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사랑한 여행
한은형 외 10인 지음 / 열림원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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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라는 단어만으로도 가슴엔 작은 울림을 던집니다.

다들 자신만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이 단어.

저 역시도 여행이라함은 휴식의 의미가 더 짙었습니다.

나만의 일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잠시 떠남이 여행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10명의 작가들이 자신만의 여행의 의미를 부여해 주는 책이었습니다.

특히나 작고 얇은 책이여서 이 책을 읽을 땐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읽기에 충분하였습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동하는 순간에 읽어서 그들과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 들기까지 하였습니다.


첫 장에는 '한은형'씨의 일본 훗카이도 여행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지금의 날씨와 어울려서인지 그의 이야기에 크게 공감이 되었습니다.

제목은 <겨울에 당신과 저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라며 그의 여행 시작에선 어떤 책의 문장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일본을 다시 마음속에 불러내자

사랑하는 여인의 젖가슴을 쓰다듬기라도 하듯이

나의 두 손이 바르르 떨린다.

그녀는 이 문구에 공감을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가게 된 곳.

그녀의 공상 속에 있던 북극, 훗카이도.

그 곳에서 그녀는 그 계절에 땀을 흘리는 것이 소원이라는 것이라며 열기에 갇힌 자신을 상상하기도 하고 엉뚱하게도 곰과의 만남을 꿈꾸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사슴'에 대해 생각을 하며 여행의 마지막을 향하였습니다.

사슴의 뿔.

그녀가 말하는 이 대목이 괜스레 마음을 울렸습니다.

사슴의 뿔에 대해서도 생각합니다. 겨울에는 사슴의 뿔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탈각. 저는 뿔이 없는 채로 당신을 바라볼지도 모릅니다. 뿔이 없다면 향기도 없는 걸테죠. 뿔 떨어진 사슴이 보인다면 저인 줄 아세요. 어쩌면 당신의 꿈에서 제가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보내드리는 게 아니었어요. - page 24

이 마음이 전해져서인지 그녀와의 마지막을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심윤경'씨의 미국 플로리다 주, 키웨스트 섬의 여행도 인상깊었습니다.

아무래도 요즘 헤밍웨이에 대한 작품이나 그와 관련된 작가들의 에세이를 접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목은 <모순의 라임꽃 만발한 헤밍웨이의 집>.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곳.

하지만 그보다 고양이가 더 인상적이라고 합니다.

키웨스트 뱃사람들이 행운의 표시로 여기던 여섯 발가락 고양이 '백설공주'를 선물로 받은 뒤 자신의 집을 고양이의 천국으로 만들고 오늘날까지도 백설공주의 후손들이 그 곳을 지키는......

그곳에서의 동물과의 만남을 여행의 의미로 받아들인 그를 통해서 여행의 새로운 의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길지 않은 글이기에 더욱 그들의 문장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며 읽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책의 두께보다 많은 여운이 남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의 뒷표지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습니다.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현실을 찾아나서는 것

그것만이 여행의 전부

아마 먼 곳을 가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한다면 그 곳이 최고의 여행지가 될 것이라 여겨집니다.

또한 '여행'이라는 단어를 붙이지 않고 그저 주변을 발견하고 꿈을 꾼다면 우리의 감성은 더욱 짙어질 것이고 어느새 여유라는 것이 마음 속에 자리잡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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