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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60년을 연애했습니다
라오 핑루 글.그림, 남혜선 옮김 / 윌북 / 2016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표지띠에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평생 사랑은 한번으로 충분하지"
이 문구를 보는 순간 갑자기 영화 대사가 떠올랐습니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사랑이란......
간만에 좋은 책을 만난 것 같습니다.
선뜻 마음이 간 이 책.
이 책은 95세 핑루 할아버지가 사랑하는 아내 메이탕을 만나 아내가 세상을 떠나기 전 60년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연애와 결혼, 이별까지.
자신만의 그림과 글로 기록한 핑루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그 어떤 소설보다 더 진한 감동을 전해주었습니다.
그림 역시 한번도 정식으로 교육받은 적이 없다는데 그렇기에 더 그의 순박함이 묻어 있었고 아내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었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 역시도 담겨 있었습니다.
이야기 역시 단순하게 서술하지만 그 속엔 그만의 느낌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래서일까......
너무나도 아름답지만 왠지 모르게 슬픔이 묻어 있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얼굴 꾸미는 것을 좋아하고 , 유행도 잘 아는 사람, 메이탕.
그녀와는 운명이었을 겁니다.
어린 시절부터 인연 아닌 인연으로 살아가다가 결국엔 부부의 연을 맺게 된 두 사람.
하지만 그들이 처한 사회적 상황은 알콩달콩 신혼부부로 살아가는 것에 제약을 두었고 아이 여럿을 혼자서 키우며 살아가게됨은 읽는 독자로써도 그 시대를 원망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도 그들에게 한결같은 믿음과 사랑이 있었기에 우리에게 이렇게 아름다운 책으로 남겨주며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 주었습니다.
할아버지의 인생 가치가 너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사람은 초심이 변해서는 안 되는 거라오."
"두 분 사이의 그 첫 마음이라는 게 사실 두 분 부모님들끼리 정한 약속에 불과한 거 아닌가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건 그냥 실마리인 거야. 나중에 같이 산 건 우리 두 사람이니까. 그게 제일 소중한 거라오. 인생에서 가장 진실한 게 바로 그거예요." - page 14
또한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 아직도 마음을 웅클하게 하였습니다.
3월 19일 오전, 메이탕을 보러 병원에 가니 딸 윈홍이 곁을 지키고 있었다. 10시쯤, 갑자기 의사와 간호사들이 달려와 응급 조치에 나섰다. 처음에 눈을 감고 있던 메이탕이 갑자기 눈을 뜨더니 한동안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아마도 사람들 속에 섞여 있던 나를 본 걸 게다. 메이탕의 오른쪽 눈가가 차츰 젖어들더니 서서히 눈물 방울이 맺혔다. 그리고 몇 초 지났을까. 다시 눈을 감은 메이탕은 의식을 잃었고, 사람들이 몸을 건드려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중략)
젊어 연애할 적에 둘 다 먹고살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때 메이탕이 내게 말했었다. 둘이서 조용한 시골로 들어가 땅뙈기 하나 마련해 무명옷 입고 푸성귀 먹으며 소박하게 살고 싶다고. 어쩌면 젊은 날의 낭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전원적인 목가 속에 담긴 전통적인 삶이 이미 그 생명을 다해가고 있다는 것을 모른 채. - page 286
할아버지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 화첩에 많은 이야기를 써놓으셨는데, 후손들이 기억해주었으면 하고 제일 바라는 게 있따면 어떤 건가요?"
"충실하고 너그러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거지요. 그런 사람이 결국 오래 갈 수 있으니까요." - page 21
할아버지의 바람이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도 '사랑'의 의미를 다시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사랑은 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