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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나이, 대체로 맑음 - 날씨만큼 변화무쌍한 중년의 마음을 보듬다
한귀은 지음 / 웨일북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이십대까지는 나이드는 것에 그리 민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서른이 되고나니 새삼 하나 둘 나이가 드는 것에 두려움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책임감이 늘어나서일까......
누구나 나이가 드는 것이지만 막상 내가 나이를 먹다보니 나의 중년의 모습은 어떨지......
이 책을 만나면서 조금은 나이드는 것도 생각보다 괜찮은 일! 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오늘의 나이, 대체로 맑음』

책을 펼치면 마주하는 문장이 있습니다.
눈부신 봄날만 봄날이 아니다.
그저 조금만 따뜻해도 된다.
손바닥만 한 양지만 있어도 된다.
숨 쉴 만큼, 함께 이야기 나눌 만큼의 바람만 있으면 된다.
그런 날이 많지 않아도 된다.
봄날이 그런 것이라면 중년을 넘어도,
더 나이가 들어도 간혹 와준다. 그게 생(生)이다.
이 문장이 이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어도 인상깊게 남았었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는 말이 아닐까......
조금만 따뜻해도, 손바닥만 한 양지만 있어도, 함께 이야기 나눌 만큼의 바람만 있어도 우리의 생은 아름답다는 것을......
나이가 들어도 길을 잃고 헤매곤 합니다.
그건 중년이라 그런 것도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길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것을 대하는 자세가 나이가 듦에따라 불안해하며 전전긍긍하기 보다는 세상에 감응하면서 점차 성장하며 마음의 균형을 잡아간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이가 드는 것이 나름의 매력이 있음에 담담히 받아들이면 어느새 세상 속 펼쳐진 풍경 속의 또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인상깊었던 문장들이 있었습니다.
이 나이쯤 되면 컴컴한 어둠 속에서도 순간 반짝이는 빛을 발견할 줄 알게 된다. 그 빛이 사라지더라도 또 다른 빛이 오리라는 것도 알게 된다. 삶이란 그 빛을 기다리는 과정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그러므로 살아야 된다는 것도 알게 된다. '삶'도 중요하지만 '생명' 그 자체가 더 눈부시다는 것도 알게 된다. - page 68
내가 누구인가를 알기 위해서 '나'만 탐구한다면 오히려 나의 환상에 갇히게 된다. 아니면, 나의 환상만 확대생산하게 된다. 나를 알려고 하는 많은 사람들이 쉽게 나르시시즘에 빠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의 내면이라고 예상되는 것들에 집착하지 말고 미지의 다가오는 것들을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그 속에서 가장 자기다운 모습을 알게 된다. 무언가를 알고 깨닫게 된다는 것은 《인생의 발견》의 저자 시어도어 젤딘이 말했듯이 자기 자신에게 반박하는 과정이다. 나탈리는 끊임없는 자기 반박에 괴롭다. 괴롭지만 피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음' 인생을 살 수 있었다. - page 217 ~ 218
이 책에서의 나이드는 모습은 낯선 곳에 존재하는 계단을 한 발 한 발 오르며, 조금씩 변하는 나와 주위 사람, 세상을 마주하는 태도를 덤덤히 알려주곤 하였습니다.
그렇기에 불안함보다는 소소한 행복, 쓸쓸하지만 찬란한 우리의 인생을 이야기하며 몰랐던 자신을 받아들이는 용기를 전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중년'이라는 것에 대해 조금은 설렘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누구나 가는 길, 하지만 그 길의 이정표는 자신이 만드는 것임을 깨달으며 나 자신을 향해 가는 길을 찾으러 길을 나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