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도 퇴근이 필요해
케이티 커비 지음, 박선령 옮김 / 살림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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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천사와도 같은 아이가 나에게 찾아왔을 때의 기쁨도 잠시......

아이와의 24시간 밀착생활은 생각처럼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특히나 아직도 '엄마'이기에 많이 부족함을 느끼기에 아둥바둥거리기 일쑤!

그러다 '사이다' 발언같은 책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아도 근이 필요해

제목부터 폭풍 공감!

"이 책은 육아의 정답을 찾으려는

엄마들을 위로하는 폭풍 공감 에세이다!"

진작에 나왔다면......

매일 밤 자책과 괴로움에 시달리지 않았을텐데......

그래도 이 책을 받아드는 순간, 일찍이 아이를 재우고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책을 펼치면 보이는 문구가 있습니다.

나한테, 엄마는 완벽해요.

이 문장을 보자마자 불안했던 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경고 혹은 이 책의 요점>을 보면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나는 아이들을 사랑한다. 온 마음을 다해 정말 사랑하지만, 작은아들이 재미 삼아 시리얼 한 통을 전부 바닥에 흩뿌리거나 큰아들에게 제발 신발 좀 신으라고 137번이나 말했는데도 여전히 양말만 신은 채 느긋하게 돌아다닐 때는 미칠 듯이 짜증이 나기도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그저 조금 더 술을 마시고 싶을 뿐이다. - page 11


아이들이 하늘의 선물이라는 건 누구나 아는 일 아닌가! 다만 여러분을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온 가족이 돈을 모아서 산 매우 값비싼 선물 같은 존재라는 게 문제다.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선물이니까 어쩔 수 없이 날마다 사람들 앞에서 착용해야 하는, 지나치게 요란한 장식이 달린 팔찌랄까.(이것도 물론 비꼬아서 표현한 것이다) - page 12


음......

기존의 육아서와는 완전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특히나 '추추신'에선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추추신 이 책에는 상소리가 자주 등장한다. 미리 사과하겠지만, 가끔은 욕을 내뱉는 게 중요하고, 현명하며, 또 재미도 있다는 걸 다들 알 것이다. - page 16

사실 그동안의 육아서들은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기에 무조건 아이에게 잘 해 주어야하고 '완벽한 육아'에 대한 조언들을 강조하였다면 이 책은 완벽하게 불완전한 부모들에게 당신의 육아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당연한 삶의 이치라는 것을 일깨워주었습니다.

한 마디로 표현을 하자면 '공감'과 '위로'.

마치 책을 읽으면서도 너무나도 친한 친구와 '육아'에 대한 '수다'를 떠는 것마냥 즐겁게 읽으며 잠시나마 '육퇴'를 할 수 있었습니다.


책 속에서도 <집착을 버리자>에선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니 부모가 되었다고 해서 항상 옳은 일만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최선을 다해 헤쳐나가면서 아이들이 따스한 곳에서 배부르게 먹고, 듬뿍 사랑받으면서 행복감을 느낀다면 적어도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있는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밖에 비가 내려 나갈 수 없을 때 갑갑함 때문에 제정신이 아닌 아이들을 진정시키려고 영화를 틀어준다고 해서 아이들이 자연 발화를 일으키지 않는다. 몇 시간 동안 식물원을 돌아다니면서 아이들이 예쁜 꽃을 꺾는 걸 막느라 애썼던 지난 주말의 일을 잊었는가.

또 진지하게 말하는데, 아이들이 방금 플라스틱 주전자에 담아준 당근 달걀 수프를 먹는 척하는 대신 가끔 휴대 전화를 들여다본다고 해서 아이들에게 뭐 얼마나 심각한 정서적 문제가 생기겠는가. - page 324 ~ 325


전반적으로 볼 때 나는 잘하고 있는데 왜 계속 자책하는 걸까. 왜 우리는 부모로서 늘 죄책감을 느끼는 걸까. 우리가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유일한 부분은 우리가 느끼는 죄책감의 정도다. 죄책감은 우리의 육아 경험을 망쳐놓고, 우리의 관심을 아이들이 아닌 다른 곳으로 돌리며, 서로 다투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경쟁이 아니며 상금이나 멋진 트로피도 없다. 그러니 만약 일이 상상처럼 진행되지 않는다고 해도 속았다는 기분을 느끼거나, 그 일에 계속 사라잡히거나, 다른 사람을 보면서 나보다 낫다고 생각하지 말자.

그냥, 집착을 버리자.


정말 중요한 이들에게만 집중해야 한다. 그들은 여러분을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기 때문이다.(사마귀나 다른 모든 걸 포함해서) - page 327 ~ 328


책을 읽고나서 그동안 나의 육아를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제 육아엔 '제'가 없었습니다.

그저 다른 이들과 비교하며 나는 좋은 부모가 아니라는 자책밖에 없었기에 보다 아이에게 집중해야할 때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점에서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부모'란 그저 '완벽한 육아'를 한다고 그들을 좋은 부모라고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자신에게, 아이에게, 가족에게 집중하고 있는 그대로를 사랑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좋은 부모, 좋은 가정이란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육아에 허덕이는 부모들에게 이 책은 한 잔의 여유를 제공하는, 진정한 '육퇴'를 선물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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