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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섬으로 가다 - 열두 달 남이섬 나무 여행기
김선미 지음 / 나미북스(여성신문사) / 2018년 1월
평점 :
품절
남이섬!
나에겐 드라마의 촬영장소로 기억되는 곳이었습니다.
'첫사랑'이 아련함을 간직한 곳, 남이섬.
그곳에 아직 가 보지 못하였기에 더 로망을 간직해서일까......
남이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이 책, 『나무, 섬으로
가다』.
그곳의 이야기가 궁금하였습니다.

이 책은 열두 달 동안의 남이섬 나무와 바람과 햇살,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겐 계절의 흐름, 자연의 변화를 느끼기 쉽지 않은데 이 책을 읽으면서 더디지만 조금씩 변화하며 나아가는 나무들을
바라보면 우리의 인생 흐름을 느끼게끔 해 주었습니다.
책의 제목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남이섬은 나무섬이다. 땅은 오래전부터 섬이었지만 나무섬은 사람이 만들었다. 하지만 나는 사람보다 먼저 나무들 스스로 섬으로 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무, 섬으로 가다'라는 책 제목도 그렇게 떠올랐다. 우리가 여행하는 지구별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 아닐까. 내가 두 발로
걸어서 간 곳 어디에나 먼저 그곳에 도착한 나무와 풀들이 있었다. - page 8 ~ 9
그래서 스스로 찾아간 나무들이 전하는 섬이야기, 남이섬.
열두 달엔 저마다의 나무마다 각양각색의 이야기가 있었고 마침내 그 섬은 하나의 책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습니다.
책 속엔 인상깊었던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초여름 숲에서 환하게 빛나는 흰 꽃들은 내 눈에만 평화로워 보일 뿐 나무에게는 모두 치열한 생존의 도구였음을 이제
알겠다.
...
내가 산딸나무와 백당나무 곁에서 게으름을 피울 수 있는 것도 그 덕분이다. 산딸나무 화려한 총포와 백다아무 가짜 꽃이 진짜 꽃을
위해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흔들림 없이 삶이 지속된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분명 신세를 지고 있다는 뜻이다. 식구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로 꽃 사진을 찍어
보냈다. - page 129
잎도 꽃도 열매도 없는 겨울나무가 벌거벗은 채 서 있다. 우리가 이름을 부르기 이전부터 있어온 존재 자체로. 만일 화백과
때죽나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구분하지 않았다면 이들을 하나의 생명으로 바라보지 않았을까. 연리목은 생명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다른 생명에게
빚지는 것임을 일러주려고 일부러 우리 앞에 나타나는지도 모른다. 다른 생명에 빚이 없다면 그것은 이미 죽은 목숨이다. - page
361
나 역시도 살아가는 이 순간.
누군가엑 분명 신세를 지면서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 생각들었습니다.
그 사실을 모르고 그저 혼자 살아간다고 외친 것은 아닌지......
이제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짧은 인사라도 건네보아야겠습니다.
나무에게는 지구라는 별 전체가 스스로 태어나 자생지 아닐까. 인간이 나눈 국경이란 나무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나무는 어디든
꽃가루를 날리고 씨를 뿌릴 수 있다. - page 214
왠지 나무가 부럽게만 느껴지곤 하였습니다.
책을 읽고난 뒤 저도 기회가 된다면 나무섬인 남이섬에서 그들과 속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어루만져줄 듯......
그리고 그들이 포근히 안아줄 것만 같은......
누군가의 위로를 받고플 때 그들이 전한 이야기를 다시금 곱씹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