어지고 다행히 가슴과 팔에 총탄이 스치는 부상만 입게 됩니다.

누가 말리를 쐈는가?

총격범은 도망갔고 증거도 없어 누가 왜 그를 쏘았는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는 이렇게 말을 합니다.

​

"제가 백인도 흑인도 아니듯, 저는 민중당도 노동당도 지지하지 않아요. 제 유일한 정부는 라스타파리입니다. 가난한 이의 종교죠." - page 271

​

사실 밥 말리는 피부색 차별이 싫었습니다.

붉은 피는 흑인이 흘렸고 창백한 백인은 박쥐처럼 이득을 챙기는 부조리에 위대한 흑인 지도자가 탄생해 흑인을 이끌고 새로운 땅에서 새롭게 시작해야 없어질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흑인 메시아가 고통받는 동포를 구원하리라는 믿음을 가진 종교 '라스타파리'에 귀의하게 되는데 이것이 훗날 그를 죽음으로 인도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습니다.

​

어렸을 때부터 대단한 축구광이었던 말리는 짬이 날 때마다 축구를 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어느 날 엄지발가락을 다치게 됩니다.

이 부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그는 멍든 발가락을 싸매고 공연을 했지만 당최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발톱이 빠지고 곪더니 이내 걷기도 힘들어지게 됩니다.

알고 보니 이는 손이나 발과 같은 신체 말단에 까만 점 모양 병변이 생기는 피부암 '말단흑색점흑색종'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진행된 말단흑색점흑색종은 엄지발가락 전부와 발 일부를 제거해야 하지만 신체를 훼손하면 안 된다는 라스타파리 교리로 인해 결국 그는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

자신이 암으로 고통을 받던 중 "자메이카를 위해 노래를 불러 줘. 화합의 콘서트를 열자."는 클라우디 마솝의 말에 응했고 민중당 총수 마이클 맨리와 노동당 총수 에드워드 시가를 무대 위로 불러 악수를 시키며

​

"우리는 화합해야 해요. 그것이 국민의 뜻이죠. 당신들은 그걸 지켜야합니다."

​

라고 외친 그의 모습.

1978년 에티오피아에서 열린 아프리카 해방 집회에서 아프리카 대부분의 나라가 형식적으로 독립했을 뿐 여전히 백인 정치인의 대리 통치하에 굴러가는 사실을 알고는 노래 <짐바브웨>를 발표하고 1980년 4월, 짐바브웨가 진정한 독립을 성취하게 한 원동력을 제공했던 그.

그런 그를 잊지 않고 초대한 짐바브웨이에 장거리 여행으로 병이 악화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

"그러니 더욱 가야 해. 내 생에 이런 기쁜 날이 몇 번이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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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에 희망을 노래한 그의 모습이 참 아련히 남았습니다.

​

이 책의 마지막에 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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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초등학교 졸업, 대학교 입학, 결혼, 출산과 같은 굵직한 이벤트가 모여 삶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큰 사건을 와닿게 하는 것은 사소함이 아닐까. 삶이란 뭉뚝한 사건의 분탕질 속에 부지런히 적응한 사소함일지 모른다.

'삶도 사소함에 깃든다.'

이 책은 천재들의 사소함에 주목했고, 사소함을 관찰해 병을 진단해 냈다. 왜 세종은 운동을 기피했으며 말리는 죽을 때까지 암을 방치했는지, 모두 사소함에 주목한 질문들이다. 우리는 손톱 같은 사소함을 관찰했기에 그들의 숨겨진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진단은 사소함에 주목하는 시선이다. 이 시선에는 원인을 밝히겠다는 철저함과 환자를 대하는 따뜻함이 함께한다. - page 284

​

무심코 지나칠 수 있었을 그 '사소함'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저자를 통해 배우게 되었습니다.

​

그들을 만날 기회가 되어서 보다 그들에게 다가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위인의 감춰진 삶을 만나게 되고 새로운 모습을 바라보게 되면서 참으로 아련하고도 따스함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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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초등학교 졸업, 대학교 입학, 결혼, 출산과 같은 굵직한 이벤트가 모여 삶이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큰 사건을 와 닿게 하는 것은 사소함이 아닐까. 삶이란 뭉뚝한 사건의 분탕질 속에 부지런히 적응한 사소함일지 모른다.
‘삶도 사소함에 깃든다. Life is also in the detail.‘
이 책은 천재들의 사소함에 주목했고, 사소함을 관찰해 병을 진단해 냈다. -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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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라의 비밀 약방
사라 페너 지음, 이미정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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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요소들이었습니다.

연쇄 독살사건, 복수, 반전.

지나칠 수 없기에 읽어보았습니다.

오직 여자들에게만 열린다는 그 약방의 문.

조심스레 열어봅니다.


"그곳엔 여자들만 살 수 있는

독약이 있대"

18세기 연쇄 독살사건을 둘러싼 세 여자의 은밀한 모험


『넬라의 비밀 약방』



1791년 2월 3일


런던의 뒷골목 백 엘리 3번지에 숨겨진 약방.

문을 닫은 것처럼 보이는 텅 빈 가게 안에는 낡은 곡물통 하나만 덜렁 있을 뿐이지만 여자들은 알고 있습니다.

그 곡물통에 의뢰 편지를 두는 순간!

오래된 복수의 욕망이 실현될 수 있음을.


오늘.

아직 이름도 모르는 그 여자의 편지가 넬라의 손안에 있었습니다.

2월 4일 새벽, 주인마님의 남편, 아침식사

그리고 독약을 받아 가기 위해 넬라를 찾아온 이는 여주인의 심부름을 온 열두 살 소녀 '엘리자'.


"엘리자, 이건 재미로 하는 게 아냐. 위장이 그 목적이지. 위장은 뭔가를 숨기는 일이야. 누구나 독약을 살 수 있지만 독약 알갱이를 스크램블드에그에 그냥 떨어뜨려 넣을 수는 없어. 그랬다가는 누군가 쓰레기 더미에서 독약의 잔여물이나 독약 상자를 찾아낼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아무도 추적하지 못할 정도로 교모하게 위장을 하는 거란다. 낡은 가게 안에 또 다른 가게를 위장해 넣은 것처럼 달걀 안에 독을 숨겨 넣는 거야. 그런 위장 덕분에 미리 약속하고 온 사람이 아니면 십중팔구 돌아서서 떠나고 말지. 저 앞쪽 약방은 날 보호하는 수단이라고 할 수 있어." - page 57


호기심이 많은 이 아이.

활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독약 약방에 잠시나마 유쾌한 분위기를 가져다준 엘리자.

하지만 이 만남은 예상치 못한 사건을 일으키는데...


현재, 월요일.

결혼 10주년을 맞아 런던으로 기념 여행을 오려고 했던 '캐롤라인'은 인생을 뒤바꿔 놓을 결정을 앞둔 채 슬픔과 분노, 시차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여행 전날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홀로 오게 된 런던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방황하다 '올드 플리트'라는 술집 입구가 보여 용기 내어 들어가려던 찰나.

인도에서 스쳐 지나친 훤칠하게 생긴 남자가 얼룩진 카키색 옷차림에 클립보드를 든 채 손짓으로 그녀를 불러 세웁니다.


"환상적인 '머드라킹(mudlarking)'에 참가하시겠어요?" - page 15


썩 내키지 않았는데...


"빅토리아 시대 작가들은 진흙 뒤지는 사람들에 관한 모든 것을 글로 썼어요. 오래되고 가치 있는 뭔가를 찾아 강가를 뒤지는 수많은 영혼들에 관한 이야기죠. 신발은 좀 젖을지 몰라도 과거에 몰입하는 방법 중에서는 진흙 뒤지기만 한 게 없어요. 조수가 밀려들었다가 빠져나갈 때마다 새로운 뭔가가 나오니까요. 진흙 뒤지기 투어에 참가하고 싶다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첫 체험은 항상 무료예요. 저기 보이는 벽돌 건물 반대편으로 오면 되니까......" - page 16


결국 템스강으로 가서 진흙 뒤지기 체험에 참가하게 됩니다.


"저기 죄송한데요, 실은 진흙 뒤지기가 뭔지 전혀 모르겠어요. 뭘 찾는 건가요?"

알프가 나를 쳐다보고는 배를 움켜쥐고 껄껄 웃었다. "이런, 제가 그걸 말해주지 않았군요! 자, 알아둬야 할 게 뭐냐면 말이죠, 템스강은 런던시를 관통해서 길게 흐르고 있어요. 그래서 이곳에서 오랫동안 진흙을 뒤지다 보면 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의 잔재들을 찾을 수 있거든요. 오래전 진흙을 뒤졌던 사람들은 옛날 동전과 반지, 도자기를 찾아내서 팔았어요. 그게 빅토리아 시대 작가들이 썼던 이야죠. 먹을 빵을 사려고 진흙을 뒤졌던 가난한 아이들 이야기요. 하지만 지금 우리는 그냥 좋아서 진흙을 뒤져요. 자기가 찾아낸 건 자기가 갖는 게 원칙이에요. 자, 봐요." - page 44


그러던 중 그녀는 작은 곰 그림이 그려진 약병을 발견하게 되고 결혼과 함께 포기했던, 역사학 전공자로서의 10년 전 캐롤라인으로 돌아가 약병의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곰'과 '약병'이라는 키워드로 찾다 보니 200년 전 약제사 살인사건을 접하게 되는데...


18세기와 현재의 런던이 교차되면서 펼쳐지는 세 명의 여주인공들의 이야기.

시간을 초월한 그들의 고통과 잃어버린 꿈과 탐색의 과정.

묘한 이끌림과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어느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이 약병은 우리 두 사람 모두에게 어느 한 탐구의 종말과 또 다른 탐구의 시작을 가져다주었다. 이 약병은 갈림길에 서서 진실 혹은 마법을 받아들이는 대신, 고통과 비밀을 던져버리는 것을 의미했다. 동화처럼 저항할 수 없는 매혹적인 마법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 page 403


누군가에게 '독약'으로 작용했지만 누군가에겐 '치료약'이었다는 것을.

여자들이 원하는 것을 주고 그들의 비밀도 지켜주고 그들의 짐을 다 받아낸 넬라.

하지만 정작 그녀는


"영원히 이렇게 살 수는 없겠지. 오래전에는 남에게 고통을 안겨주면 내 고통이 가라앉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어. 내 고통은 점점 더 악화되기만 했거든. 한주 한주가 지나면서 내 뼈마디가 붓고 아프기 시작하더구나. 이런 독약을 파니까 내 안이 망가져 가는 게 분명해.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무너뜨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야. 클라렌스 부인의 말을 너도 들었겠지만...... 내 명성이 널리 알려져 있거든." - page 187


결국 넬라는 우리에게 이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습니다.


"이 고통을 없애주는 약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어." - page 187


참 씁쓸하게 다가왔었습니다.


오직 '여자'들에게만 약방의 문이 열렸다는 것이...

소설을 읽기 전과 읽고 난 후 만감이 교차하곤 하였습니다.

'독약'처럼 짜릿했던 만큼 긴 여운이 남았던 이 소설.

소설 속 두 여인이 저 역시도 아련히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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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지머지는 우리가 중세‘라고 부르는 아주 먼 옛날에 처음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지금은 부케‘라고 부르는 꽃다발이 바로그것입니다. 세균과 미생물을 죽이는 힘이 있는 허브로 만든 터지머지는 ‘병을 쫓는 약‘, 즉 예방약으로 쓰였습니다. 마력이깃들어 있다고 여긴 허브로 만든 터지머지는 ‘악령 퇴치용 약‘으로 마녀들이 만들어 썼습니다." - P32

"터지머지는 ‘꽃다발 편지‘라고도 불립니다. 편지 대신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러브 레터대신에 사용하면 효과가있습니다."
- P34

마음을 전하고 싶은 상대에게어울리는 꽃이나 허브를 준비합니다. 그리고 순서대로 원을 그리듯이 묶습니다. 가장 바깥쪽에는 레이스나 커다란 잎으로 테두리를 만듭니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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