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사냥 - 합본 개정판
다니엘 최 지음 / 행복우물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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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15 광복 72주년.

올해는 유독 인상적인 일이 있었습니다.

하루 전 날인 8.14일 '위안부 기림일'.

일본의 조선인 강제징용부터 무구한 소녀들에게 뼈아픈 성노예 행위까지.

잊어서는 안 될, 또 잊혀져서는 더욱 안 될 역사적 진실에 오늘도 우리 국민들은 일본에게 소리없는 아우성을 외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더 특별했던 것은 광복 72주년 특별전으로 명성황후 추정 초상화가 공개되었습니다.

하지만 왕비라 하기엔 옷과 용모가 너무 초라하다는 점과 아직 명성황후의 진짜 얼굴임을 증명할 자료가 없기에 여전히 진위여부에 놓여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또다시 우리의 '역사'에 눈을 뜨기 시작하였습니다.



『여우사냥』

책 제목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명성황후의 시해 암호명인 '여우사냥'.

제목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하였습니다.

우리의 뼈아픈 과거.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의 국모'다웠던 우리의 '명성황후'.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하였습니다.


책의 두께는 실로 어마어마하였습니다.

2권의 합본이었던 터라 선뜻 앞장을 넘기기가 두렵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첫 장을 펼치는 동시에 마치 한 편의 대하드라마가 펼쳐지면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끔 하였습니다.


소설 속 '명성황후'는 '민자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녀는 어린 나이에 대원군으로부터 왕비로 간택을 받으며 '민자영'이 아닌 '명성황후'가 됩니다.

하지만 그녀의 지아비인 '고종'은 혼례를 치르기 전부터 이미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기에 그녀에게 작은 눈길조차 주지 않습니다.

어느 누구에게 기댈 곳 없었던 그녀.

하지만 그녀의 총명함 때문인지, 참고 기다린 인내의 결과인지 고종의 사랑을 얻어 아들을 낳지만 결국 세상을 등지고 맙니다.


국정에서부터 왕가의 일거수 일투족까지 자신이 관리하고자 했던 대원군.

점점 시아버지의 의중을 알아채고 고종과 명성황후는 자신들의 세력을 키우면서 쇄국을 풀고 서양과 수교를 맺어나갔습니다.

이런 와중에 일본은 조선 침략을 꿈꾸게 되고 결국 '여우사냥'이라는 작전명과 함께 우리의 가슴 아픈 역사가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책 속에서도 오늘날 일본인들의 모습이 그려지곤 하였습니다.

후일 일본은 공식적으로 발표하기를, 이 날의 거사는 일부 낭인들과 부랑자들이 벌인 우발적인 일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누구라도 여기에 모인 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 말이 얼마나 조작된 허구인지를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중에는 미국 하버드 대학 졸업자, 펜실배니아 대학 졸업자, 일본 동경대학 졸업자, 소설가, 신문사 특파원 등, 모두가 하나같이 쟁쟁한 인사들이 즐비했다. 그들 중에 단 한 사람도 건달패나 부랑자들은 없었다. - page 537

그저 자신의 눈만 가리면 진실이 가려지는 것일까.

왜 아직도 자신들의 만행을 또다른 거짓으로 가리기에만 급급한지 답답할 뿐이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당당하게 받아들였었습니다.

과연 나라면 할 수 있었을까......

그녀의 국모인 동시에 어머니로써의 모습이 그려진 대목에선 말없이 눈물이 나곤 하였습니다.

나는 죽어서도 곧 돌아올 것입니다. 봄에는 한 마리의 나비가 될 것 입니다. 궁궐의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며 저하의 곁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여름에는 제비가 되어 저하께 기쁜 소식을 물어다 줄 것입니다. 가을에는 한 마리의 까치가 되어 대궐의 용마루를 날아다니며 저하를 지켜드릴 것입니다. 긴긴 겨울밤, 외로울 때면 밤하늘을 보세요. 밝게 빛나는 별, 그것이 바로 이 어미입니다.

저하 머리 위에서 맴돌며 파닥거리는 나비, 지칠 줄 모르고 노래하는 새가 바로 세자의 어미이자 왕후인 나입니다.

저하, 이제 다 되었습니다. 일본인들의 사악한 눈길이 나를 노리고 있습니다. 나는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것입니다. 혹 운이 좋다면, 하루 이틀을 더 저하와 함께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죽음을 피하지는 않겠습니다. 조선 국모의 이름을 욕되게 살고 싶지 않습니다.

저하, 내가 없더라고 슬퍼하지 마세요. 일국의 군주란 만백성의 아버지입니다. 결코 눈물을 보여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국왕 전하를 잘 보필해 드리세요. - page 558 ~ 559


그리고 이어진 고종황제 폐하의 원한을 풀어드리기 위해, 명성황후의 시해범들을 찾아 다니며 벌어지는 복수극이 그려졌습니다.

그들이 부른 피의 저주.

결국 다시 그들에게 피로 돌아갔습니다.

여우의 저주 - 오사카에서 폭탄사고 발생

13년 전 조선에서 우리 우국지사들에 의하여 죽은 여우의 저주가 또다시 시작되었다. 본보는 몇 년 전에 호리구치 외무부 국장이 살해되고 이노우에 백작이 부상당한 사건을 일면 머리기사로 보도한 적이 있었다(1901년 6월 8일자 본보 참조).

그로부터 5년 후, 경찰과 헌병대에서 조선까지 수사관들을 보내어 그 범인들을 일망타진하였다는 소식에 대일본 황국의 신민들은 만세를 불렀다. 우리도 그 내용을 상세히 보도한 적이 있었다. 그것으로 모든 일이 끝난 줄만 알았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당시 그 작전에 참가했던 현 대본영 군수 참모가 살해되고, 그 당시의 수사관들이 한 달 간격으로 목숨을 잃은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게다가 어제 밤에는 13년 전 조선의 '여우사냥' 작전에 참여했던 일본의 우국지사들 여섯 명이 폭발물에 희생되는 사건이 오사카에서 터진 것이다. 그들 중 세 명은 생명이 위태롭다고 한다.

아, 진정 조선 여우의 저주는 다시 시작된 것인가. - page 780


마지막 페이지엔 우리의 만세운동이 펼쳐지며 소설은 끝을 맺었습니다.

"대한독립 만세!" - page 804


너무나 아팠던 과거.

이 과거를 마주하기가 사실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이런 비극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 위해 우리는 과거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아직도 자신들의 만행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일본.

우리의 촛불이 그러했듯 우리의 목소리가 그들에게 분명 전해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책을 덮고나서 가만히 '조수미'의 <나 가거든>이란 노래를 들었습니다.

명성황후가 아닌 민자영의 모습이 그려지곤 하였습니다.

왠지 그녀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이 전하고 싶었습니다.

당신이 있었기에 우리가 '조선'의 민족이었음이 자랑스러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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