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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키퍼스 와이프
다이앤 애커먼 지음, 강혜정 옮김 / 나무옆의자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눈에 띈 영화가 있었습니다.
<주키퍼스 와이프>
여성판 '쉰들러 리스트'라고 하였기에 더 관심이 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회자되면서 전쟁의 참혹함을 알려준 '2차 세계대전'.
그런데 영화보다 우선 책이 먼저 출간되었기에 영화와 다른 책의 감동을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상처 입은 동물원에서 일으킨 기적
특히나 이 이야기는 바르샤바동물원장 부부의 실화라는 점에서 더 큰 기적으로 다가올 것 같았습니다.
기나긴 연휴기간.
그 기간 속에서 기적을 꿈꾸고 싶어 책을 읽었습니다.
'얀'과 '안토니나'는 폴란드인으로 동물들을 보살피는 사육사였습니다.
그들이 운영하는 바르샤바동물원은 바르샤바 시민들에겐 휴식과 문화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었고 그들은 동물들과 교감을 하며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되살리는 노력을 하며 평화롭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독일은 폴란드를 침공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것입니다.
안토니나는 당국의 명령으로 피난을 가야했고 얀은 징집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폴란드가 독일에 항복을 하며 안토니나는 다시 동물원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얀은 독일 장교이자 베를린동물원장인 '루츠 헤크'에게 돼지농장을 제안하면서 본격적으로 유대인들을 돕기 시작합니다.
언제 발각될 지 모르는 동물원 속의 유대인들.
그들을 돕는 이 부부는 여러 위기 속에서도 꿋꿋이 이겨내며 마침내 그들의 동물원인 바르새바동물원을 만나게 됩니다.
전쟁으로 페허가 된 그 곳.
그 곳도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예전의 동물원의 모습을 보이게됩니다.
나치의 인종정책에 맞서 부부의 이야기.
그들의 이야기는 책장을 덮어도 여전히 가슴속에 남아있었습니다.
고통을 초월하여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는 방편으로 랍비 샤피라가 아름다움 . 신성함 . 자연에 대한 명상을 권했다면, 안토니나는 빌라를 사향쥐 . 수탉 . 산토끼 . 개 . 독수리 . 햄스터 . 고양이 . 새끼여우 같은 천진난만한 생명들로 채웠다. 이들이 빌라 사람들을 평범하면서도 진기한 변함없는 자연의 세계로 데려다주었다. 서로 다른 종들의 요구와 리듬이 어울린 빌라의 독특한 생태계와 일상에 집중하다 보면 마음의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동물원 주변에는 여전히 나무와 새와 정원이 있었고, 향긋한 릴넨 꽃들이 향낭처럼 주렁주렁 달린 고운 풍경이 펼쳐졌다. 날이 저물면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하루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러한 감각의 어우러짐은 나치의 소름끼치는 만행을 경험한 뒤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손님들에게 더욱 절실한 것이 되었다. - page 208 ~ 209
은밀함, 신의 섭리, 그리고 무엇보다 밤이면 누워서 잠에 곯아 떨어져도 좋다는 믿음처럼. 잠재의식 속에서 사람을 안심시키는 것들. 게토는 실로 많은 사람들에게서 그 미묘한 일상의 신비주의 의식들을 빼앗아버렸다. 마우리치는 자신의 책과 자신을 실재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준 증명서들 가까이에서 잠들었다. 천진난만한 햄스터와 함께. 무엇보다 사랑하는 막달레나와 같은 지붕 아래서. 사랑하는 사람이 죽지 않았으며, 편안히 머물 공간이 있고, 자신의 심장이 아직 따뜻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비로소 희망을 느꼈을 것이라고 안토니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게토에 살면서 잃어버린 기쁨과 환희의 순간, 감정"까지 되살아났으리라고. - page 262
책의 마지막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많은 구조자들은 목숨을 걸고 생명을 구한다는 숭고한 원칙을 지켰지만 결코 자신을 영웅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당연히 할 일을 했다는 것이 그들의 전형적인 반응이었다. 언젠가 얀은 이렇게 말했다. "그저 의무를 다했을 뿐입니다. 누군가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면, 당연히 그래야지요."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우리는 그것이 옳은 일이니까 했을 뿐입니다." - page 398 ~ 399
이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지금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이 전해준 '기적과도 같은 희망'.
우리가 살면서 잊지 말아야할 것임이 분명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