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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의 붉은 비단보
권지예 지음 / 자음과모음 / 2016년 8월
평점 :
우리나라의 최초의 화폐속 여인, 신사임당.
그녀는 이이의 어머니로써, 한 예술인으로써 우리에게 다가왔었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작가는 어머니이기 전의 한 여인으로써의 모습을 그려주었습니다.
그래서일까?
드라마로 그려질 그녀의 모습 이전 책으로 우선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이 책은 팔 년 전에 『붉은 비단보』라며 출간되었다고 합니다.
그때만 하더라도 작가는 '사임당'이라고 하면 현모양처의 대명사이기 때문에, 훌륭한 어머니로 우리에게 알려졌기에 책의 제목에 그녀의 이름을 넣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책을 출간하고도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남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작가는 사임당의 온기와 숨결과 눈물을, 우상이 아닌 한 인간으로 호명하고 싶었기에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이름을 명시하게 되었고 이렇게 제 손에도 오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도 『붉은 비단보』이기보다는『사임당의 붉은 비단보』가 더 작품에 몰입하며 그녀의 삶에 더 집중을 할 수 있었고 보다 그녀에게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책의 내용은 사임당의 삶에 대해 픽션이 가미되어 있었습니다.
14살 친구들과 19살까지는 결혼하지 않기로 약속을 하지만 시대적 배경은 그녀들의 약속을 짓밟아 버렸고 그런 그녀는 시대에 순응하면서도 내면으론 텅 빈 강정처럼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3명의 여인, 허난설헌, 황진이, 사임당.
그녀들은 각기 다른 개성으로 어울릴 듯 말듯 하면서 결국은 서로의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음에 소설 속의 또 하나의 단편소설 같이 다가왔었습니다.
이 책의 제목에서 보이던 '붉은 비단보'.
이는 자신의 가슴 아픈 추억들이 담겨 있기에 그녀는 열어보는 것을 주저하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세월은 독사의 독도 치료할 만큼 내성이 강한 약이라는 그녀의 말처럼 그녀의 가슴 한 구석에 꽁꽁 싸매있었던 '준서'의 편지도 어느덧 무던히 넘겨버리는 그녀의 모습에 괜스레 안타까움이 남았습니다.
붉은 보자기를 다시 싸며 나는 중얼거렸다. 아아, 이것이 내 마흔여덟 해 동안 내 생의 그림자로다. 참으로 열심히 살았지. 재주 많고 총명하고 속도 깊은 신씨가의 둘째 딸로 사람들에게 각인되어 그것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애쓰며 살아왔지. 남편과 시어머니 거스르지 않고 여자로서의 삶에 순응하며 일곱 자식 키우며 힘든 세월도 보냈지. 최연소 장원급제자의 어머니라며 아들 가진 여자들이 모두 부러워하였지. 남들은 모를 것이다. 내 삶이 아무런 고통 없이 갈등도 없이 순하게 이어져왔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내 생에 치를 떨면서도 유능제강이란 단어를 새기면서 살아왔다. 부드러움이 결국 강함을 이긴다. 나는 삶을 껴안기 위해 구부러졌다. 엄나무 연리목처럼 구부러지고 휘었다. - page 392 ~ 393
이 책을 읽으면서 그녀는 어머니이자 며느리, 딸로써의 역할에 충실하였지만 결국은 '여자'였음에 더 공감을 하고 안타까워하고 위로하게 되었습니다.
소설을 읽는내내 그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고 그녀의 삶을 돌아보며 지금의 제 모습을 돌아보기도 하였습니다.
나는 과연 내가 있는 위치에서 잘 하고 있는 것인지......
작가로 하여금 다시 만나게 된 그녀에게 조금 토닥여주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