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모자의 좀 모자란 터키여행
김정희 지음 / 더블:엔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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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 아이를 출산한 뒤 이어진 육아와 함께 깨달은 바가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엄마'라는 존재.

결혼 전에는 그저 잔소리만 하시는 존재로, 언제든 내가 투정을 부려도 다 받아주는 존재로만 생각했었는데 이제 전업주부로써의 생활과 엄마의 위치가 되어보니 그동안 철이 없었음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작년부터인가 엄마와의 여행기가 서점가에 나오기에 한두번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티격태격하지만 결국은 잔잔한 미소를 띠게끔 해 주는 여행기.

다른 여행기보다 더 깊은 울림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엄마의 애정이 느껴졌고 가족의 사랑이 느껴졌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엄마와의 여행기가 나와서 망설임없이 읽게 된 이 책.

특히나 이 책의 모자는 KBS1 생방송 아침마당 <여행다니는 가족>편에 출연하였다고 하기에 그들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였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기에 매체에도 소개가 된 것인지......


'김정희' 작가는 전에도 가족들과의 여행 에세이를 출판하였다고 합니다.

그땐 형네 부부와의 자전거로 유럽을 다녀온 이야기.

가족과의 여행 경험이 있었기에 아마도 엄마와의 여행도 큰 무리가 없었으리라 생각되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섣부른 판단.

역시나 엄마와 아들간의 사이는 티격태격이 있어야만 한가 봅니다.

비를 몰고 다니는 아들, 영어를 할 줄 몰라 자신의 의사표현을 제대로 할 수 없기에 더 아들에게 의지하지만 자신의 의지는 확고히 전달하시는 엄마.

터키의 어느 곳엘 가더라도 그들의 발자취는 감히 빗방울조차 쓸어내릴 수 없을정도로 진하였습니다.

타지에서의 생활이었기에 불편하고 힘들었지만 항상 마지막엔 해피엔딩!

그래서 그들의 여정이 더 기대하게 되고 점점 책에 빠지게 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을 펼쳐보면 그들의 여행경로와 곳곳의 사진들이 터키의 여행책자만큼이나 잘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터키인들의 모습도 간간히 찍혀있기에 그들의 생활상이 조금은 가깝게 느껴지기도 하였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들의 엄마와 자식간의 이야기같아서 읽는내내 속도감이 붙어서 책장이 넘어갈 때마다 조마조마 하였습니다.

이러다 그들과의 헤어짐이 빠르게 찾아올까봐......


20일간의 터키 여정......

여행의 마지막은 조용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모자간의 대화.

"다녀보니 어떻던데?"

"아들 덕에 구경 잘했지 뭐."

"내랑 또 댕기고 싶나?"

"다음에는 남미 가야지."

"누가 같이 가 준다나?"

"와?"

"하도 말을 안 들어가 싫다."

(중략)

"싫으마 치아라. 엄마 혼자 갈란다." - page 372 ~ 373

이런 티격태격조차도 너무나도 부럽기만 하였습니다.


아직 저는 엄마와의 여행이 없습니다.

사는 것이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다보니 결국은 지금의 제 모습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여행기를 읽다보면 괜스레 엄마를 보기 죄송할 뿐입니다.

엄마도 엄마이기 전엔 한 여자로써 꿈도 많았을 것이고 하고 싶은 것도 많으셨을텐데 자식을 위해서 희생만 하시는 모습이 생각만으로도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이제는 저도 조금의 여유를 가지고 엄마와의 여행을 계획해 보고자 합니다.

먼 곳을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가까운 우리나라라도 둘만의 여행과 추억을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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