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머링 맨
신희 지음 / 자음과모음 / 2016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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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2회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 수상작가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특히나 제 눈길은 끈 대목.

우리는 이 소설에서 새로운 카프카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만 연상하였는데 이 작품을 통해서 또다시 현대인의 실존에 대해 생각할 계기가 주어질 듯 하여서 기대감과 설레임으로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책의 두께감은 생각보다 얇았습니다.

넌지시 책 소개로 알았던 신인문학상 작품이라기에 어느정도의 두께감을 가지고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두께감보다는 내용에서 전달하는 무게감이 더 크게 작용하였습니다.

특히나 저자가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

사람은 누구나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살았던 '마음의 원전'이란 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나에게도 있을 그 마음의 원전을 작품 속에 담아내고 싶었다. - page 208

저자의 바람은 고스란히 작품 곳곳에 묻어 있었습니다.


이 소설은 3명의 남자가 하루 반나절 동안 겪게 되는 경험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인디고, 그린, 블루.

그들의 이름에서도 그리 밝은 이미지가 연상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 색깔들이 생명의 빛깔로 떠올랐다고 하여 이 이름을 사용합니다.

그래서일까......

전혀 특별할 것 없는 어느 날, 인디고는 그린의 집에서 열릴 파티를 기다리며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을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다 평범하기만했던 일상에서의 작은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그것은 바로 새로 출시된 냉장고의 소비자 반응을 살핀 후 회사로 돌아가던 중 갑자기 찾아온 피로감으로인해 익숙하기만 했던 도시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바이올린 연주를 하고 있는 커다란 거인을 목격하게 되고 이는 망치질을 반복하고 있는 대형 조형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미시감에 빠집니다.

이 대형 조형물이 바로 책의 제목인 해머링 맨.

인디고 뿐만 아니라 그린, 블루도 낯선 경험을 하면서 현실의 삶과 내면의 갈등사이에서 방황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은 이렇게 이야기되면서 마무리 지어 집니다.

다시 거리였다. 바람이 세게 불고 있었다. 모든 걸 허물어뜨릴만큼 센 바람이었다. 사람들의 등이 구부정했다. 그들은 물속을 걷는 듯했다. 그만큼 둔중한 발이었다. 그 몸들이 허우적대고 있었다. 몸 어디가 아픈 걸까? 그들이 정말 작살에 찔린 바다동물 같았다. 그는 멈춰 섰다. 그러고는 그 누군가의 이름을 세차게 불렀다. 마젠타! 마젠타!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는 사람들의 행렬을 바라보았다. 대부분 뭔가를 들고 있었다. 그는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빈손이었다. 그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사람들이 오갔다. 그는 고장 난 시계처럼 서 있었다. - page 205 ~ 206

책을 읽고 난 뒤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같아서 한동안 긴 여운에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우리 역시도 현실과 내면 사이에서의 갈등, 그 속의 외로움이 또다시 느껴졌기에 ​지금의 살아가는 방향에 대해 잠시나마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 책이 단순히 '카프카'를 연상시키기 보다는 보다 현실에 직시할 수 있는 눈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우리가 살아갈 방향을 되새겨보아야 할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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