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소설가의 개이고 여기까지 타이핑하는 데 세 시간 걸렸습니다
장자자.메시 지음, 허유영 옮김 / 예담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한때 '고양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우리들의 모습에 관련된 책이 붐을 일으키곤 하였습니다.

유명작가가 쓴 소설도 있었고 고양이와 관련된 에세이는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개'?

사실 애완동물의 지존이자 요즘은 '동반자'의 의미도 지닌 우리의 '애완견'.

그들의 시선은 어떨까?라는 생각이 간혹 들긴 했지만 그러려니하고 넘겨버리곤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책, 『안녕하세요 저는 소설가의 개이고 여기까지 타이핑하는 데 세 시간 걸렸습니다』.

제목을 쓰는데 3시간이나 걸렸다는 소설가의 개.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파서 이렇게 오랜 시간을 공들이는지 궁금하였습니다.


작가, '장자자'.

최근에 그의 작품인 『너의 세계를 지나칠 때』를 만난 인연이 있었기에 낯설지 않았습니다.

소설에서 느껴졌던 섬세함과는 달리 이 책에 등장하는 그의 모습은 철부지 남자아이를 떠오르게 하였고 오히려 그의 강아지인 골든레트리버가 철이 든 진정한 작가의 모습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일까.

제가 만났던 작품도 혹시......


저자와 강아지의 만남은 서로일 수 밖에 없는 듯한 인연이었습니다.

사실 소설가의 개인 골든레트리버, '메시'는 '잡종'이어서 다른 사람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혼혈아는 예쁘다며 좋아하지만 혼혈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 page 12

이때부터 철이 들었던 것인지......

무튼 메시와 소설가가 인연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이놈은 귀가 어떻게 이렇게 크지? 하하! 고놈 참 기똥차게 생겼네!"

나는 아빠 품에서 처음으로 내 귀가 멋지다는 걸 알았다. - page 13

그가 비로소 메시를 알아봐주었기에 서로는 인연이 될 수밖에 없음을......

그리고 이어진 소설가와 메시의 이야기.

하나 하나의 에피소드마다 메시가 전하는 이야기는 너무 일찍 세상을 알아버린 것일까, 철이 너무 들어버린 것인지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인간인 제가 반성을 하게 되고 메시의 눈에 비쳐지는 소소한 행복이 부럽기만 하였습니다.


36가지의 에피소드 중에 인상깊은 에피소드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행복이 찾아왔을 때 덥석 물어 오기 위하여>에서는 메시가 처음 사귄 친구 '보더콜리'에 대해 작가와 메시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저 보더콜리의 눈 속에서 반짝이는 게 뭐예요?"

아빠가 말했다.

"미련이지. 다시는 만날 수 없고 돌아오지도 않을 걸 아니까 생기는 미련."

(중략)

"가끔은 미래로 가려는 게 아니라 과거를 붙잡으려 기를 쓰고 달리지. 하지만 잡을 수는 없어. 누구나 사무친 미련을 가슴에 품고 살아. 남들이 모르는 아주 깊은 곳에 말이야. 거긴 혼자만의 세상이지. 무서워할 건 없어. 그게 바로 인생의 짐이니까." - page 24

보더콜리에게는 그것이 '원반'이었습니다.

엄마가 우니까 비가 와서 엄마를 위해선 원반밖에 없다는 보더콜리.

괜스레 울컥하였습니다.


<백업 파일 같은 인생>에는 이런 에피소드가 담겨 있습니다.

"아저씨, 우리 개들을 좀 봐요. 우린 주인을 목숨처럼 여기지만 주인에게 우린 그저 삶의 일부일 뿐이에요. 그래도 서로 사랑하는 건 맞잖아요."

내 말을 듣고도 세퍼드네 아빠의 주름진 미간으 퍼지지 않았다.

"그거랑은 달라. 어쩌면 내가 백업 파일의 백업 파일이 될지도 몰라."

"다르지 않아요. 사랑이 불공평한지는 누구와 비교하느냐에 따라 달라요. 아저씨는 누군가를 좋아하면 모든 걸 다 내어주지만, 그 여자는 자신의 10분의 1만 내어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두 사람은 각자 최대치의 사랑을 하고 있는 거예요. 아저씨와 그 여자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불공평한 거라고요." - page 173

그리고 이어진 충고.

당신이 누군가에게 클릭당하기를 기다리고 있더라도 자기 자신을 저장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는 법인데 말이다. - page 174


단순한 강아지가 아니었습니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던가......

오히려 '청출어람'의 모습을 보인 골든 레트리버는 진정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전달하고자 오랜 시간이 걸려도 이처럼 책을 출간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읽으면서도 그가 강아지인지 내가 개인지 구별할 수가 없었습니다.

부정적으로만, 그저 거창한 이상만을 좇으며 살아온 건 아닌지 반성도 하게 되었습니다.

행복은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을, 그것도 나를 믿어주는 이와 함께인 그 순간순간이 진정한 행복임을 깨달았습니다.

책을 읽으면서도 마지막으로 다가가기 싫었습니다.

메시와 맺은 인연의 끈을 놓칠까봐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을 계기로 그를 알았기에 언젠가의 만남을 기대하며 책장을 덮고 말았습니다.

행복을 찾아헤매이는 이들에게, 하루하루 힘들다고만 외치는 이들에게 이 책 한 권을 선사합니다.

유쾌, 상쾌, 통쾌 속에서 전하는 진정한 행복, 삶을 전달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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