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아날로그
김화진 지음 / 오렌지연필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점점 차가운 바람이 마음을 스치는 요즘.

이맘때면 '로맨스'에 빠져들곤 합니다.

남녀 주인공들의 사랑 속에 빠져들다보면 어느 새 내 가슴에도 핑크빛이 맴도는 것 같아 기분이 묘하면서도 설레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아날로그』

다시금 아날로그 방식의 카메라나 손편지 등이 유행을 하는데 이 책의 사랑 역시도 왠지 그런가 봅니다.

옛 감성에 젖어들며......


두 사람, '도지태'와 '안아록'.

이들의 우연은 우연이 아닌 인연이었습니다.


우선 '지태'는 고수입을 올리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그마한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입니다.

그는 어릴 적 입양되었지만 남부럽지 않게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왔지만 그런 그에게 아버지가 간절히 바라는 소원이 있습니다.

아버지의 소원은 아들이 이제 그만 참한 배필을 만나 단란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었다. 아들을 기르면서 단 한 번도 이래라 저래라 해본 일이 없는 아버지가 내보인 처음이자 단 하나의 요구였다. 아버지는 아들이 어서 자신의 가족을 갖기를 바랐다. 아들과 피가 섞이지 않았다 하여 진짜 가족이 아니라고 여긴 적은 하늘을 우러러 단 한순간도 없었지만 아들이 결혼을 하고 자녀를 두어 이루는 가족이야말로 진짜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아내가 죽고 나서부터였을 것이다. 그때 이후로 아버지에게는 아들의 가슴에 뿌리박힌 공허가 부쩍 들여다보였다. 그 공허가 어쩐지 마음에 아슬아슬했다. - page 13


그리고 '아록'은 대학 졸업하고 스물일곱 살이 되도록 백수, 부모한테 얹혀사는 캥거루족입니다.

그런 그녀에게 엄마의 청천벽력같은 통보.

"말이야 바른 말이지, 우리는 지금껏 너한테 할 만큼 했다. 공부 시켜줄 만큼 시켜줬고, 이날 이때껏 먹여주고, 재워주고, 입혀줬고. 안 그래? 이거 너 어릴 때 받은 세뱃돈이랑 친척들이 주신 용돈, 엄마가 맡아두었던 거. 보관했다가 나중에 준다니까 너 못 믿는다 그랬지? 하지만 봐라. 이렇게 딱 돌려주잖아, 정직한 네 엄마가. 심지어 더 보태기까지 해서. 네 아빤 한 푼도 더 얹어주지 말라고 하셨지만 어 알다시피 이 엄마가 워낙 여린 사람이잖니. 우리가 줄 수 있는 건 이게 전부야. 이젠 네 인생, 네가 알아서 살아." - page 24 ~ 25


그런 그와 그녀의 만남은 '여우비'가 우선이었습니다.

뜬금없이 내린 비.

우산이 없었던 그녀에게 푸른 우산을 건네시며 친절을 베푸시던 복덕방 할아버지.

우산으로 들어온 그.

그녀의 선배와의 인연이 있던 그.

그녀가 선배의 학원에 알바를 하게 되는데 알고보니 근처 까페에서 일하는 그.

자꾸만 '우연'이라기엔 너무나 필연적인 만남이 이어지게 됩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열기 시작하지만......

너무 아름답게만 사랑할 순 없는 법.

그들에겐 각자의 상처를 간직하고 있었는데......

이 상처의 끝에 마주친 두 사람.


소매를 잡은 당신의 연약한 손에 매달리고 싶다.

나는 억울하다고, 일어날 일은 어떻게든 일어났을 거라고, 나 때문이 아니라고.

당신을 잃고 싶지 않다고.

변명하며 매달리고 싶다.

하지만 당신 앞에서 비겁하기 싫다.

이 지경이 되어서도 나는 당신에게 잘 보이고 싶은가 보다.

당신은 모를 것이다.

이렇게 소매를 잡아준 당신에게, 당신의 그 손에 내가 얼마나 고마운지를.

심해의 푸르고 사느란 빛으로 남을 사람.

건너다만 봐야 하는 무지개였던. - page 258 ~ 259

가슴 아리며 읽다보니 어느 새 그들의 사랑은 '무지개'와 닮아 있었습니다.


'사랑'은 사실 당사자만 잘 모릅니다.

그들의 우연같은 만남과 그 속에 이어졌던 인연의 끈.

조금씩 변화하는 그들의 모습.

사랑은 달콤하지만은 않다는 것.

하지만 모르기에 우리는 더 '사랑'에 빠져들고, '시련'이 있기에 그 극복 속에서 이루어진 '사랑'이 더 아름다운 결실을 맺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무지개처럼 잔잔하게 다가온 사랑이야기.

읽고나니 아련한 여운으로 남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