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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계이름 - 말이 닿지 못한 감정에 관하여
이음 지음, 이규태 그림 / 쌤앤파커스 / 2017년 6월
평점 :
글과 그림이 담겨있는 책.
그저 바라만 보아도 힐링이 되곤 합니다.
『당신의 계이름』
마치 수채화처럼 은은히 다가온 이 책.
"이해한다는 말 대신, 지금의 당신에게 물들어볼게요."
왠지 이 책을 다 읽고나면 제 마음의 상처들이 다시금 회복될 것 같았습니다.
누군가를 위로한다는 것.
참으로 어렵기만 합니다.
괜스레 말로 위로를 해보면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전달되는 경우도 있기에 저 역시도 제 고민거리를 쉽사리 이야기하지 않고, 또한 다른 이의 상처를 보듬어줄 말 한 마디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책.
만약 저에게 위로를 받고자하는 이가 있다면 조심스레 건네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책의 제목.
이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나는 그동안 불린 내 '이름'들에 관하여 상상했다. 내 이름은 어떻게 불렸을까. 무슨 마음으로 누군가의 입에 오르내렸을까. 그러다 한 번쯤 고이기도 했을까. 분명한 건, 어떤 방식으로든지 이름을 많이 부른 이는 내 삶에 깊게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건 많은 감정들로, 내 이름에 섞인 많은 음들로 나타날지도 모른다고. 나는 한 사람과의 관계를 파악하는 데에 있어, 그 사람이 이제껏 불러온 이름들의 음을 헤아려 보는 것만큼 좋은 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의 계이름'. 제목은 바로 그렇게 만들어졌다. 이 글은, 내가 당신들의 이름을 열심히 불러본 흔적이다. - page 6 ~ 7
곰곰히 생각해보았습니다.
나의 계이름은 어떨까.....
내 이름에 섞인 많은 음들......
그 중에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음들과 제가 가졌던 음이 일치해서 많이 공감하면서 위로를 받았었습니다.
이야기들 중에서도 몇몇가지는 저와도 비슷한 음이 있었습니다.
<혼자 아닌 듯 혼자가 된 나>는 희귀병으로 고생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저 역시도 비슷한 경험이 있기에, 희귀병은 아니지만 평생 짊어지고 가야하는 병이 있어서인지 이 이야기에 깊게 공감을 하곤하였습니다.
나는 아직까지 그날 내가 겪었던 외로움을 설명할 도리가 없다. 적당한 말을 고르지 못할 때, 나는 그 외로움을 종종 이렇게 상상한다.
몸에 힘이 없다. 진이 빠져 있다. 의식이 흐려 모든 게 불분명하다.눈을 감고 뜰 때마다 근방의 모든 빛도 같이 눈을 감았다 뜨는 듯하다. 빈혈기에 아찔하다. 그리고 천천히 힘없이 쓰러진다. 나는 누군가를 잡고 싶고 기대고 싶다. 그러나 주변에 있던 모든 이가 제 어깨를 뒤로 물리며 나를 내려다볼 뿐, 말이 없다. 뒤로 몸이 젖혀지며 그들의 민얼굴과 무표정을 읽는다. 하나도 빠짐없이.
그때. 그 장면. 그 기분. 아마, 그 외로움. - page 47
저 역시도 겪어보았던 이 외로움.
누군가에겐 느껴보지 못했을 이 외로움.
말로 형언할 수 없었기에 이 글이 더 공감이 가고 인상깊었습니다.
<이 꽃 참 예쁘지 않니?>에선 어머니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어느 한 사내의 장난스럽게 건넨 장미 한 송이.
'새것'마냥 좋아하시는 엄마의 모습.
그녀가 그녀여서 좋았을 순간. 그리고 그 순간을 겨우 사랑으로밖에 이뤄본 적이 없다는 걸, 그때 거울을 보던 어머니는 알았을까. 누군가의 새것이 사실, 상당 부분 자신의 헌것에 기대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낯선 불안마저도.
새것이 헌것이 되고, 헌것은 더 헌것이 된다. 그렇게 장미도 어머니의 입술 색처럼 고동빛이 돌기 시작한다. 그 속에서 여전히 어머니는 옷을 짓는다. 무언갈 끊임없이 박음질하고 꿰매고 덧대지만, 그 곳은 더 이상 내 옷이 되지 않는다. - page 84
새것이 헌것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왜 이 글을 읽으면서 새삼스럽게 느껴지면서 새것은 그저 새것으로만 남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는 것인지......
누구나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순간이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도 그렇기에 그저 먹먹히 가슴 속에 새겨두기만 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마음엔 상처가 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역시도 표현할 방법을 몰랐기에 그저 곯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라보기만 하였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어떤 말보다 말에 담긴 마음, 진심이 담겨 있으면 진정으로 위로를 받을 수 있음에 책을 뗄레야 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책 속에 담긴 이야기와 그림.
흔히 하는 '괜찮아'라는 말이 담겨 있지 않지만 그렇기에 더 따스함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