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은 여자
가쓰라 노조미 지음, 김효진 옮김 / 북펌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곰 같은 여자'와 '여우 같은 여자'로 표현하곤 합니다.

같은 여자로 본다면 '여우 같은 여자'는 싫지만 막상 남자 앞에선 '여우 같은 여자'가 되고픈게 여자 마음일 것 입니다.

저 역시도 '곰'같은 여자이기에 '여우'같은 여자를 보면 얄미우면서도 내심 부러워하곤 하였습니다.

그런 여성의 심리를 담은 이 소설, 『싫은 여자』.

두 여성의 인생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하기에 한 번 들여다보기로 하였습니다.


우선 이 책의 내용은 이미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출품작 <얄미운 여자>의 원작소설이라고 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NHK 6부작 드라마 <나쁜 여자>의 원작소설이라고 하니 책을 읽지 않고 책의 소개글만으로도 이 책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질만큼 매력을 가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남자들은 정신없이 숭배하고 여자들은 못마땅해 하는 그녀, 『싫은 여자』.

그 여자는 남자들에게 사랑받지만 여자들은 얄미워하는 어설픈 사기꾼 '나쓰코'였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똑똑하고 반듯하게 살아와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지만 언제나 공허하고 고독한 여자 '데쓰코'가 등장합니다.

데쓰코는 나쓰코와 먼 친척으로 어릴 적 나쓰코와 같은 해바라기가 그려진 원피스를 입었을 때 나쓰코의 만행을 겪고나서 그녀와는 결코 만날 것 같지 않았지만 나쓰코로부터 결혼파탄 위자료 청구사건을 의뢰받으면서 둘의 이야기가 전개되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여우'같은 나쓰코는 시간이 흘러 결혼을 하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어도 끊임없이 사건이 일어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데쓰코의 변호사로써의 발전하는 모습과 싫은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미워할 수 없는 나쓰코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그녀의 20대에서 70대까지의 과정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두 여자의 인생을 들여다보면서 그녀들의 삶이 조금은 부럽기도 하고 왜 저렇게 살아가는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들은 한 번뿐인 인생을 위해 서로의 방식으로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모습에서 우리들에게 인생을 사는 방식 중 하나를 일깨워주는 것 같았습니다.

"내 인생의 즐거웠던 기억 대부분이 아내와 함께 살던 시절이더라고요.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는데, 그땐 미처 깨닫지 못했죠. 죽음을 눈앞에 둔 지금에서야 그걸 깨닫다니." - page 149

아마 우리가 살아가면서 사는 것에만 몰두한 나머지 소중한 것에 대해 무심히 지나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나쓰코 씬 이름 그대로, 한여름의 태양처럼 강렬한 빛을 내뿜는 사람이었어요. 나쓰코 씨가 병실에 들어오면 눈이 부실 정도였다니까. 환자니까, 아무래도 입만 열면 나약한 소리를 하게 마련이거든요. 그럴 때마다 나쓰코 씨가 혼을 냈어요. 기분 좋은 이야기만 하자고요. 마지막 날, 마지막 순간까지 즐거운 이야기만 하자면서. 그러면서 이제껏 살면서 즐겁고 행복했던 일을 꼽아보면 어떻겠냐고 했어요. 1위부터 10위까지 순위를 정해서 발표하는 거라면서. 난 열 개를 꼽으려야 꼽을 것도 없다고 그랬죠. 그랬더니 나쓰코씨가 화를 벌컥 내면서 분명히 있다면서, 내가 잊어버렸을 거라고 그러는 거예요. 나쓰코 씨가 워낙 열심히 이야길 하니까 나도 일단 종이에 써보기로 했어요. 처음엔 통 생각나는 게 없더라고요. 그런데 그렇게 끙끙거리다 보니 하나둘 씩 떠올랐어요." - page 148 ~ 149

싫은 여자이지만 그녀를 통해 인생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서로 다른 모습인 그녀.

하지만 어느 누가 더 잘났다고 얘기할 순 없었습니다.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마도 공허하고 고독한 마음을 달래는 방식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나는 그동안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그 인생을 표현하는 방식은 무엇이었는지 곰곰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인생은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잠시나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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