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감정
원재훈 지음 / 박하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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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바람으로 몸과 마음이 시린 요즘.

괜스레 사랑이야기가 고프곤 합니다.

아마도 마음만이라도 따뜻해지고 싶어서인지......

책 제목부터 무언의 '사랑'의 이미지가 떠올랐습니다.

따스하지만 아련한 무언가......

특히나 책의 앞표지에 적힌 문구.

알고 있을 것이다.

당신을 진정 사랑하는 사람의 눈빛을 말이다.

이 소설은 연인의 그 눈빛 같은 소설이다.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그 느낌.

왠지 책을 읽으면서 제 모든 감정도 포옹해 줄 것 만 같았습니다.


이 책의 앞 장에서부터 뭔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육지의 끝이 어디라고 생각하는가? 아마 자네는 해변이라고 생각할 거야. 하지만 이곳에서 살다 보니, 육지의 끝은 섬이라는 생각이 드네. 섬은 육지의 마침표라는 생각 말이야.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처럼 인간은 언젠가는 세상과의 인연에 마침표를 찍는 법이지. 그걸 나는 적멸이라고 부르겠네. 그래. 자네가 생각한 대로 나는 지금 다른 세상을 마주하고 있다네. 막상 마주하고 잇으니까 그리 무섭거나 허망하지도 않아. 바다 위에 떠 있는 구름처럼 말이야. - page 9

이 문장의 의미는 이 소설의 마지막 문장과 연관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삶을 비극이라 여기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삶을 시작한다.

... 그 삶을 사랑하라." - page 400


감정이 메말라버린 동물 생태학자 '서문'.

그는 아주 젊은 시절부터 미래나 희망이라는 단어를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그의 희미해진 기억 속 한 여인 '황보나영'으로부터의 전화로 그의 삶에 작은 불씨가 피어오르기 시작합니다.

1980년대의 그 시절.

청년들이 세상을 향해 부르짖음 속에 피어난 사랑.

그 사랑은  타자기로 백지에 하나씩 찍어내듯 서툴었지만 오랜 여운을 남기고 아로히 새겨지게 됩니다.

그러다 중년 시기에 돌아본 사랑의 모습에 쓰라림과 아쉬움, 아련함으로 결국 사랑은 시간이 지나도 남는 흉터와도 같음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책 속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녀석을 만나는 동안 한 번도 만져본 적이 없었다. 손이라도 잡고 싶었지만 그럴 기회가 없었다. 그때 볼을 만져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러질 못 했다. 그때 손을 뻗어 녀석의 볼을 만지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웠다. 하지만, 그것 역시 허상이 아니던가? 이미 영혼이 되어버린 아이가 어떤 몸을 빌려 나에게 다녀간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이제는 모든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어린 시절에 읽었던 문장인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라는 말이 이토록 가슴에 와 닿는 것인 줄은 정말 몰랐다. 나는 흔적만을 찾아오는 삶을 살았다. 하지만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page 384

그 시대의 그 소년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것일까......


간만에 '사랑'의 두근거림과 아련함, 쓰라린 상처를 맛보았습니다.

책 속의 나영이 인용한 문장.

미당 선생의 시처럼 붉은 꽃으로 가슴을 문지르면 붉은 피가 돌아오고, 푸른 꽃으로 가슴을 문지르면 푸른 숨이 돌아오는 그런 세상을 이제 우리는 볼 수 있을까요? 오빠, 제가 오빠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 꽃으로 문지르던 기억을 이젠 하나둘 펼쳐 보일게요. - page 354

한 손에 붉은 꽃을 들고, 한 손에 푸른 꽃을 들고 가슴을 문지른다는 그녀.

누구나 간직한 상처를 이처럼 꽃으로 문지르면서 살아온 그녀처럼 괜스레 진정한 사랑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각박한 세상 속에 살아가기에 자신의 감정 하나 추스르지 못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그들에게 붉은 꽃처럼 다가올 것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잠시나마 자신의 인생에서의 연애 감정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도 되어 살며시 입가에 미소가 띠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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