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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읽는 남자
안토니오 가리도 지음, 송병선 옮김 / 레드스톤 / 2016년 11월
평점 :
이 책은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다보니 어떤 책들이 나왔는지 찾아보다가 눈에 띈 이 책.
이 책은 특이하게도 스페인 출신의 작가가 중국을 배경으로, 그것도 13세기의 중국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습니다.
이러한 점도 대단하다고 느꼈지만 더 놀라웠던 것은 세계 최초의 법의학서 『세원집록』 필자 '송자'의 인생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작가가 이 작품에 대한 애정도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일까......
책의 두께가 무색할만큼 책은 가독성을 가지고 있었으며 13세기의 '송자'라는 인물이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그의 시대적 배경과 그에게 매료되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책을 펼치면 시작되는 사건.
1206년, 송나라
푸젠성
젠양구
그곳에서 한 구의 시체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 시체는 바로 주인공 '자'가 사랑하는 여인의 아버지 시체.
'자'는 자신이 따르던 '펭판관'과 함께 시체를 읽으며 범인을 찾게 되고 그로부터 시작된 그의 험난한 여정이 이 책에 장식되고 있었습니다.
어릴 적 남들과는 달리 고통을 느끼지 못함이 있었는데 그것으로 하여금 자신의 허드렛일을 찾게 되고 시체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기에 '주술사'처럼 살아가게 됩니다.
그러다 몰락하게 된 자신의 집안 배경을 알게 되고 얽히고 설킨, 마치 풀리지 않을 것만 같던 실타래들은 후반부에 갈수록 그에게 '희망'을 선사하며 이야기는 끝을 맺습니다.
그의 이야기는 첫 장부터 마치 <CSI>의 수사기법보다 더 놀랍고 흥미로웠습니다.
또한 그 시대에는 미신과 유교적 문화 때문에 해부는 터부시되던 시대인데도 불구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시신을 읽어내는 모습은 읽는 독자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책 속의 인물들의 이름이 특이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를 비롯해 '펭', '왕', '셋째', '밍' 등등.
하지만 저자는 독자들을 배려하기 위해 그들의 이름 뒤에 직책을 덧붙여 읽으면서 어려움을 느끼지 않게 해 주었고 오히려 이런 독특한 이름이 더 각인되어 사건에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실존 인물이지만 허구가 더해졌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허구로 인해 이야기는 더 풍성해지고 읽는 독자들에게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놓기에 충분하였습니다.
그리고 시대가 아무리 변하고 문명이 발달하더라도 '진실'을 향한 끊임없는 열정이 있다면 언젠가는 그 진실이 표면 위로 들어난다는 것이고, 높은 계층의 사리사욕을 위한 계략들은 언젠간 들통이 난다는 점을 다시금 새기게 되었습니다.
'죽음' 속에서 밝히는 '진실'은 더 무섭게 다가온다는 것.
"수사관은 반드시 심지우심하고 현장감험해야 한다!"
라고 하신 '송자' 말이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았었습니다.
심지우심 : 주의하여 살피고 다시 주의하여 살핀다.
현장감험 : 사건 현장을 직접 방문해 탐문하고 수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