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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지독한 오후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그녀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허즈번드 시크릿』이었습니다.
책의 두께가 무색할만큼의 가독성이 있던 소설.
특히나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뛰어나서 한 번 읽기 시작하고는 멈출 수 없었습니다.
그 뒤 그녀의 작품이 나오길 기다렸었고 나오면 족족히 찾아 읽었습니다.
조금은 민감할 수 있는 주제를 그녀만의 문체로 우리의 가슴 속에 스며들게 하며 책을 덮고는 생각에 잠기게 하였기에 더 깊이 뇌리에 박힌 줄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던 중 또 다시 우리의 곁에 그녀가 작품을 가지고 왔습니다.
이번에는 화창한 겨울의 어느 일요일을 배경으로, 왠지 모를 지독한 오후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왔습니다.
어떤 주제를 그녀만의 이야기로 풀어나갈지 읽기 전부터 기대를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책 속엔 3커플이 등장합니다.
샘과 클레멘타인, 올리버와 에리카, 비드와 티파니.
화창한 겨울 어느 아름다운 일요일 바비큐 파티로 이야기는 시작하였습니다.
평범할 것 같은 바비큐 파티.
같은 공간 속 같이 파티에 참석을 하였지만 서로 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날의 진실을 찾아가는 그들.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에는 그들의 모순이 들어나고 과연 그들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 진실인지도 혼란스러운채 진실과 비밀 사이 속에서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도 '기억'과 '진실'의 의미를 생각하게 해 주었습니다.
이번 소설 역시도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가 섬세하게 나타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마냥 읽으면서도 이미지화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과연 우리 스스로가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 확실한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기억'이라는 것이 스스로 자의적인 판단 하에 이루어지는 것을, 그리고 진실은 결국 우리가 믿고 싶었던 사실을 마치 진실인 냥 왜곡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많은 생각이 오갔던 책이었습니다.
책 속에도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기억이란 사실 머릿속에서 자신이 구축한 얘끼인데 사람들은 정말로 자신이 경험한 내용이라고 믿는거지. 기억이란 스스로 만들어가는 '자신만의 얘기'인 거다. - page 10
그리고 이 소설의 마지막 말이 자꾸만 여운으로 남았습니다.
"'소중한' 거야?"
홀리가 '소중한'이라는 말에 손가락으로 강조 표시를 하면서 물었다.
"그래."
클레멘타인은 대답하면서 다시 사진을 들여다봤다. 이 사진은 안전한 곳에 간직해야 해. 안 그랬다가는 잃어버리기 쉬우니까.
"그래, 아주 소중한 거야."
클레멘타인은 대답했다. - page 656
그 지독했던 오후.
그들의 기억 파편 속으로의 여행을 마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