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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에 마음을 묻다 - 그림책이 건네는 다정한 위로
최혜진 지음 / 북라이프 / 2017년 11월
평점 :
아이를 키우다보니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는 그림책들.
아이들의 감성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어른인 저에게도 감동을 주곤하여 아이보다 더 좋아하는 그림책이 있곤 합니다.

그런 그림책이 우리의 마음을 다독여준다는 이 책, 『그림책에 마음을 묻다』.
"당신의 마음을 다독여줄 그림책을 처방해드립니다."
저에게는 어떤 그림책이 저에게 위로를 선사할까요......
책을 펼치면 우선 맞이하게 되는 문장.
외롭고 지치고 상처받고 혼란스러운
당신의 마음을 다독여줄
그림책을 처방해드립니다.
왠지모르게 이 문장만으로도 제 마음이 위로를 받는 것 같았습니다.
책 속엔 21권의 그림책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각각의 그림책에는 그에 따른 처방이 제시되어 있었고 그 그림책을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책 속에 소개가 되어있어서 책 속의 또 다른 책을 읽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그리고 소개된 그림책들을 소장한다면 아이에게도 좋은 이야기를, 어른인 저에게는 위로를 선물할 것 같아 아이와 손을 잡고 서점에 가 한 권씩 사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에게 처방할 그림책은 『구멍』이었습니다.
내성적인 성격에 집안 살림과 육아로 인해 점점 제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나.
그런 저에게 『구멍』이란 책은 이런 처방을 내려줍니다.
《구멍》은 조금은 낯선 시각을 제시합니다. 결여를 항시적 존재로 여기고, 나아가 '마땅히 있어야 할 게 없어 문제'라는 판단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시각입니다. 종종걸음을 하느라 잔뜩 힘이 들어간 어깨에 내려앉아 꼭 알맞은 온도와 무게로 어루만지는 손길 같은 작품입니다. - page 35
이 동화의 주인공은 새로 이사한 집의 한쪽 벽에 있는 '구멍'으로 인해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담았습니다.
구멍을 처리하기 위해 이삿짐 박스 안에 구멍을 담아 실험실로 가는 길에 만나게 되는 구멍의 변신.
그리고 도착한 실험실에서는 구멍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고 집으로 돌아온 주인공은 발코니에서 따뜻한 차 한잔과 책을 즐기며 보름달(구멍)을 감상하며 잠을 청하게 됩니다.
그리고 책의 첫 장면처럼 구멍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으며 이야기는 끝을 맺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나서 자신의 '구멍'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를 준다고 하였습니다.
내 안의 '구멍'은 과연 내가 바꿀 수 있는지 내 의지로 바꿀 수 없는 것인지......
중요한 건 구멍이 무조건 나쁘거나 없애야만 하는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고 인생의 칼자루를 쥔 쪽은 자신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겁니다. 구멍은 내 뜻과 상관없이 찾아왔지만 구멍에 이런 의미를 부여할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 page 40 ~ 41
그리고 인상깊었던 그림책이 있었습니다.
바로 『방긋 아가씨』.
이 그림책의 내용은 크고 화려한 궁궐에 살지만 마음 둘 곳 없는 왕비에게 찾아온 아가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가씨는 태어난 이후 한 번도 웃은 적이 없어 왕비의 걱정은 쌓여만가고 결국 아가씨가 웃게 된 것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아가씨의 두 눈동자 안에 한가득 엄마의 웃는 얼굴이 담깁니다. 아가씨는 그제야 방긋 웃습니다. 엄마가 웃자 아이도 웃습니다. - page 214
저자는 이 책을 볼때 속표지에 적힌 작가 소개글 아래 윤지회 작가가 남긴 한 줄의 헌정사를 꼭 눈여겨봤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엄마가 웃을 때까지 기다리지 못한 딸이 엄마에게 드립니다. - page 216
왠지 이 그림책은 저에게 꼭 필요한 책이었습니다.
사실 '그림책'에 대한 인식은 그저 아이들의 책이라고 여겼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고 책을 읽어주다보니 '그림책'은 상처받은, 텅 비어버린 어른들의 가슴을 녹아줄 수 있는 따뜻한 손길이었습니다.
책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나를 더 사랑하는 법, 그림책에서 찾다!
이 책을 읽고나니 더 그림책이 읽고싶어졌습니다.
수많은 글보다 그림과 짧은 문장이 선사하는 위로와 감동.
오늘은 아이보다 제 마음을 위해 그림책 한 권 읽어내려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