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사소한, 지독히 아득한
임영태 지음 / 마음서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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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살며시 제 가슴에 와 닿았었습니다.

『지극히 사소한, 지독히 아득한



책의 띠지에 적힌 문구를 보니 이 소설은 그리 쉬운 소설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인생은 -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소설을 읽고 난 뒤 잠시나마의 휴식을 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인생에 대해......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바쁘게 살아간 요즘에 넌지시 저에게 이 책은 이런 질문을 남겨주었습니다.

당신에게 인생은 어떤 의미인가요......


소설 속 주인공은 지방 소도시의 한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한 남자, 그것도 환갑을 막 넘긴 이의 이야기로 진행이 됩니다.

편의점 속에 오가는 이들을 바라보며 책의 제목처럼 지극히 사소한, 지독히 아득한, 그런 평범한 일상이 그려지곤 합니다.

나는 계산대 안으로 들어가 점퍼를 벗고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고는 눈으로 매장을 훑으며 잠시 가만히 서 있었다. 근무를 시작할 때의 습관이다. 교대를 마치고 계산대 안에 들어가면 마치 우주선에 탑승한 기분이 든다. 광활한 우주에 혼자 떠 있는 작은 우주. 과장된 상상이지만 편의점에 그런 적막한 이미지가 부여되고 나면 경쾌한 비장감이 가슴에 얹힌다. - page 14

그러고나면 아내 역시도 편의점에서 낮근무를 하기에 그들은 마치 교대를 하는 것마냥 그런 생활이 이어지곤 합니다.


먹고사는 일에만 무심했던 그의 모습.

이는 마치 우리에게 당신은 왜 일을 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았습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나는 고개를 떨어뜨린 채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온갖 궁리를 해보았지만 먹고 살길이 막막했다.

이게 무슨 꼴인가.

평생 돈 버는 일이 너무 어려웠다. 아니, 돈을 벌어야겠다고 애쓴 적이 없었다. 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다고,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 page 41


늘 쪼들려 살면서도 나는 돈 버는 일에 열심이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먹고사는 일에 무심했다. 집을 마련하고, 아이를 좋은 학교에 보내고, 노후를 준비하고, 이런 것들에 저당 잡혀 사는 인생을 시시하게 생각했다.

혹시 쌀이 떨어져 굶어 죽을 상황이 된다면 그 전에 죽으면 된다. 먹는 문제는 산 자에게나 필요하고 위협이 되는 일이지 죽은 자에겐 아무것도 아니니까. 그러니 먹고사는 일 따위에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결혼하기 전부터 '생활'이라는 것을 대하는 나의 태도였다.

그렇다고 생활 이상의 거창한 목표가 따로 있지는 않았다. 다만 먹고산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 노동한다는 것, 인간의 삶이라는 게 그런 것만으로 채워져선 안 된다고 믿었다. 뭔가 의미를 추구하며 살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도 무슨 열망은 아니었다. 기질적으로 나는 무언가를 강렬하게 열망하거나 동경하는 게 없었다. - page 125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주인공은 과연 '인생'이란 어떤 것인지 깨달으면서 앞서 이야기했던 '인생은 살아가는 것이다'라는 결론을 지으며 이야기는 끝을 맺었습니다.


책을 읽고난 뒤 다시 <작가의 말>을 되짚어 보았습니다.

그가 전하고자했던 '살아가는 일'.

이 말이 울림으로 남았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몫의 돌을 굴려 올리며 그 숙명 안에서 자기 존재의 긍지를 찾는다. 세상 누구인들 열심히 살았다고 말하지 못할 것인가. 비굴한 아첨도 허세도 뻔뻔함도, 남의 심장에 대못을 박는 일마저 아무튼 저마다의 고군분투이다. 그런 눈길로 바라보면 모든 삶이 눈물겹다. 저마다 시시포스의 발걸음이다. 고단했다는 것으로 인생이 다 정당화될 순 없겠으나 연민과 위로는 남아야 하리라는 것, 그것이 이 소설들에서 내가 길어 올리려 했던 것이다. - page 8

현실의 무게가 우리의 삶을 짓누릴지언정 우리는 그럼에도 살아간다는 것.

그것에 감사와 위로를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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