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슴도치의 소원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유동익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2월
평점 :
품절
처음엔 책이 그저 예뻐서 이끌렸습니다.
그러다 점점 고슴도치가 눈에 아른거렸고 나중에 고슴도치가 하는 이야기가 가슴을 찡하게 하였습니다.
"나한텐 아무도 안 와.
근데... 나도 안 가, 아무한테도."
여러개의 의자가 있는데 왜 고슴도치 혼자 있는걸까......
외롭고 혼자인 고슴도치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위로를 건네주고 싶었습니다.
이 책은 제가 좋아하는 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극찬이 있었습니다.
아늑한 집, 고요한 하루하루, 섬세한 마음, 유머러스한 말솜씨, 말도 안 되는 망상력!
좋겠다. 진심으로 이 고슴도치가 부럽다. - 에쿠니 가오리, 소설가
그녀의 극찬이 있기에 믿고 읽어보기 시작하였습니다.
보고 싶은 동물들에게
모두 우리 집에 초대하고 싶어.
하지만 아무도 안 와도 괜찮다. - page 8
이렇게 쓰고 보내지 못하는 편지.
선뜻 누군가에게 다가가기를 두려워하는, 겁쟁이에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고슴도치.
그에게는 항상 이 문장이 따라 붙었습니다.
지금은 아니야.
이 두 단어가 주는 의미는 그를 바라보는 제 마음까지도 조금은 아프게 했습니다.
왜 먼저 다가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거지?
왜 항상 주저하는거지?
외로움은 내가 그렇게 되길 원하는 걸까?
고슴도치는 외로움이 뭘 원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가끔 어둠 속에서 지독한 외로움이 느껴지면 그는 이렇게 묻곤 했다.
(중략)
"누구야?" 누군가가 물을 것이다.
"외로움."
"여기 살아?"
"글쎄, 여기 사나...... 그냥 여기 있어. 오기도 하고, 가기도 하고."
"아."
(중략)
"갑작스러운 이 느낌은 뭐지?" 누군가는 당황해서 물을 것이다.
"내 외로움." 고슴도치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할 것이다.
날이 어두워진다. 누군가는 조용히 떠날 것이다. 외로움은 머물 것이다. - page 51 ~ 53
고슴도치의 모습은 세상에 적응하기 어려운 어른아이와도 같았습니다.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을까, 거절을 당하면 어쩌지......
내가 다가간다고 마음을 열까, 그냥 혼자가 낫겠어......
고슴도치의 편지처럼 우리들도 마음 속의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여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꿈을 꾸지 않고는 잠을 들지 못하고 외로움과 고독은 항상 내 곁에만 있는 것 같은......
고슴도치를 보며 너무나도 우리들의 모습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그런 고슴도치도 점점 다른 이에게 손을 내밀기 시작하고 자신에 대해 조금씩 만족을 하기 시작합니다.
만족...... 나는 무엇에 만족할 수 있을까? 그는 이제 긴꼬리꿩에 대해선 잊었다. 고슴도치는 주위를 돌러보았다. 낡고 먼지 쌓인, 그리고 편지를 보내면 동물들이 찾아올 집 안을. 만족스러운 것은 하나도 발견할 수 없었다. 하지만 문득 생각났다.
난 내 가시가 만족스러워! 물론이지!
가시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슴이 부풀어 오는 느낌이었다. - page 171
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오지 않을까? 나하고 있으면 편안하고, 내 가시는 아주 아름답다고 이야기해 주려고?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안다고 말해 주려고? 팔을 벌려 나를 안아 주고, 나와 춤을 추고, 넘어져서 여기저기 피가 흘러도 춤을 잘 춘다는 말해 주려고?
춤도 정말 잘 추고, 심지어 노래도 잘 부르고, 차도 맛있게 끓인다고 말해 주려고? 오래된 케이크를 좋아할 뿐만 아니라, 내가 아무 것도 아닌 건 절대 아니라고 이야기해 주려고? 내가 소중한 동물이라고 말해 주려고? 내가 뭔지 아직은 모르지만 곧 알게 될거라고?
고슴도치는 그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작게 신음 소리를 내면서 고슴도치를 안아 주었다. 고슴도치가 그들의 가장 좋은 친구라고 말하면서, 두 번쨰로 좋은 친구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page 196 ~ 197
결국 고슴도치는의 가시는 우리가 가진 고민들이었고 그의 편지는 우리가 스스로의 답을 찾아나가는 내면과의 대화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고슴도치는 제 모습이었고 우리들의 모습이었습니다.
또다시 외로움과 함께하는 고슴도치.
그래도 나름의 '행복'이 있기에 친구들이 집에 오지 않아도, 친구들이 집에 초대하지 않아도 잠이 들었고, 겨우내 깨지 않게 됩니다.
다람쥐의 편지에서의 한 마디가 저 역시도 울림이 있었습니다.
"정말 즐거웠어." 그리고 그 아래엔 "조만간 또 만나자!"라고 쓰여 있었다. - page 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