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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평범한 사람의 일기
조지 그로스미스 지음, 위돈 그로스미스 그림, 이창호 옮김 / B612 / 2016년 7월
평점 :
누군가의 일기를 들여다본다는 것.
안되는 걸 알기에 그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것이 마냥 흥미롭고 재미나기만 합니다.
그러다 이 책의 제목이 유독 눈길을 끌어당겼습니다.
누군가 특정인물의 일기가 아닌 어느 평범한 사람의 일기라는 점.
굳이 평범한 사람의 일기가 왜 책으로 나온건지 궁금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저 평범한 사람의 일기가 아니었습니다.
첫 장을 펼치자마자 등장하는 주인공 '푸터'의 푸념.
왜 내 일기를 출간하지 않는 거지?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의 회고록은 눈에 잘도 띄는데, 그리고 내 일기가 재미없은 이유-내가 '유명 인사'가 아니기 때문에-도 없잖아. 내 유일한 회한은 젊었을 때 일기 쓰기를 시작하지 않은 것이다. - page 11
이 문장을 읽고나서 조금은 뜨아하였습니다.
푸터씨는 무슨 자신감으로 이렇게 글을 쓴거지?
평범한 사람의 일기가 재미있을 수 있나?
그런 의문점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는 런던 중심가에서 서기로 일하는 중하위 계층의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일기는 정말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있을 듯한 이야기들, 그리고 그의 기록은 군더더기가 없기에 더욱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수 있었습니다.
그의 일상에는 친구 커밍스와 고양이가 찾아와 지루할 듯한 일상에 조금의 활력을 불어넣어 줍니다.
아무런 거리낌없이 서로를 감싸안을 수 있는 친구.
이런 친구가 있는 그의 모습이 부럽기만 하였습니다.
그는 신분상승의 욕구가 강해 상류층과의 모임이 있다면 기꺼이 참여하지만 매번 웃음거리가 되곤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엉뚱하면서도 단순한 모습과 더불어 따뜻함이 있기에 전혀 바보같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의 일기의 끝은 이 문장으로 요약되었습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다. - page 238
가슴 조이며 결과를 기다리는 그의 모습에서 저 역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해피엔딩이라는 결과가 주어졌습니다.
평범한 그였기에, 이 결과가 저에게도 행복하게만 느껴졌었습니다.
그의 일기는 그동안의 일기들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사랑 이야기로 가득찬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희망을 향해 달려가는 주인공의 모습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평범하고도 일상적인 그의 일기였기에 더 의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공감할 수 있었고 주인공에게 더 애정을 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푸터의 일기가 끝이 나지 않길 바래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를 통해 평범한 이들이 만들어가는 평범하지만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우리의 자화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