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우스프라우
질 알렉산더 에스바움 지음, 박현주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제가 책을 읽게 된 계기를 마련해 준 책이 있습니다.
『제인에어』와 『안나 카레니나』
어릴 적 책에는 도통 관심이 없었는데 무심코 따라갔던 도서관에서 발견한 이 책들.
아무 생각없이 빌려 보았는데 그 때의 그 감정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고 생생히 남아있었습니다.
특히나 이 두 소설은 서로의 모습이 달랐기에 더 인상 깊게 남아있었고 그 여운이 남아 서재에 고히 간직하며 간간히 읽곤 합니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이 책, 『하우스프라우』.
이 책의 소개글에서 <현대판 안나 카레니나>로 독자와 평론가들의 관심을 모았다고 하였습니다.
또다시 제 마음이 두근거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고전으로 읽었던 『안나 카레니나』에서의 안나 카레니나는 현재에 어떤 모습을 지니고 있을지 너무나 궁금하였습니다.
또다시 시작될 한 여성의 이야기.
그 속으로 빠져들어갔습니다.
책의 제목인 '하우스프라우'는 원래 가정주부라는 독일어라고 하였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인 '안나'는 서른 후반의, 은행에서 근무하는 스위스 남편을 둔, 두 아들과 딸 하나를 둔 가정주부입니다.
그녀는 남편을 따라 스위스에 오게 되면서 겪는 과정이 그려집니다.
그녀의 삶을 살펴보면 조금 답답하기도 합니다.
운전면허증이 없어 혼자 자유롭게 돌아다니지 못하고, 남편이 은행에 다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계좌조차 없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뚝뚝한 남편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지내는 시어머니.
그들 속에서 그녀 역시 소극적이며 수동적인 행동을 취하며 그저 흐르는 시간 속에 무기력하게 살아갈 뿐입니다.
그러다 그녀의 삶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정신과 의사인 '매설리 박사'와의 상담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해 보기로 하고 그녀는 '독일어 수업'을 시작하면서 조금씩 그녀는 일탈과 더불어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런 그녀의 모습......
비난을 해야할지 동정을 해야할지의 기로 속에서 독자들에게 한 인간의 가려진 내면 속 진실을 대면하게끔 하며 소설은 끝을 맺게 됩니다.
읽고 난 뒤 그녀의 삶이 너무나 공허해보였습니다.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음에, 채우기위해 발버둥치는 모습이 자꾸만 아른거렸습니다.
그리고 또다른 의문이 생겼었습니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향해 살아가는 것인지......
그에 대한 해답은 아직도 찾진 못하였습니다.
책 속의 그녀의 모습이 그려졌던 문장들.
책을 덮어도 그 여운은 그대로 남았었습니다.
「외로운 여자는 위험한 여자죠.」 메설리 박사는 엄숙할 정도로 진지하게 말했다. 「외로운 여자는 지루한 여자죠. 지루한 여자는 충동적으로 행동해요.」 - page 108
「인간은 똑똑히 알면서도 여전히 끔찍한 선택을 할 수 있어요. 인식에 자동적으로 윤리가 따라오진 않죠.」 - page 259
「독일어에서 자기가 자기에게 행한 행위는 재귀동사가 필요해요. 재귀동사랑 항상 목적격 인칭대명사가 따라오죠. 옷을 입다. 면도하다. 목욕하다. 헛기침하다. 감기에 걸리다. 눕다. 몸 상태가 좋다, 혹은 나쁘다. 사랑에 빠지다. 행동하다. ㅏ자기가 행위 촉발자인 동시에 대상인 거죠. 이런 일들을 자기 자신에게 하는 겁니다.」 - page 342
이 책에 그려진 안나의 모습을 보며 『안나 카레나니』에서 나왔던 구절을 떠올려봅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 『안나 카레니나 1』, 민음사, page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