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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편지 - 붙잡고 싶었던 당신과의 그 모든 순간들
이인석 지음 / 라온북 / 2017년 9월
평점 :
나무들이 저마다 붉게, 노랗게 물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완연한 가을.
그래서 하늘도 그리 맑고도 쾌청한가 봅니다.
가만히 앉아 불어오는 가을바람을 맞으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다보면 문뜩 '손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아무래도 가을바람에 마음 한 구석이 시려서 그런 것이겠지만......

『당신의 편지』
책 표지에 적힌 문구도 인상적입니다.
그리운 날, 조심스럽게 꺼내 읽었을
마음들을 당신에게 보냅니다.
그 마음.
저도 같이 공감하고파 이 책을 읽었습니다.
<프롤로그>를 읽으면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그 흔하던 빨간 우체통이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 밤새 편지를
쓰고 곱게 접어 봉투에 넣고 우표를 붙이던 날들도, 혹시 우표가
떨어지지 않을까, 비가 오는데 편지가 젖지는 않을까 마음 졸이던
날들도 이제는 없다.
이 책은 사랑이 사랑에게 보낸 마음이 제대로 도착할 때까지
몇 사람의 손을 거쳐야 했던 그런 날들의 이야기다. 자전거를 타고,
차를 타고, 배를 타고 다시 차를 타고, 자전거를 타고서야 사랑이
사랑에게 도착했던 어떤 편지들의 이야기다. - page 4
저도 어린 시절에 길가에 우두커니 서 있던 빨간 우체통이 있었습니다.
2개의 입을 가진 빨간 우체통.
그 속에 편지를 넣을 때의 두근거림과 설레임.
편지를 쓸 때의 내 마음이 잘 전달되기를 바라며 한 자 한 자 써내려간 편지.
그리고 언제쯤 도착할지 기다리고 기다렸던 그 시간들.
그 모든 것이 합쳐져 비로소 상대방에게 전달되었을 때의 감동.
왠지 이 책 속의 편지들도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묻어져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인지 각각의 편지들을 읽을 때마다 잠시나마 그 편지에 묻어있던 감정과 내 마음의 이야기가 공존하며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저에겐 아무래도 '연애 편지'가 인상깊게 다가왔었습니다.
지금은 SNS의 발달로 보다 빠르고, 쉽게 감정을 전달할 수 있어서 좋기도 하지만 아날로그적인 가슴 떨림과 기대감은 조금 떨어지는 점이 아쉽기도 합니다.
특히나 <허임구가 호항자에게> 쓴 연애편지 속에 이야기입니다.
모든 사람은 혼자보다 곁에서 도와주고 밀어주고 받들어줄 사람
이 있는 게 없는 것보다 좋고 나으리란 것을 알 것이나, 그 대상자
가 누구라는 것을 애초부터 정해놓는 게 아니며 시간을 두고 자연
히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되는 사람, 누구보다 잘한다고 인정받는 사
람....... 쓰다 보니 방향이 어긋나간 것 같군!
그 언젠가는 서로를 확실히 알 수 있을 때가 올 것으로 생각해! - page 76
이런 사랑의 애잔한 그리움은 편지이기에 가능한 감정은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그리고 친구편지 속에선 친구이기에 서로의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음에 그들만의 위로 방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앞으로 27개월. 까마득한 이 생활이 너무도 고달프고 내 생
리에는 안 맞는 것 같아.
저녁에 잘 때면 한숨과 눈물이 절로 솟는 것은 아마 마음이 약해서?
이런 생활에 잠겨보지 않은 자네들은 이해하기가 무척 힘들겠지.
이제 겨울이 찾아오고, 끔직하기만 하다.
그저 '죽으나 사나 세월아 구보로 가라'만 생각하면서 죽는 셈치고
생활하려니 마음속엔 자꾸 갈등이 생긴다.
이런 소린 어울리지가 않겠군.
어제가 무슨 날인지 혹시 자네들 기억하나?
내 생일이었지. 혼자만 알고 축하하고 감사하고.......
오히려 다른 때보다 더욱 불안한 하루를 보냈다네. 밤에 자려니까
서글프더군. 어린애 같은 생각이겠지만 입대 전의 생일은 그래도 괜
찮았는데....... - page 227 ~ 228
그들의 편지를 읽으면서 조금은 눈물이 났었습니다.
그 시대의 사람들......
돌이켜보니 제 부모님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들도 저처럼 젊은 시절이 있었고 그 속엔 사랑, 우정, 가족이 있었기에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였을 '편지'.
그 편지를 읽게되면서 그 속의 그들의 마음을 전달받을 수 있었기에 큰 감동으로 한동안 제 가슴을 울리곤 하였습니다.
깊어만 가는 가을.
그 속에서 내 주위의 사람들을 향한 '편지'를 써보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툴게 표현될 지 모르지만 진정성 담긴 글자 속 울림.
그 울림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