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의 천국 - 서울특별시 성북구 동소문동 1965년
최성철 지음 / 노란잠수함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에게도 저만의 장소가 있습니다.

어릴 적 살던 동네, 그 곳의 놀이터.

가끔 울적할 때 한 번씩 찾아가보곤 합니다.

그 곳에서 느껴지는 추억을 곱씹다보면 어느새 동심으로 돌아간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조금이나마 그때의 어린아이가 지금의 저에게 위로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합니다.

이 책의 뒷표지게 적힌 문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행복은 돈과 명예와 지위가 아니라

가족과 친구와 함께 하는 사랑의 놀이 안에 머문다"

어릴 적엔 지금보다 적게 가지고 있었는데도 항상 얼굴에 미소가 번져 있었고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었는데......

더 많이 가지고 조금은 여유로워진 지금은 왜 반복되는 일상에서 재미를 찾는 대신 무료함을 느끼고, 미소 대신 가면을 쓰고 있는것인지......

새삼 어린 시절이 그립기만 하였습니다.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

하지만 추억이 있기에 그 추억을 안고 이 책을 읽어내려갔습니다.


이 책의 이야기는 1965년을 중심으로 한 그 전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저자의 유년 시절의 이야기.

이제는 밤하늘 저 멀리에 아슴아슴하지도 못한 몇 줄기의 별빛으로 멀어져간 그의 어린 시절, 동네친구들, 그 풍경들, 그 속의 이야기들.

그 시절의 가난과 순수, 사랑이 담겨 있어서인지 이제와 그려진 그 곳의 이미지는 아련함과 아름다움, 애잔함, 그리움이 묻어 있었고 조금 더 보면 희망이 자그마하게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책 속에는 2부로 나누어서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제 1부 그리움의 정거장에서

제 2부 가난과 사랑과 놀이의 천국에서

1부에서 그려진 성북구 동소문동의 모습은 가난하지만 인정이 묻어있었기에 저에게는 그 시대를 살아보지는 않았지만 정겨움이 들었었습니다.

괜스레 그 곳에 가면 누구든 반겨줄 것 같고 감싸줄 것 같음이 오늘날 바쁘게 살아가며 성냥갑 속에 사는 우리의 모습이 애처롭게 느껴지게끔 하였습니다.

2부에서 그려진 '놀이'는 오늘날에는 거의 사라진 모습들이 많아서인지, 노는 것보다는 학원에 메여 사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져서인지 다시금 이러한 놀이가 부활하였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었습니다.


1부에 <무서운 거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1960년대를 살아본 건 아니지만 저 역시도 '거지'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이 책에서도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그 시절의 거지의 모습은 볼 수 없음에 한편으로는 우리 모두가 그나마 잘 살아가고 있음을 생각하게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에 대한 작은 그리움도 남게 되었습니다.

모두 한 이불을 같이 덮고 지냈던 내 형제, 내 이웃이었는데, 동족상잔의 불행하고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에서 팔과 다리를 잃고, 다시 사회로 돌아와 부초처럼 쓸쓸하게 떠다닐 수밖에 없게 되어버린 내 삼촌 같은 상이군인들, 문둥병자 아닌 문둥병자로 취급 받아왔던 그 가슴 아픈 사연들...... 지금 그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 저 먼 하늘나라 어디에선가 따뜻한 곳에서 배불리 먹으며, 이제는 그 가슴 아팠던 사연들을 다 지워냈을까. 오늘 밤하늘에는 밤공기에 촉촉이 젖은 노란 별들이 유난히 많이 보인다. - page 153


2부에서는 <여자 친구들>이 인상깊었습니다.

저 역시도 해 보았던 놀이들-고무줄놀이, 공기놀이, 소꿉장난-이 소개되어있었기 때문입니다.

요즘 아이들의 놀이를 돌이켜보니 그저 핸드폰 게임이 주를 이루고 있었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시대가 발전하고, 오감만족 놀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다시금 예전의 놀이들이 부활을 하곤 하지만 이 역시도 밖에서 행하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할 수 있는 놀이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환경 오염 때문에, 다른 아이들보다 더 뛰어난 아이가 되어야하기 때문에 욕심을 내는 부모, 어른들의 잘못은 아닌지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 시절에 살진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푸근함이 느껴졌고 정이 느껴졌으며 가슴 한 편이 따스해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놀이 역시도 단순한 것이 아니라 그 속엔 친구가 있고, 우정이 있고, 순수함이 담겨 있었음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점점 삭막해지는 도시, 보다 아이들은 교육열 속에 보내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스스로에게 자문해 보았습니다.

과연 그 시절의 가난이 진정한 가난이었는지, 지금의 우리가 더 가난한 것은 아닌지......

나중에 나의 아이에겐 어떤 추억을 간직하게 될 지에 대해 책을 덮는 순간까지도 되뇌이고 되뇌어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