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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평점 :
올 봄에 일드에서 <츠바키 문구점 - 가마쿠라대서사 이야기>를 보았었습니다.
간만에 가슴 훈훈한 드라마를 보았기에 인상 깊게 남았었는데 이번에 책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츠바키 문구점』
드라마에서 느꼈던 감동을 그대로 받을 수 있을까......
책을 펼치기 전 다시 드라마의 잔상이 남았었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츠바키 문구점의 주인 '아메미야 하토코' - 다들 '포포'라고 부른다-의 이야기입니다.
에도시대부터 내려온 전통 있는 대필가 집안.
옛날에는 서사라고 했던 직업으로 지체 높은 사람이나 영주님의 대필을 생업으로 해왔지만 요즘 시대에 대필가는 축의금 봉투에 이름을 쓰거나, 기념비에 새길 글을 쓰거나, 명명서나 간판, 사훈을 쓰는 것이 주요 업무 입니다.
먹을 갈고 천천히 글을 쓰는 것.
그리고 봉투의 우표까지 신경쓰는 것.
아무리 아름다운 글씨를 써도 상대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 page 26 ~ 27
그렇게 여름부터 시작하여 봄까지의 사계절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사연과 함께 선대와의 오해가 조금씩 풀리며 이야기는 끝을 향해 달려갑니다.
책 속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누군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과자 선물을 들고 간다고 치자. 그럴 때 대부분은 자기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가게의 과자를 들고 가지? 개중에는 과자 만들기가 특기여서 직접 만든 것을 들고 가는 사람도 있을 테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게에서 산 과자에는 정성이 담겨 있지 않다고 할 수 있겠냐?"
선대가 물었지만, 나는 묵묵히 다음 말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자기가 직접 만든 것이 아니어도, 제과점에서 열심히 골라 산 과자에도 마음은 담겨 있어. 대필도 마찬가지야. 자기 마음을 술술 잘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은 문제없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을 위해 대필을 하는 거야. 그편이 더 마음이 잘 전해지기 때문에. 네가 하는 말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세상이 좁아져. 옛날부터 떡은 떡집에서, 라고 하지 않니. 편지를 대필해주길 바라는 사람이 있는 한, 우리는 대필업을 계속해나간다, 단지 그것뿐이야.' - page 53 ~ 54
우리에겐 친숙하지 않은 '대필가'.
하지만 그들이 있기에 다른 이의 간절한 마음을 전달할 수 있음에 매력적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요즘은 다른이에게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이 메신저나 SNS가 있습니다.
하지만 편지와는 달리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이모티콘'이 있고 줄임말들이 있어 자칫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잠시나마 '손편지'에 대해 생각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편지를 쓰기 위해 편지지 고르는 것부터 시작하여 첫 마디는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고민하는 등......
한 자 한 자 눌러담은 글씨에 담긴 마음.
그리고 오랫동안 남는 편지......
왠지 저 역시도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었습니다.
소설에서 인상깊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후회를 하지 않는다는 건 있을 수 없어요. 이랬으면 좋았을 텐데, 그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고 말이죠. 나도 줄곧 그렇게 생각했으니까요. 그렇지만 어느 날 깨달았답니다. 깨달았다고 할까, 딸이 가르쳐주었어요. 잃어버린 것을 찾아려 하기보다 지금 손에 남은 것을 소중히 하는 게 좋다는걸요. 그리고......." - page 305
나에게 잃어버린 것.
아무래도 '아날로그적 감성'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지금 손에 남은 것, 내 주위의 사람들과 지금의 내 마음.
이 역시도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내 곁에 있는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