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밤의 눈 - 제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박주영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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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이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그동안 1회부터 쭉 읽어온 독자로써는 기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혼불문학상은 한국의 혼을 일깨우는 우리시대 대표소설들이라는 평이 있기에 항상 믿고 읽어왔었고 읽은 후에는 그동안 소홀히 대했던 우리문학에 대한 애정이 샘솟곤 합니다.

그 전에 읽었던 『나라 없는 나라』의 경우는 동학농민혁명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고 그 전에도 그리 요즘을 배경으로 그려진 소설이 아니었는데 이번에는 예외였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를 배경으로 그려졌다는 점에서 애독자인 저에게도 신선한 충격과 동시에 호기심을 부추겼습니다.


'박주영'이라는 작가는 이번에 처음 접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간 많은 작품을 출간하였었습니다.

200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도 등단하면서 꾸준히 작품활동을 한 그녀.

이번을 계기로 그녀의 작품들이 궁금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소설 속 인물은 일란성 쌍둥이 동생 D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쌍둥이 동생은 정신과 의사인 언니의 실종으로 다시금 언니의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이야기는 이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또 한 명.

병원에서 깨어났지만 알고보니 15년이란 세월이 흘러 자신의 존재조차 까마득히 모르는 남자 X.

그는 자신의 존재를 찾고자 대학시절 친구 Y에게 찾아가고 다른 이들을 통해 밝혀지는 그는 스파이의 삶을 살며 조정당해왔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책을 읽으면서 마치 지금의 우리 모습인 것 같아 등장인물들 하나하나에게 눈길이 더 가고 동정아닌 동정을 느끼곤 하였습니다.


소설의 중간중간에는 의미심장한 문구들이 많았습니다.

나는 과거는 모르지만 미래는 이제 알 것 같다. 낯선 이 중년의 사내가 향후 십 년 혹은 그의 말대로 분발한다면 향후 오 년 후의 내 모습이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충분하지도 않은 미래였고, 그 '충분하지 않음'의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 자신과 자신이 사는 세상을 잘 안다고 착각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간다. - page 27 ~ 28


무엇보다 분명한 건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적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지만, 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상대는 동료이다. - page 110


조직에서는 규칙이 중요하다. 그러나 규칙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상부에서는 규칙을 들이밀어도 나는 내 판단대로 한다.

높은 곳에 오르면 더 많은 것이 보이듯이 높은 자리에 오르면 더 ㅁ낳은 것을 보게 된다. 하지만 자세히 볼 수는 없게 된다. 많은 것을 보는 것에는 많은 것을 보는 대로, 자세히 보는 것에는 자세히 보는 대로 고통이 따른다. 그리고 외로움도. - page 198


책을 읽을 때만다 느낀 것은 앞서 작가가 말한 문장이었습니다.

나는 스파이이고, 이 세계는 끝났다.

과연 그녀의 말처럼 나 역시도 누군가의 지시하에, 감시하에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소설은 다른 작품에 비해 좀 더 많은 생각이 교차해서인지, 아니면 문장 하나하나의 의미를 되새기려는 내 노력 때문이었는지 속도감은 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내 생각이 들어가게 되었고 과연 내가 지금 살아가는 방식이 옳은가에 대해서도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소설의 끝자락에는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한 사람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그저 실에 불과하다. 하찮은 실 한 가닥일 뿐이다. 그 실 한 가닥이 꼬여 있는 굵은 로프를 찾아야 한다. 우리가 해야 할지도 모른다. 특기를 살려서. 그는 동릉 추적하고 나는 사람을 추적해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다는 것을 알면 먼저 찾아올 것이다. 적이든 동지든. 사실은 이미 그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누구는 언제든 변할 수 있지만 왜는 진화할 뿐이다. 명확한 정체성이 없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누구든 스파이가 될 수 있다. - page 306

우리 역시 스파이로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조금이라도 '나'라는 정체성은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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