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뭐라고 - 마음이 기억하는 어린 날의 소중한 일상들
사노 요코 지음, 김영란 옮김 / 늘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사노 요코' 작가의 명성은 자자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 작품을 통해 그녀를 만나게 되었고 점점 그녀에게 매료되어 그 전의 작품들을 읽어보려 합니다.


그녀가 이야기할 이번 책 『추억이 뭐라고』에서는 어린 날의 일상들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책을 읽기 전에 책의 띠지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보잘것없고 비루해 보여도 돌이켜보면

우리가 살아온 삶은 단 하루도

소중하지 않은 날이 없다

이 문구 하나만으로도 그녀가 이야기할 추억이 궁금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마치 그녀의 일기를, 그녀가 생활했던 모습이 눈앞에서 그려졌습니다.

그녀의 어릴 적 모습은 제가 상상했던 것과 너무나도 닮아있었습니다.

제가 상상했던 모습은 제목에서 느껴지는 시크함, 대범함이었기에 왠지 그녀의 어릴 적에도 그럴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었는데 문체에서도 그렇고 그녀의 생활상을 보면 다른 이에게는 크게 놀랄 일도 무덤덤하게, 팩트 공격에도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강한 여자(?)의 모습이 느껴졌었습니다.

하지만 글마다 마지막 문장을 읽고나면 왠지 모를 짠함과 그녀의 여성스러움, 섬세함이 느껴졌기에 그녀의 이야기들이 글을 읽으면서 눈을 통해 1차적으로 받아들이고 마음으로는 강한 울림을 남겨 2번의 감동이 느껴졌었습니다.


첫 <업둥이>부터 그녀의 면모가 나타났습니다.

이웃집 업둥이 여자아이 '히사에'.

남다른 외모를 지니고 있었기에 그녀는 특별히 선택받은 아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누군가 저자에게 "귀엽구나"라고 말하면 그녀는 "아니요. 귀여운 건 옆집의 히사에예요."라고 대꾸했다고하니 역시나 저자의 시크함.

저자는 다섯 살 때 다롄으로 이사를 가게 되고 2년 후 뜻밖의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예쁜 아이 히사에의 죽음.

저자의 어머니는 "예쁜 아이는 빨리 죽는다더니 그 말이 맞구나."라고 말했을 때 저자 역시도 그리 생각했다고 합니다.

나는 예쁘지 않아서 죽지 않겠구나......

뭔가 모를 아쉬움이 남는 건 저자 역시도 그 아이를 잃은 슬픔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탱자나무>에서 그녀의 섬세함이 느껴졌었습니다.

<탱자나무 꽃이 피었어요>라는 노래 중의 가사 '탱자나무 옆에서 울었어요. 모두모두 착했어요'가 그녀의 감성을 자극했던 것인지 딱히 울고 싶은 이유도 없었는데 그녀는 우는 시늉을 합니다.

놀란 친구들은 저마다 말을 걸며 그녀를 달래 주는 모습에 그녀는 자신이 고운 여자아이가 된 기분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어진 문장들.

오랫동안 나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게 싫었다. 울지 않으려고 애쓰던, 그 시절 마음의 상처를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비록 이불을 뒤집어쓴 채 숨죽이고 울었지만 또 다른 내가 나를 달래 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편이 인간다운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고개를 흔들며 눈을 부릅뜨고 참던 나는, 인간답지 않았을까. - page 96 ~ 97

저도 어릴 적 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때는 그게 당연한 줄 알았는데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 때의 저에게 왠지 모르게 아무말 없이 안아주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을 이제야 헤아리는 것 같아서......


그녀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어느 새 눈가에 눈물이 맺혀버렸습니다.

그저 어린 날의 일상이었는데 왜 마음 한 켠이 아려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은 어린 날의 추억이 쌓이고 쌓여 있기에, 그 추억을 곱씹으며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기에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는 일상이더라도 지나고나니 그 시절의 특별함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일상 속에 감정이 덧붙여져서 추억이라는 커다란 무언가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오늘의 일상이 언젠가는 추억이 될 것 입니다.

그 때 돌이켜 보았을 때 입가에 미소를 지을 수 있게 오늘도 그저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게 살아야 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