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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가고 봄이 왔다 - 혼자여도 괜찮은 계절
최미송 지음, 김규형 사진 / 시드앤피드 / 2018년 3월
평점 :
그토록 차갑고 시리던 겨울은 가고 봄이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왠지모를 쓸쓸함......
그 쓸쓸함을 이 책과 함께 따스함으로 채워보고 싶었습니다.
『네가 가고 봄이 왔다』


'봄'이 찾아오면 마냥 푸릇한 새싹들이, 따스한 바람이 나를 반겨주며 기쁠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왜 가슴 한 구석의 쓸쓸함과 외로움이 남아있는 것인지......
이 책의 <들어가며>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살아가는 일이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유는 그것이 사랑에 아파하고, 실패에 좌절하고, 때로는 무기력한 기분에 잠식되기도, 우울함에 빠져 허우적대기도 하는 과정을 필연적으로 동반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다시 사랑을 하고, 한 번 더 부딪히고, 자고 일어난 다음 날의 일상을 받아들이고, 사소한 것에 감동하면서 결국 살아나갑니다. - page 5
그래서 우리는 혼자여도 괜찮은지도 모르겠습니다.
<영원한 숙제>엔 이런 이야기가 담겨있었습니다.
결국 외로움이란 스스로 만들어낸 감정이기에 우리는 누
군가의 곁에 자리할 때에도 한번씩 공허해지는 근본적인
외로움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
이 넓은 우주에서 영원한 건 오직 '영원한 것은 없다'라는
말뿐이듯 아이러니하게도 외로움이야말로 태초부터 유일
하게 곁을 지켜주는 동반자가 아닐까. - page 57
그래도 '외로움'이 내 곁을 지켜주는 동반자이기에 외롭지 않다고 느끼는 아이러니함......
<살아가는 법>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어디든 도망치고 싶은 충동에 자주 휩싸였다. 그럴 때면
차라리 지구가 네모나기를 바랐다. 세상의 진리를 곧이곧
대로 소화시킬 만큼 나는 여유롭지 못했고 끝없이 달려 도
착한 곳에서 삶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자 했다.
그러나 새로운 곳이라 한들 무엇이 달라질까 하는 물음이
불현듯 찾아와 괴롭힐 때면 가던 길을 멈춰 회귀하는 것을
반복했다. 두 발 붙여 살아가는 곳에서 홀로 서는 법을 끝
없이 강구했다.
세상을 네모나게 만들지 못할 바에야 나를 깎아 둥그렇게
맞춰가는 것을 택해야 했다. - page 93
나 역시도 힘들고 지친 요즘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곤 하였는데......
과연 새로운 곳에 간들 무엇이 달라질까......
그저 내가 맞춰살아가는 것이 답인걸까......
또다시 생각이 많아지곤 하였습니다.
마지막 <저마다의 속도>에선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보면
나를 앞질러 가는 수많은 자동차들을 마주하기도 하고,
나 역시 걸어가는 사람들을 수없이 앞질러 가기도 한다.
그렇게 사람들은 저마다의 속도로 살아간다.
너무 빨리 가서 도착한 곳에 아무도 없진 않을까
혹은 너무 느려서 혼자만 뒤쳐지는 건 아닐까
하는 중요치 않은 생각에 마음을 뺏길 이유는 없다.
그저 내게 맞는 속도를 알고
그것을 유지하려는 것이 중요하다.
타인과 비교하는 데 마음 쓰는 삶이 아닌
내 삶을 사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이 되어야 한다. - page 170
서른 중반이 되고나서 조급함 때문에, 두려움 때문에 갈팡질팡하곤 하였었는데 이 글을 읽으면서 또다시 마음의 위안을 받았었습니다.
책을 읽고나니 결국 지나고 보면 또 하나의 나였고 봄이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나만 힘든게 아니었다는 것을......
내 인생은 나 혼자만 만든 것이 아니었기에 아프고 쓸쓸하였지만 그래도 행복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또다시 찾아온 봄.
이번 봄엔 내 인생이 어떨지 기대를 하며 책장을 덮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