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치하야 아카네 지음, 박귀영 옮김 / 콤마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흔적'......

단어만으로도 아픔과 쓰라림이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더 인상깊었던 문구.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설령 내일 세상이 끝난다 해도......

자꾸만 맴돌았습니다.

연애문학상을 수상한 작품답게 왠지 이 소설 속에 비추어진 흔적은 아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 마음에 큰 흔적을 남길 듯한 이 소설.

읽기 전부터 여운을 남기더니......

읽고 난 뒤 더 큰 여운과 아쉬움으로 한동안 책표지를 멍하니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이 소설 속 사랑은 그리 아름답다고 단정하기 어려웠습니다.

여섯 명의 등장인물들은 서로 간의 연결끈이 있었고 그 연결은 쌍방향이 아닌 일방통행과도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사랑'이라는 모습이 빛과 그림자처럼 '흔적'을 간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더 빠져들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일본 문학 특유의 간결한 문체가 아니었고 등장인물의 내면심리가 섬세하게 그려져 있었기에 그들의 사랑을 응원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할 지라도 왠지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되곤 하였습니다.


저에겐 <불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누구나 '결혼'을 앞두고는 벅차고 설레이는 감정도 있지만 한편으론 불안해지기 마련.

우리와도 감성이 비슷하였기에, 저 역시도 결혼을 앞두고 만감이 교차했기 때문인지 다른 여섯 편의 이야기들 중에서도 인상 깊었습니다.

"뭐, 결혼이라고 해도 형식만 갖추는 거고,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어." - page 9


각자가 하고 있는 생각을 명확하게 말로 나타내는 것은 무섭다. 그것에 얽매이고, 노예가 되고,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 버릴 것 같아서.

지금 이 형태를 깨지 않도록 결혼이란 틀에 맞춰 두는 걸까? 무슨 일이 일어나도 되돌아올 수 있도록. - page 20


"당신 말대로 변하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이 멍도 조만간 사라지겠죠. 지텐조도 저런 식으로 몇 백 년 남아 봤자 색을 잃고 비가 샌 흔적처럼 보일 뿐입니다. 하지만 변해 버린다는 걸 알기에 변치 않는 것을 간직할 수도 있는 겁니다. 당신은 머리로 이해하는 척하지만 사실은 그저 무서운 겁니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쪽은 그 사람이 아니라 당신이니까." - page 34


결국 이 책 속의 사랑들은 저마다의 흔적을 남겼습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상처의 자리에, 사랑을 찾기 위해 어느 순간 마음 깊숙히 흔적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그 흔적을 치유하기 위해 전전긍긍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또 다른 흔적을 남기고자 그는, 그녀는 사랑을 찾아 갈 뿐이었습니다.


책을 읽었는데 왜이리 가슴 한 편이 먹먹한지 모르겠습니다.

그들이 저에게 흔적을 남겨서 그런가 봅니다.

책 속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괜찮아. 설령 내일 세상이 끝난다 해도, 물고기도 사람도 분명 사랑은 할 테니까. 사랑하는 상대와 일 분 일 초라도 더 함께 있고 싶다고 바랄 거야. 그건 뭔가를 남기고 싶어서가 아니라, 살아있는 존재로서 당연한 생각이니까.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다 해도....... 이제 당신 마음에 솔직하게 살아. 당신이 음악으로 나에게 알려 준 거잖아." - page 212

소소한 일상 속, 내 옆에 있는 그 사람에게 저도 뭔가를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같이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설령 흔적이 없다고 한들 그것이 사랑이 아닌 것은 아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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