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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혼자가 되다
이자벨 오티시에르 지음, 서준환 옮김 / 자음과모음 / 2017년 5월
평점 :
제목에서 '외로움'이 느껴졌었습니다.
그래서 무심결에 손을 들어 책을 살펴보니 이런 문구가 있었습니다.
추위와 굶주림만이 존재하는 고독한 섬
그곳에서 우리는 문득, 혼자였다!
잠시 생각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문득, 혼자, 고독한 섬......
괜스레 머릿 속으로 곱씹으며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이 소설, 『갑자기 혼자가 되다』는 세계 최고 혼자 배를 타고 세계 일주에 성공한 여성 항해사인 '이자벨 오티시에르' 가 쓴 세 번째 소설이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너무나 사실적으로 다가왔기에,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심리가 너무나 잘 표현되어 있기에 작가가 자신의 항해했던 일을 바탕으로 하였기에 가능했던 것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이야기는 세계 일주를 떠난 젊은 남녀-루이즈와 뤼도비크-가 무인도에 고립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남극(파타고니아와 혼 곶 사이)에 있는 어느 무인도.
새삼 이곳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날아다니는 새도 없고 파동도 없다. 풀 한 포기 보이지 않는다. 두 사람이 여기서 죽어 없어진다 해도 달라질 게 전혀 없다. 이내 불러닥칠 바람에 누군가 여기 머문 적이 있었다는 작은 흔적조차 쓸려나가고 말테니까. - page 34 ~ 35
점점 무인도에서의 생활은 열악해질 수 밖에 없고 서로 사랑하는 연인이었음에도 점점 증오로, 결국 스스로에게 좌절과 절망, 고독감만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며칠 동안 루이즈는 안개에 휩싸인 평지를 계속 헤매고 다닌다. 나침반 없이는 올바른 방향으로 따라가기가 불가능해 보이는데도 무턱대고. 그러다 신기루 같은 햇살이 짙은 안개의 장막을 가르고 어느 한 지점으로 비쳐들자 그녀는 그쪽에 멈춰 서서 잠시라도 그 빛을 쬐려고 한다. 그러면서 돌아보니 여긴 이미 지나온 길이다. 황당하다. 하지만 묘하게 마음이 푸근해지기도 한다. 순백의 설원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기분 좋은 현기증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여기는 인간 존재가 발을 디뎌본 적이 없는 처녀지나 마찬가지다 등반할 때였다면 크나큰 희열을 안겨다줬을지도 모를 이 느낌이 지금 순간에는 그녀를 까닭 모를 두려움의 심연으로 몰아넣는다. 그녀가 그토록 절박하게 찾아 헤매고 있는 인간들은 도대체 어디 있는 거지? 인간들은 어디론가 감쪽같이 소멸해버린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그녀는 이 세상에 혼자다. - page 181 ~ 182
과연 내가 이 상황이라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인간이 살아가기 위한 기본 조건들 중 어느 하나라도 부족한 상황과 더불어 사람과 사람 관계 속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춥고 배고픔과 사랑이 증오로 변하게 될 때 과연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그 상황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야하는걸까?
아니면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자기만의 고독과 외로움에 허덕여야하는 것일까?
책을 읽으면서 저에게도 되물어보게 되었습니다.
한 번쯤 꿈꾸는 로맨틱한 상황.
하지만 그 속엔 '현실'이 존재하면서 양날의 칼날을 지니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