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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막의 게르니카
하라다 마하 지음, 김완 옮김 / 인디페이퍼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명화 속엔 그림 외의 무언가를 담고 있습니다.
화가의 이야기, 그 시대적 이야기......
지적 호기심을 두드리는 전율의 아트 서스펜스!
이 문구가 저의 호기심을 자극하였습니다.

『암막의 게르니카』
사실 <게르니카>라는 작품은 '피카소'의 명작 중 하나인데 그 속엔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작가가 펼쳐줄 그림과 이야기.
벌써부터 기대되었습니다.
소설은 두 개의 시점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현재의 '요코'와 과거의 '도라'.
우선 현재의 '요코'의 시선을 따라가보면 요코는 MoMA의 회화 및 조각 부문 큐레이터로 9.11 테러로 남편을 잃고 피카소의 전시를 기획하던 중 게르니카에 대해 전시를 기획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스페인으로 간 뒤 원본의 대여가 불가능하였습니다.
그래서 UN 기자회견 뒤에 있던 <게르니카>의 태피스트리가 '암막'에 가려져있음에 이야기는 전개가 됩니다.
과연 누가 암막을 친 것일까?
그녀는 <게르니카>를 전시할 수 있는 것일까?
과거의 '도라'는 피카소의 연인으로 그 당시 파리 만국박람회의 스페인관을 위한 자리에 피카소에게 그림 의뢰가 들어옵니다.
무엇을 그려야할지 오랜 고민 끝에 자신의 고향에 전쟁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그 참혹한 현장을, 비극과 고뇌의 모습을 그 나름의 표현방식으로 그려냅니다.
예술가로써의 모습을, 그의 작품으로써 우리에게 전한 메시지......
두 시점이 교차를 하면서 이루어진 이 소설은 닮았지만 닮지않은, 하지만 그 공통점은 '전쟁'이나 '무기'앞에 나약해질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모습,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 알 수 없는, 그렇기에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피카소의 작품은 난해하면서 여성편력이 있기에 그의 작품에 대해 큰 인상을 가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소설을 통해 <게르니카>의 진정한 의미, 예술가로써의 피카소를 저에게 다시 재조명할 수 있어서 좋은 기회였습니다.
책 속엔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피카소의 56년 인생 속에서, 또한 화가가 되어 창작한 모든 작품들 속에서 아마 최고의 걸작이 될 한 점. 또한 미술사상 가장 강렬하게 전쟁과 평화의 의미를 묻게 될 작품.
이것은 검이 아니다. 그 어떤 병기도 아니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어두운 색의 그림물감을 칠한 캔버스. 단순한 그림 한 장일 뿐이다.
하지만 검보다도, 그 어떤 병기보다도 강하게, 예리하게, 깊게 인간의 마음을 도려내는.
세계를 바꿀 힘을 가진 한 장의 그림. - page 132 ~ 133
-<게르니카>는 반전의 심벌이자 '피카소의 전쟁'의 상징이야. 그리고 그건 '우리의 전쟁'의 상징이기도 해.
피카소의 전쟁. 그것은 곧 우리의 전쟁.
알겠니, 루스?
피카소가, 우리가 싸우는 적은...... '전쟁' 그 자체란다.
우리의 싸움은 이 세계에서 전쟁이라는 이름의 폭력이, 악의 연쇄가 사라지는 날까지 계속될 거야. - page 245 ~ 246
그렇다. 그 말이 옳다. 자신이 『피카소의 전쟁』전을 통해 하고 싶었던 일은 바로 그 한 가지였다.
우리는 단연코 싸울 것이다. 전쟁과. 테러리즘과. 어둠의 연쇄와. 우리는 피카소의 의지를 계승해, 미술을 통해 싸우는 것이다. - page 274
이것이 아마 예술의 힘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한 장의 그림으로 전쟁을 멈추겠다는 것.
회화의 힘.
그 속엔 우리의 모습이, 우리의 목소리가 담겨있기에 가능한 것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이 땅에 없어야할, 전쟁과 테러리즘, 어둠의 연쇄들.
언제쯤이면 사라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