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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여관 - 나혜석.김일엽.이응노를 품은 수덕여관의 기억
임수진 지음 / 이야기나무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책 표지에 적힌 문구에 눈길이 갔습니다.
'꼭 결혼을 해야 하는 걸까?'
'한국 여자는 왜 이리 힘들게 살까'
'그림만 그리고 살고 싶어'
예술가들의 이야기였지만 저 역시도 공감할 수 있었던 고민들......
그래서 이 책에 끌려서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는 나혜석, 김일엽, 이응노 3명의 예술가의 아지트에서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그 곳은 다름아닌 '수덕여관'.
이 곳은 파리의 몽마르트르 술집처럼 우리나라 근대 예술가들의 특별한 아지트였다고 합니다.
덕숭산 자락에 있는 수덕여관은 직접 가 보지는 않았지만 책에 담겨있는 사진만으로도 한 폭의 그림 속에 있는 휴식처라는 느낌이 들게 하면서 이 곳에 있었을 그들을 생각하면 과연 예술가들이 젖어들 수 밖에 없는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첫 장을 펼치면 <여관의 기억>이라는 제목으로 수덕여관이 자신에게 잊을 수 없는 3명의 손님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며 나래이션을 펼칩니다.
몰래 간직해 온 기억 속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이 문구를 시작으로 이어진 이야기들......
첫 등장은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자 소설가인 '나혜석'이었습니다.
그녀가 스님과 나누는 지난한 삶에 대해 귀를 기울이면 단순히 '여자'라는 이미지 보다는 열정 넘치는 서양화가의 모습과 소설가로써의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그녀에게도 '여자'로 살아가는 고충에 대한 이야기들은 아마도 저 역시도 여성이기에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그녀는 '이혼'에 대한 소견은 당대에 사람들로 하여금 돌과 휴지가 날아오고 사회적 불이익을 당하지만 굽히지 않는 신념은 '자유와 평등'이란 이념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말년의 나혜석은 파킨슨병과 중풍이 악화되고 남편으로부터 인정도 못받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되었지만 그녀의 실험적인 삶은 우리의 현재 삶에 영향을 주었음을 의심치 않게 하였습니다.
하지만 남자의 부속물로 일평생 사는 것이 당연했던 시대에서 남성과 동등한 위치로 여성을 끌어올리고 하나의 인격체로서 여성을 바라보라고 주장했던 시도는 여권신장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요즘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 page 63
그 외에도 '김일엽 스님'을 통해 삶의 무게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응노'를 통해 국가가 그를 버려도 조국을 생각하는 그의 마음, 예술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짧지만 많은 여운을 담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근현대의 삶을 이야기한 예술가들이 있었기에, 그 장소가 거창한 곳이 아닌 '수덕여관'이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3인의 예술인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난 뒤 그들의 행적을 찾아보았습니다.
괜스레 다른 나라의 예술가들만 알고 있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이들 뿐만 아니라 이 여관을 스쳐간 다른 예술가들의 숨결도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단지 이번 책으로만 끝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