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봄은 맛있니
김연희 지음 / 자음과모음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차갑기만한 바람으로 움츠러진 요즘.

가슴까지 시려서 괜스레 조금은 따뜻한 커피와 같은 책이 읽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파스텔톤의 책표지 속의 꽃들.

제목에서의 '봄'.

하지만 왠지모르게 가시가 나 있는 선인장을 품고 있는 소녀의 모습이 낯설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이 책의 문구들.

혀에서 독초가 움트는 것처럼

쓰고 떫은 청춘의 편린들!

그 애틋한 시간에 건네는 위로 같은 소설

이 책을 통해 따뜻함보다는 커피처럼 향은 좋지만 떫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마시는 것과 같은 느낌일 듯 하여 한 번 읽어보고자 하였습니다.


책 속엔 여덟 편의 단편들이 있었습니다.

첫 단편부터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기에, 그리고 소설들은 간결하면서도 담담한 문체로 이야기하기에 더 공감을 하면서 읽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단편들 속의 인물들은 저마다 나이도, 직업도 다르지만 모두가 미성숙된 모습에서 성숙함을 끌어내기 위해 자신을 다그쳐보기도 하고 체념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그들의 이야기들이 아려왔고 어쩔 수 없음에 한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너의 봄은 맛있니>에서 인상깊었던 문장.

나도 몸을 돌려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정류장 벤치에 앉아 오가는 버스를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타고 내렸다. 매캐한 배기가스가 콧속으로 파고들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자취방이 있는 골목에서는 아직도 봄 안개 냄새가 날까. 도현이 뒤집어 들고 흔든 파인애플 상자에서 떨어진 박하사탕 유리병은 어떻게 되었을까. 멀쩡할까? 깨졌을까? 나는 유리병이 깨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새하얀 박하사탕이 눈 녹은 길바닥에 흩어져 더럽혀지고 부서지기를 원했다. 갑자기 혀에서 독초가 움트는 것처럼 쓰고 떫은맛이 번졌다. 어쩌면 이게 봄의 맛인지도 몰랐다. 나는 그 쓰디쓴 맛을 기꺼이 삼키며 여경의 고모네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 page 29

청춘들에게 봄이란......

요즘들어 봄이 있긴 한 것일까라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그녀가 말하는 것 처럼 아직은 젋기에, 청춘이기에, 봄은 쓰고 떫은 맛일 것입니다.

하지만 언젠간 봄이 잘 익은 과일처럼 달콤한 맛만 있기를 빌어봅니다.


그녀를 통해서 본 여성들의 모습에서 저에게 마치 다정히 말을 건네며 우리는 할 수 있다며 다독여 주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현실 속에서, 굳이 헤쳐나가겠다는 투쟁보다는 그 속에 어우러짐으로써, 자신에게 재촉하기 보다는 너그러워지기를 바라면서 그렇게 살아가다보면 우리들의 봄의 책 표지처럼 화사해질 것이라 믿어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