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라의 비밀 약방
사라 페너 지음, 이미정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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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요소들이었습니다.

연쇄 독살사건, 복수, 반전.

지나칠 수 없기에 읽어보았습니다.

오직 여자들에게만 열린다는 그 약방의 문.

조심스레 열어봅니다.


"그곳엔 여자들만 살 수 있는

독약이 있대"

18세기 연쇄 독살사건을 둘러싼 세 여자의 은밀한 모험


넬라의 비밀 약방



1791년 2월 3일


런던의 뒷골목 백 엘리 3번지에 숨겨진 약방.

문을 닫은 것처럼 보이는 텅 빈 가게 안에는 낡은 곡물통 하나만 덜렁 있을 뿐이지만 여자들은 알고 있습니다.

그 곡물통에 의뢰 편지를 두는 순간!

오래된 복수의 욕망이 실현될 수 있음을.


오늘.

아직 이름도 모르는 그 여자의 편지가 넬라의 손안에 있었습니다.

2월 4일 새벽, 주인마님의 남편, 아침식사

그리고 독약을 받아 가기 위해 넬라를 찾아온 이는 여주인의 심부름을 온 열두 살 소녀 '엘리자'.


"엘리자, 이건 재미로 하는 게 아냐. 위장이 그 목적이지. 위장은 뭔가를 숨기는 일이야. 누구나 독약을 살 수 있지만 독약 알갱이를 스크램블드에그에 그냥 떨어뜨려 넣을 수는 없어. 그랬다가는 누군가 쓰레기 더미에서 독약의 잔여물이나 독약 상자를 찾아낼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아무도 추적하지 못할 정도로 교모하게 위장을 하는 거란다. 낡은 가게 안에 또 다른 가게를 위장해 넣은 것처럼 달걀 안에 독을 숨겨 넣는 거야. 그런 위장 덕분에 미리 약속하고 온 사람이 아니면 십중팔구 돌아서서 떠나고 말지. 저 앞쪽 약방은 날 보호하는 수단이라고 할 수 있어." - page 57


호기심이 많은 이 아이.

활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독약 약방에 잠시나마 유쾌한 분위기를 가져다준 엘리자.

하지만 이 만남은 예상치 못한 사건을 일으키는데...


현재, 월요일.

결혼 10주년을 맞아 런던으로 기념 여행을 오려고 했던 '캐롤라인'은 인생을 뒤바꿔 놓을 결정을 앞둔 채 슬픔과 분노, 시차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여행 전날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홀로 오게 된 런던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방황하다 '올드 플리트'라는 술집 입구가 보여 용기 내어 들어가려던 찰나.

인도에서 스쳐 지나친 훤칠하게 생긴 남자가 얼룩진 카키색 옷차림에 클립보드를 든 채 손짓으로 그녀를 불러 세웁니다.


"환상적인 '머드라킹(mudlarking)'에 참가하시겠어요?" - page 15


썩 내키지 않았는데...


"빅토리아 시대 작가들은 진흙 뒤지는 사람들에 관한 모든 것을 글로 썼어요. 오래되고 가치 있는 뭔가를 찾아 강가를 뒤지는 수많은 영혼들에 관한 이야기죠. 신발은 좀 젖을지 몰라도 과거에 몰입하는 방법 중에서는 진흙 뒤지기만 한 게 없어요. 조수가 밀려들었다가 빠져나갈 때마다 새로운 뭔가가 나오니까요. 진흙 뒤지기 투어에 참가하고 싶다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첫 체험은 항상 무료예요. 저기 보이는 벽돌 건물 반대편으로 오면 되니까......" - page 16


결국 템스강으로 가서 진흙 뒤지기 체험에 참가하게 됩니다.


"저기 죄송한데요, 실은 진흙 뒤지기가 뭔지 전혀 모르겠어요. 뭘 찾는 건가요?"

알프가 나를 쳐다보고는 배를 움켜쥐고 껄껄 웃었다. "이런, 제가 그걸 말해주지 않았군요! 자, 알아둬야 할 게 뭐냐면 말이죠, 템스강은 런던시를 관통해서 길게 흐르고 있어요. 그래서 이곳에서 오랫동안 진흙을 뒤지다 보면 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의 잔재들을 찾을 수 있거든요. 오래전 진흙을 뒤졌던 사람들은 옛날 동전과 반지, 도자기를 찾아내서 팔았어요. 그게 빅토리아 시대 작가들이 썼던 이야죠. 먹을 빵을 사려고 진흙을 뒤졌던 가난한 아이들 이야기요. 하지만 지금 우리는 그냥 좋아서 진흙을 뒤져요. 자기가 찾아낸 건 자기가 갖는 게 원칙이에요. 자, 봐요." - page 44


그러던 중 그녀는 작은 곰 그림이 그려진 약병을 발견하게 되고 결혼과 함께 포기했던, 역사학 전공자로서의 10년 전 캐롤라인으로 돌아가 약병의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곰'과 '약병'이라는 키워드로 찾다 보니 200년 전 약제사 살인사건을 접하게 되는데...


18세기와 현재의 런던이 교차되면서 펼쳐지는 세 명의 여주인공들의 이야기.

시간을 초월한 그들의 고통과 잃어버린 꿈과 탐색의 과정.

묘한 이끌림과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어느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이 약병은 우리 두 사람 모두에게 어느 한 탐구의 종말과 또 다른 탐구의 시작을 가져다주었다. 이 약병은 갈림길에 서서 진실 혹은 마법을 받아들이는 대신, 고통과 비밀을 던져버리는 것을 의미했다. 동화처럼 저항할 수 없는 매혹적인 마법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 page 403


누군가에게 '독약'으로 작용했지만 누군가에겐 '치료약'이었다는 것을.

여자들이 원하는 것을 주고 그들의 비밀도 지켜주고 그들의 짐을 다 받아낸 넬라.

하지만 정작 그녀는


"영원히 이렇게 살 수는 없겠지. 오래전에는 남에게 고통을 안겨주면 내 고통이 가라앉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어. 내 고통은 점점 더 악화되기만 했거든. 한주 한주가 지나면서 내 뼈마디가 붓고 아프기 시작하더구나. 이런 독약을 파니까 내 안이 망가져 가는 게 분명해.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무너뜨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야. 클라렌스 부인의 말을 너도 들었겠지만...... 내 명성이 널리 알려져 있거든." - page 187


결국 넬라는 우리에게 이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습니다.


"이 고통을 없애주는 약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어." - page 187


참 씁쓸하게 다가왔었습니다.


오직 '여자'들에게만 약방의 문이 열렸다는 것이...

소설을 읽기 전과 읽고 난 후 만감이 교차하곤 하였습니다.

'독약'처럼 짜릿했던 만큼 긴 여운이 남았던 이 소설.

소설 속 두 여인이 저 역시도 아련히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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