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의 작은 정원들 - 무너진 나를 다시 세우는 골목 정원 이야기
최윤선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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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맑고 높은 가을 하늘 아래...

조금씩 자기만의 색을 내는 나무들 사이를 거닐 수 있는 요즘이 너무나도 좋습니다.

집순이인 저도 비만 오지 않으면 밖으로 향하는 걸 보면 말입니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가을을 만끽할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멋스러운 한옥이 돋보이는 북촌은 데이트뿐만 아니더라도 혼자 거닐어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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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북촌을 걸으며 발견한 작은 정원들을 이야기해 준다고 해 선뜻 집어 들게 되었습니다.

알면 더 자세히 보게 되고 그 아름다움으로 제 마음도 풍성해지지 않을까...?!

도시 한가운데에서도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 있는 식물들의 이야기.

이제 몸을 낮추어 귀 기울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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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너머 나무들과

돌담 틈의 작은 풀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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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나를 다시 세우는

골목 정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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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의 작은 정원들』

병원에서 오랫동안 누군가를 돌보는 일을 하곤 정작 자신을 돌보지 않았던 작가님은 어느 날, 가슴이 답답해지고 식은땀이 흐르며 정신이 아득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 병원에서 일하던 시절 마음속에 품었던 물음 하나를 떠오르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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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환자들의 몸과 마음의 균형을 지켜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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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해답을 '숲'에서 찾았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마흔 중반, 간호사에서 산림치유지도사이자 숲해설가로 삶의 방향을 바꾸고

깊은 숲속이 아닌, 자신이 살아가는 도시 한가운데에서 자연이 사람을 회복시키는 순간들을 마주하기 시작했고

그 기록이 이 책에 담겨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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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이라는 말은 동서양에서 모두 '담장 안, 나만의 자리'라는 뜻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그럼 일상 속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스스로를 돌보는 자리도 '정원'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안국역 주차장 틈에서 자라는 오동나무, 원서동 건물 사이에 뿌리내린 쉬나무, 삼청공원의 조팝나무, 북촌로 담벼락 아래의 냉이까지

북촌의 궁궐과 공원은 물론 골목의 담벼락, 건물 틈과 보도블록 사이에 살아가는 식물 앞에 멈춰 서 스스로 두르게 되는 '마음 정원'을 그리며 우리에게 초록이 건넨 다정한 위로를 일러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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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혹독한 겨울을 견디기 위해, 잎으로 보내던 물과 영양분을 스스로 차단하고 잎을 떨어뜨리며 본체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지혜로운 단절이자, 가장 전략적인 비움을 보여주었던 열린송현 녹지광장 들판의 '중국단풍'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속을 이루며 우리 땅의 귀한 혈통을 지닌, 독보적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와 인내의 결과인지를 생각하게 해 주었던 종친부 옥첩단 '미선나무'

낮에는 아름다운 나선으로 말려 있다가, 어둠이 내리면 비로소 꽃잎을 열어 향기를 뿜는, 각자의 시간에 각자의 방식으로 피어나면 된다고 알려주었던 계동길 화분의 '털독말풀'

등

식물들을 통해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언어'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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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쯤이면 볼 수 있는 창덕궁 담장 너머의 스승 '은행나무'

왕실의 수많은 서책을 보관하던, 창덕궁 궐내각사의 '책고'를 지키는 나무라고도 한답니다.

이 나무에서 주목한 건 '장수'의 비결이었는데...

그건 은행나무를 올려다보면 잎이 다닥다닥 붙은 채로 자라다 멈춘 듯 짧고 뭉툭한 '단지'라고 불리는 가지로부터 건네받은 초록 처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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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나무가 성장을 포기한 것이 아닙니다. 에너지가 충분할 때는 가지를 길게 뻗고, 환경이 척박하거나 에너지를 아껴야 할 때는 속도를 늦추고 잎을 모아 효율을 극대화하는 단지를 만드는 것. 무리해서 몸집을 불리는 대신, 내실을 다지며 천천히 아주 오랫동안 자라기를 택한 전략입니다.

남들보다 뒤처질까 봐, 더 빨리 성과를 내기 위해 쉼없이 달리는 우리입니다. 오랜 시간을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걸어온 창덕궁의 은행나무 앞에서, 속도보다 무너지지 않는 내면이 먼저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나만의 속도로 나이 들어가는 법을 배웁니다. - page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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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은행나무를 바라보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지 않을까......


그리고 개인적으로 유독 인상적인 식물이 있었으니...

잘 가꾸어진 화단의 부드러운 흙 대신, 주로 바위틈에서 자라는 '돌단풍'

바위틈은 흙이 얕으니 양분이 적고, 여름 한낮에는 바윗돌이 달구어지며, 겨울에는 바람이 거침없이 통과하는 열악한 환경 속에 돌단풍은 굵고 단단한 '뿌리줄기'를 발달시켜 꽃을 피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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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 나를 만든 것이 아니라 내가 환경을 선택한 것이라는 듯, 좁은 틈새를 탓하지 않고 그 틈새를 자신만의 안전한 자리로 만들어 버린 식물.

화려하지 않아도 시선을 붙드는 이 작은 식물 앞에 잠깐 멈추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몸과 마음은 조용한 회복을 시작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바라보면 됩니다. 바위틈에서 올라온 흰 꽃이삭을, 바람에 흔들리는 단풍 모양의 잎을, 그 아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바윗돌을 붙들고 있을 뿌리줄기를요. - page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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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있는 이 자리가 어쩌면 꼭 맞는 자리일지도...

돌단풍으로부터 삶을 대하는 자세를 배웠습니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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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속도로 자신의 색을 낼 것을...

'인내'와 '기다림'의 미학을 가르쳐 준 식물들.

여리디여린 식물들이 건넨 위로와 용기가 제 안 가득히 초록으로 물들며 살아갈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눈길이 닿는 곳, 발길을 멈춰 작은 정원에서 건네는 '작은 초록색 처방전'을 찾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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