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건네다
윤성택 지음 / 북레시피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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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되면 왠지모르게 '책' 한 권과의 일탈을 꿈꾸곤 합니다.

그리고 좋은 책이 있다면 사랑하는 이에게 선물하며 살며시 내 마음을 전달하는......

이 책의 제목이 저에게 딱! 그 느낌이었습니다.

『마음을 건네다 


책의 뒷표지에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추억을 간직하기 좋은 계절,

서로에게 마음을 건네는 향기로운 선물!

이 책을 읽고 난 뒤 내 마음과 함께 사랑하는 이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이 책은 평소 저자가 시집을 읽으면서 좋았던 구절에 자신의 생각을 담은 짧은 에세이였습니다.

그래서 비록 한 권의 작고 얇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그 감동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의 벅참이 있었습니다.


사실 '시집'이라고 하면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였습니다.

함축된 표현......

그 속에서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들......

잘 이해하지 못할까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처음엔 '에세이'인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쉽게 다가갈 수 있었고 읽다보니 '시'라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그저 부담없이, 마음을 비우고 다가가면 어느새 나에게 손을 내밀고 내 마음을 어루만져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중 마음 깊이 남았던 시들이 있었습니다.

<속수무책>


빗줄기가 촘촘하게 허공을 썰어냅니다.

단단한 저 은빛 날에

베어지는 생각들

베어져 흩뿌려지는 상념들.

한 방향으로 한 방향으로만

바람이 떠밀고 있는 밤,

들판에 서 있는 풀이 되어봅니다.

가만히 목을 내어봅니다.

비오는 날 창문을 열고

엎질러진 어느 날을 흘려보냅니다. - page 49

이 시는 지금의 계절과 너무나도 맞아떨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바람에 떠밀리는 낙엽들......

그 속에 흩뿌려진 상념들......

이 시를 읽고 한참을 창밖을 바라보았습니다.

열어둔 창문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이 시를 가만히 읊어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이 시.

<멀리서 가까이서 쓴다>


멀리 있거나 가까이 있거나

그리움의 필체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피었다 지는 것도

꽃이 계절에게 쓰는 편지입니다.

'덧없다'에는 모든 경계를 허무는 헛헛함이 있습니다.

산 사람이 죽은 사람과 쓸쓸하게 연대되는 느낌.

언젠가는 잊힐 줄 알면서도 그리워하는 사이,

계절이 멀리서 가까이서 꽃을 놓아줍니다.

한 사람이 지면 어딘가 그 사람이 핍니다. - page 203

요즘들어 느끼는 '인생무상'함......

삶의 덧없음......

가슴 아프고 믿기지 않는 현실이지만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음에 멀리서 가까이서 그를 놓아줍니다......


저자가 앞서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좋은 시를 읽으면 그날은 하루가 선물입니다.

시가 곂에 있다는 느낌이

좀 더 고독해도 된다는 위로 같았습니다. - page 4

책을 읽으면서 시들이 저에게 다가와 위로를 해 주었습니다.

좀 더 고독해도 된다는......

때론 지치고 힘들 때 가끔 꺼내 먹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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