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소녀 - 전혜린, 그리고 읽고 쓰는 여자들을 위한 변호
김용언 지음 / 반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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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소녀'.

이 단어만으로도 '설레임', '풋풋함', '소녀다움'이 떠오르곤 합니다.

그래서 스스럼없이 이 책에 다가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는 제가 아는 그런 '문학소녀'의 이미지와는 조금 달랐습니다.

억압된 사회에서 여성을 변호하기 위하여 글쓰기로 투쟁한 이.

그렇기에 이 책을 읽으며 여성 작가의 시선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더 이상의 편견을 가지면 안됨을 느끼고 깨달아야했습니다.


사실 '전혜린'작가를 잘 몰랐습니다.

그녀의 글은 10대 초반 '문학소녀'의 정통 쿠스를 착실하게 밟아갈 때의 통과의례 같은 것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비난하고 조롱하기에 이릅니다.

"땀을 흘려라!/ 돌아가는 기계 소리를/ 노래로 듣고/ (...)/ 이등 객차에서/ 불란서 시집을 읽는/ 소녀야/ 나는, 고운/ 네 손이 밉더라." -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3년 저서『국가와 혁명과 나』에 쓴 시 중

이로인해 '문학소녀'를 낭만적 감상성, 서구 동경, 나아가선 구악이자 적폐로 상징화하기까지.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그녀를 재조명하며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읽기와 쓰기에 대한 '흑역사'를 비추어주었습니다.


그녀는 창작에 대한 욕망은 많았지만 작품을 완성하는 대신 일기나 편지를 많이 썼었습니다.

이는 전혜린의 명백한 '열등감'으로인해, 자의식 과잉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의식을 문학의 형태로 제대로 전환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대신 '수필'작품을 쓰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수필이라는 형식을 천대하였기에 아쉽지만 우리에게 소중한 저자를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 시대였기에, 그런 사회적 분위기때문에 그렇게 해석이 되었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색안경을 쓰고 해석한 그들에 의해 묻혀질 수 밖에 없었던 우리의 '여류작가'들을 생각하면 울컥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전혜린을 생각할 때, '그녀가 창작품을 내놓지 못했다'라는 부분 혹은 '그녀의 수필이나 일기, 편지가 지나게 감성적이고 소녀적이다'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비판할 것이 아니라(애당초 그 일기의 독자는 나나 당신이 아니었다.), 그녀가 쓴 수필과 그녀가 번역한 작품들이 한국문학계에, 혹은 동시대인 1960 ~ 70년대 청춘들의 정신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피는 게 더 맞을 것이다. - page 80 ~81


책을 읽고나선 저 역시도 그런 색안경을 끼고 있진 않았는지 돌이켜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전혜린'의 작품을 직접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현실 세계에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했지만 문학 속에서 비로소 자신의 자리를 발견할 수 있었고, 본질적으로는 평범했지만 생의 어떤 특정한 순간의 상황과 우연의 힘을 빌려 잠시 동안 특별할 수 있었던, 그리고 그 시절을 두고두고 추억하며 자기위안을 동력으로 삼는 수많은 사람들의 대표 명사로서 전혜린의 힘은 강력하다. 이 모든 동경의 시작이 '천재'의 수수께끼 같은 죽음에서만 강렬하게 발현되었다기엔, 우리가 지금까지 빠르게 살펴본 것처럼 20세기 한국의 수많은 문학소셔들은 전혜린의 삶을 거의 그대로 선취했거나 비슷비슷한 반복을 거듭해왔다. 전혜린은 어떤 의미에서 예외적으로 돌출된 존재라기보다 익숙한 패턴의 일부였고,그렇기 때문에 이후의 문학소녀들에게 "저 사람이 나야!"라는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이 아닐까. - page 224 ~ 225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과연 저자가 시대에 맞서 우리에게 전하고자하는 공감이 무엇일지, 현실 세계와 문학의 연결고리가 무엇일지 궁금하였습니다.

그녀를 필두로 보다 문학소녀들을 많이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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