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 도시의 시인들 - 삶의 진부함에 맞서는 15개의 다른 시선, 다른 태도
김도언 지음, 이흥렬 사진 / 로고폴리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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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었습니다.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고 어려운 현실 속에 고뇌에 찬 모습.

'시'에 담긴 의미는 항상 사회에 대한 저항적인 의미.

이는 '시'를 수능을 위해 배운 것들이 전부였기에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작년에 <비밀독서단>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시'라는 장르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고 그 매력에 매혹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다 알게 된 이 책.

한국 시인들의 삶을 대변하는 15명의 시인 이야기

특히나 눈길을 사로잡은 문구

삶의 진부함에 맞서는 15개의 다른 시선, 다른 태도

15명의 시인들이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담아있기에 더 새롭게 느껴질 것 같아서 읽게 되었습니다.


15명의 시인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김정환 / 황인숙 / 이문재 / 김요일 / 성윤석 / 이수명 / 허연 / 류근 / 권혁웅 / 김이듬 / 문태준 / 안현미 / 김경주 / 서효인 / 황인찬

이 중에 아는 시인이라곤 '서효인'이었습니다.

그를 알게 된 것도 독서프로그램을 통해서였기에 저의 문외한적인 모습이 부끄러웠습니다.


이 책에 나온 시인들의 모습은 각자의 개성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래서 읽으면서도 다양한 단편집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읽는내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의 스타일을 고이 간직하고자 노력했다는 '김도언' 작가.

하지만 나는 고집스럽게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어간 시인에게, 그 명백한 증좌를 가진 이들에게 끌렸다. 이를테면 좌고우면 하지 않고 화이부동을 실천하는 태도 속에서 만들어진 시인의 스타일에 매혹된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또한 나는 가급적 텍스트의 바깥에서조차 문제적 삶을 살고 있는 시인들을 만나고자 했다. 텍스트의 환영에 갇힌 문학주의자가 아니라 그 바깥에서 부단한 모욕과 쟁투를 벌이면서 삶의 서사를 써내려가는 시인을 우선적인 인터뷰 대상으로 고려했다.

그의 노력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독자들에게 생생히 전달되어서 시인의 목소리가 더 생생하게 들렸던 것 같습니다.


시인 '류근'씨의 인터뷰를 살펴보면 이런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내가 쓴 시가 대체적으로 엄살이 심하다고 말한다면, 나는 이렇게 되묻고 싶어. 그럼 시한테 가서 엄살을 부리지, 내가 누구한테 가서 엄살을 부려야 해? 시에 가서 엄살 부리고, 화해도 하고, 용서도 하는거지. 시인은 시한테 할 말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누구도 비난할 이유가 없어. 내 시에 대해 '감성팔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나는 시한테 가서 엄살을 부렸을 뿐이야. 그게 나한테는 절실하니까. 시한테 가서 울고, 시한테 가서 하소연을 하고. - page 197

그가 얘기하는 시인의 태도에서 우리가 시인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따끔한 충고를 해 주었습니다.


또한 '서효인'씨의 인터뷰에선 이런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순간적인 재치나 당시의 기획에 기대는 거 말고 시 자체로 생명력이 있는 걸 쓰고 싶어요. 계속 방법을 모색 중이고요. 그 과정에서 고민이 많아요. - page 332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하여 독자들에게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하는 그의 노력이 담백하게 전달되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시가 그리 날카롭게 다가오지 않았었고 오랜 여운을 주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각 시인들은 저마다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그저 문장들로만 정리되어 있었다면 그들의 이야기가 이렇게 생생하게 느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김도언'작가였기에, 인터뷰집이었기에 더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를 통해서 알게 된 작가들의 작품이 궁금하였습니다.

작품 속에 담겨있을 그들의 이야기를 찾아서 읽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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