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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불면 다시 오리라 - 소설 법정
백금남 지음 / 쌤앤파커스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저에게는 종교와 무관하게 존경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법정 스님과 혜민 스님, 그리고 김수환 추기경.
그들은 우리에게 넓은 의미로써의 우리의 삶에 대해 살아가야 하는 방향을 제시해 주고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려주곤 하였습니다.
그런 분 중 이번에 제가 존경하는 '법정' 스님의 이야기가 소설로 우리에게 다가왔다는 소식에 주저없이 책을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다시 그를 만나게 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하였습니다.
그의 작품은 이제는 절판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가지고 있던 그의 작품으로만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비록 '소설'이라는 장르이긴 하지만 그의 미출간 원고 23편이 담겨있었고 그의 행동이, 그의 말씀이 오롯이 담겨 있어서 읽으면서도 마치 내 곁에서 이야기하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나 이 책이 좋았던 것은 그가 추구하셨던 '무소유'의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었기에 감동이 더 배가 된 듯 하였습니다.
그의 어린 시절 할머니의 이야기가 왠지 모르게 인상깊었습니다.
할머니의 소금 장수 이야기.
"그래 두 사람은 소금을 내놓고 숯불을 피운 뒤 즈그들이 밖으로 나갈 때 쉽게 나갈라고 좁은 목구멍 살을 잘랐지 뭐여. 그라고는 맛나게 구워 먹은 기여. 그라니 으떻게 되었겠냐? 속에서 숯쟁이 소금쟁이가 불을 피우고 살을 잘라 먹어대니 말이여. 호랭이는 속이 아파 미치겠거든. 그래서 그만 우엑우엑 토를 하고 만 거여. 숯쟁이와 소금쟁이는 호랭이 고기를 실컷 구워 먹고 밖으로 나올 수 있었지라. 밖으로 나와보니께 호랭이가 어이구 죽겠당게 하믄서 데굴데굴 구르다가 축 늘어져버리거든. 소금 장수는 그렇게 혀서 사또님에게 소금을 전하게 되었고, 임금님이 나중에 호랭이를 잡았다는 걸 알고는 후한 상을 주었제." - page 43
정겨운 사투리와 함께 전해준 소금 장수는 그에게 일인 선주 밑에서 일하던 사람이 죄를 뒤집어쓰고 순사들에게 잡혀가도 생각났다고 하였고 일인 지주 밑에서 마름질하던 사람이 딸을 빼앗겨도 이 이야기가 떠올랐다고 합니다.
저 역시도 이 시대에 소금 장수와 같은 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또한 책에서 그도 '무소유'의 의미에 대해 고뇌하는 모습이 그려지면서 다시금 마음을 다잡는 모습을 보니 괜히 인간적이면서도 친숙함마저 들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자잘한 일상에서 모든 불행은 소유욕에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소유하면 집착이 생기고, 그 집착은 그대로 업이 된다는 진리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자신의 마음속에 있고 일상 속에 있었다. 조금만 욕심을 부리면 그것이 불행의 씨앗이 되고 업이 되었다. - page 262
욕심을 비워버리면 그렇게 자유스러울 수가 없었다. 무소유. 갖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꼭 필요한 것만 갖는다는 뜻이다. 그리하여 비워가는 마음에 자유라는 빛을 가득 채우는 것이다. - page 263
또 다시 피워갔던 소유에 대한 집착이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진정한 무소유의 의미를 되새기곤 하였습니다.
'법정'스님의 모습을 들여다보면 과연 그는 진정한 '어른'의 모습이었습니다.
그의 말씀 한 마디 한 마디, 행동들 역시도 방황하는 우리들에게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었고 영혼을 치유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읽고 난 뒤 그가 더 그리웠습니다.
그와 함께 맑은 차 한잔 나누고 싶었고 계속해서 우리들에게 가르침을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