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소년
오타 아이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일본 드라마 중 유독 열심히 보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파트너》 

이미 여러 시즌으로 나올만큼 인기있는 드라마로 저 역시도 방영되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며 보던 드라마였습니다.

그런 《파트너》의 작가 '오타 아이'가 이번엔 소설로 다가왔습니다.

잊혀진 소년



책을 받자마자 눈에 띈 문구.

"아무 잘못도 없는데, 몇 년이나

감옥에 있었다는 말인가요?"

이 억울한 사연을 가진 이유는 무엇일까......


 독특한 경력을 소유한 '야리미즈 나나오'에게 23년 전 사라진 아들 '미즈사'와 '나오'를 찾아 달라는 의뢰를 받게 되면서 이야기의 전개는 시작됩니다.

그는 야리미즈를 도와 흥신소 조사원으로 일하는 '시게토 슈지'와 근무 중 순직한 아버지의 뒤를 이어 경찰이 된, 원리원칙을 중시하는 원칙주의자 친구인 '소마 료스케'와 이 사건을 해결합니다.


23년 전 여름, 소마와 친하게 지내던 열세 살 소년 '미즈사와 나오'는 어느 날 의문의 표시 '슬래시, 슬래시, 이퀄, 버티컬 바'를 남긴 채 사라지게 됩니다.

그리고 또 다른 곳에서 일어난 어린이 실종사건에서도 남겨진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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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표시가 남긴 의미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잔인하고, 특히나 자신들의 '힘', '권력'으로 자신들의 행동을 합리화시키며 후회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희생양들만 자신의 존재자체에 자책을 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또 한 번 요즘 이슈되는 사건들과 연관을 지으며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하였습니다.


책 속에서 인상적인 문구들이 있었습니다.

"취조는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겠지? 식사와 휴식 시간도 충분히 주지 않고 장시간 취조를 하거나, 폭력이나 협박을 사용하면 재판에서 진술의 임의성을 의심하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충분히 알고 있고?"

오카무라는 블라인드를 올린 창가로 다가가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렇게 해서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지려는 것을 간신히 억눌렀다.

이 남자는 재판관들이 무슨 짓을 저질러 왔는지 잊어버린 것일까.

오카무라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참고인으로 임의출두한 피의자를 한숨도 재우지 않은 채, 도중에 겨우 이삼십 분 휴식 시간만 주고는 다음 날까지 약 스물두 시간에 걸쳐 취조해 자백을 받아 낸 사건에 대해서, 자백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것은 다름 아닌 당신들 재판관이 아니었던가.

...

데라이시는 오카무라를 노려보면서 못을 박듯 말했다.

"피의자에게도 인권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취조에 임해주기 바라네."

피의자에게도 인권이 있다. - page 249 ~ 251


그리고 우리에게 일러준 이 이야기는 오랫동안 가슴에 울림을 남겼었습니다.

이 세계는 '열 명의 진범을 잡기 위해 한 명의 무고한 피해자가 희생되는 사회'였어. 이 사회에서는 강을 건너는 누 떼가 통행료로 악어에게 한 마리를 바치는 것처럼, 열 명의 진범을 위해 한 명의 무고한 희생을 요구하지. 경제적인 효율을 우선시하는 시스템 속에서 '수율'이 설정되고, 일정 비율의 불량품이 생기는 건 필연이라고 간주하는 것처럼 희생은 필연적으로 계속 생기게 돼. 다쿠는 그걸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어. '이 세상 눈물의 총량은 언제나 변함없다'. 그러나 그 눈물은 항상 희생되는 '1' 쪽에서 흘리지. 즉 균형이 맞지 않는 거야. 다쿠는 그 점을 이 방대한 분량의 문장을 치는 2,778시간 내내 생각했겠지.

'1과 10은 균형을 이뤄야 한다. 그래야 세계가 균형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세계가 열 명의 진범을 위해 항상 한 명의 피해자가 희생되는 사회라면, 사회도 그 한 명의 피해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런 생각으로 다쿠는 무고한 사람을 한 명씩 쳐 죽인 게 아닐까. - page 485 ~ 486

과연 우리의 법은, 우리의 사회는 '정의'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범죄와 처벌, 용의자와 피의자 사이.

그 진실 앞에 우리는 정의로운 선택을 하는지 끊임없이 되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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