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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 손님 (반양장) ㅣ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번 여름.
나에겐 찾아온 손님은 없었습니다.
그저 무더위와 뜬금없이 찾아오는 비.
그리고 반가운 '휴가'.
돌아보니 찾아 온 이가 없어 아쉬움이 남곤 하였습니다.

『그해, 여름 손님』
이 책이 유독 눈에 들어왔던 건 20th 람다 문학상 게이 소설 부문 수상작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게이 소설......
아직 접해보지 않았기에 호기심이 갔고 그들의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더 궁금하곤 하였습니다.
그해에 다가온 여름 손님.
어떤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것일까......
소설 속 주인공 부모님은 책을 출간하기 전 원고를 손봐야 하는 젊은 학자들을 도와주기 위해 여름마다 손님을 받습니다.
그해 여름 손님으로 온 미국 철학 교수 '올리버'.
피아노 연주와 책에만 빠져있던 소년 '엘리오'는 올리버를 본 순간부터 왠지 모르게 빠져듭니다.
엘리오는 이런 자신의 마음에 혼돈을 느끼지만 결국 인정을 하며 그에게 다가가 사랑을 나누게 됩니다.
때론 격렬하게, 때론 사랑스럽게......
하지만 올리버는 엘리오가 다가올 때마다 점점 자신이 가진 모든 걸 버리고 엘리오를 선택할 수 없음에 소설의 끝은 아쉬움과 그리움을 남겼었습니다.
그동안은 남녀간의 사랑에만 익숙해서 처음엔 저 역시도 '올리버'와 비슷한 심경이었습니다.
'나중에'라는 그의 말에는 항상 퉁명스러움이 있었다. '나중에 보자'나 '그럼 잘 있어'도 아니고 '안녕'은 더더욱 아니었다. 다정다감한 유럽식 응대를 전부 밀쳐내는 차갑고 강력한 인사말이었다. 그 말은 따뜻하고 진심 어린 대화가 이루어지는 분위기에 언제나 날카로운 쓴 맛을 남겼다. '나중에!'는 상황을 말끔하게 끝내지도, 여운을 남기지도 않았다. - page 44 ~ 45
너무나도 잔인한 그 말, '나중에'.
책을 덮는 순간에도 그 말이 메아리처럼 울렸습니다.
그들의 사랑 역시도 격렬하면서도 애틋하였습니다.
그래서 읽는내내 성별을 구별하기보다는 그저 사람과 사람의 사랑이야기에 집중을 하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난생처음으로 어딘지 무척 소중한 곳에 도착한 느낌, 이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영원히 나이기를 바라는 느낌, 두 팔이 후들거릴 때마다 완전히 낯설지만 익숙하지 않은 건 아닌 무언가를 찾은 듯한 느낌이 언제나 나와 함께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내 삶의 일부였지만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찾지 못한 것을 그가 찾도록 도와준 느낌이었다. 꿈이 맞았다. 마침내 집에 온 느낌이었다.
그동안 난 어디에 있었던 거지? 올리버, 내가 어릴 때 당신은 어디에 있었나요? '이게 없는 삶은 무슨 의미일까?'라는 질문이기도 했다. 끝에서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그만둔다면 난 죽을만큼 괴로울 거예요. 그만둔다면 난 죽을 만큼 괴로울 거예요."라고 말한 사람이 그가 아니라 나인 이유였다. - page 167
사랑에 빠지면 느낄 수 있는 이 느낌.
그들의 사랑 속에서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소설이 매력적으로 다가온 이유는 아마도 동성간의 사람을 다룬 점도 있었지만 결국 '사랑'이란 누구나 느끼는 순수하면서도 진실된 감정임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사랑 속에는 김춘수의 <꽃>이 떠오르게 하였습니다.
"네 이름으로 나를 불러 줘. 내 이름으로 너를 부를게." 태어나 처음 해 본 일이었다. 그를 내 이름으로 부르는 순간 나는 그 전에, 어쩌면 그 후에도 타인과 공유한 적 없는 영역으로 들어갔다. - page 167
서로에게 '꽃'으로 다가왔지만 그 아름다움이 영원하지 않음이 안타까웠습니다.
무덥게 다가왔던 이번 여름.
이 소설을 읽으며 마지막 여름 손님을 맞이하였습니다.
잔잔한 여운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