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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온도 -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하명희 지음 / 북로드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지금 한창 드라마가 반영 중입니다.
<사랑의 온도>
좋아하는 '서현진' 배우가 나온다기에 눈길이 갔었는데 우선 책으로 출간되었다고 하여 드라마를 보기 전 책을 먼저 읽어보기로 하였습니다.

"우린 항상 내가 너보다 빠르거나
네가 나보다 빨라.
모든 걸 잊으려면,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길밖엔 없다."
책의 뒷표지에 적힌 문구가 의미심장하였습니다.
아무래도 사랑의 이야기에 빠질 수 없는 주인공들간의 엇갈림을 암시하는 것이겠지만......
스물여섯 청춘의, PC통신에서의 사랑이야기.
조금은 느리지만 그때의 그 마음을 기억하며 책의 첫 장을 펼쳐보았습니다.
'착한 스프'라는 대화명을 가진 그, 온정선.
그는 프랑스 요리사 출신으로 양파 수프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이 남자.
여자를 배려하는 것인지 내면을 명확히 알 순 없지만 소설 속에서 그려진 그의 모습은 우유부단하며 중요할 땐 회피하는 경향을 나타내어 그들의 사랑이 가까워질 듯 가까워지지 않는 모습이 그려지곤 하였습니다.
그리고 '제인'이라는 대화명을 가진 여자, 이현수.
그녀는 방송작가 지망생이고 그를 온라인 동아리에서 채팅으로 만나게 되는데 점점 그에게 끌려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은 서로의 방향이 달랐던 것일까......
쉽사리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또 한 명의 여자, 지홍아.
그녀는 '우체통'이라는 대화명을 가지고 그와 채팅창에서 인연을 맺게 됩니다.
사실 그녀는 결혼을 하였지만 애인을 곁에 두는, 모든 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은, 팜므파탈같은 여성으로 그려집니다.
마지막 한 남자, 박정우.
현수를 좋아하지만 그녀는 이미 다른 곳을 향해 있기에 그녀의 곁에서 맴돌고 있습니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다른 하나이ㅡ 문이 열려. 닫히는 문만 바라보고 서 있으면, 열리는 문을 보지 못해." - page 77
이 4명의 청춘들이 그리는 사랑의 모습은 지금의 감성으로 다가가기엔 사실 답답한 면이 없지않게 있습니다.
아무래도 PC통신시대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깔려있기 때문인 듯 합니다.
그렇기에 소설을 읽고난 뒤엔 진한 사랑의 여운이 남곤 하였습니다.
'사랑'을 이야기할 때 흔히 '운명'을 운운하곤 합니다.
5분 일찍 떠난 시침은 5분 뒤로 돌리지 않는 한 정확한 시간을 맞출 수 없다. 시계의 5분은 뒤로 돌리면 되지만, 인간에게 엇나간 타이밍은, 신이, 보이지 않는 강한 손이, 맞춰 주지 않으면 계속 엇나간다. 인간은 그걸 운명이라고 부른다. - page 196
이 운명으로 하여 그들에게도 사랑이 그리 순조롭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더 사랑이 애틋한 것일까......
소설 속에서 '사랑'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사랑이란 상대방에게 철저히 낮아지는 마음이다. 사랑하면 할수록 낮아지고 낮아져서 그 상대를 위해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 느끼는. - page 228
이 사랑 앞에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그들의 사랑 속에 잠시나마 빗대어 보곤 하였습니다.
다시 책의 앞장을 펼쳐보았습니다.
"당신은 사랑을 하며 고독을 견딜 수 있습니까?"
과연 나라면 그 고독을 견딜 수 있을지......
느렸지만 그만큼 깊이가 있었던 그들의 사랑이 다시금 되새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