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음식은 입안에 넣기도 전에 코끝으로 번지는 냄새만으로 오래전 어느 흐린 오후의 골목길로 데려다 놓고
어떤 요리는 꼭꼭 씹어 삼킬 때마다 목구멍 깊숙한 곳에서 뜨겁고도 뭉근한 무언가가 울컥 올라오는...
먹는 행위는 인간이 행할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기억법이자, 흘러가는 시간을 새겨 넣는 일
이라는 저자의 말을 듣자마자 무릎을 탁! 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음식의 역사를 찾아가는 여정은 결국 어떻게 서로를 먹여 살렸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역사책 속 기록된 거대한 세계사와, 할머니의 낡은 밥상에서 경험했던 지극히 개인적인 기억이 포개지는 순간이었다. 인간은 늘 역사의 흐름 속에서 전쟁과 기근이라는 힘겨운 시간을 견뎌내야 했다. 하지만 척박한 땅 위에서도 우리네 어머니들과 할머니들은 어떻게든 자식의 입에 따뜻한 밥 한술을 넣어주기 위해 부엌에서 비지땀을 흘렸다. 음식의 변천사는 누군가를 먹여 살리기 위해 버텨온 연대기였다. - page 6 ~ 7
그렇기에 같은 재료의 같은 이름의 음식이라 할지라도 각자의 맛이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
새삼 많은 음식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저에게 말을 걸곤 가슴을 울리고 있었습니다.
책 속엔 스물세 가지 음식이, 저자의 이야기가, 음식과 관련된 역사가 담겨 있었습니다.
자취방의 '카레' 한 솥에서 왜 일본의 국민 음식이 되었는지를
빈소에서 받아 든 '육개장' 한 그릇에서 언제부터 장례식장의 기본 메뉴가 되었는지를
기름에 튀기듯 바싹 구워 손녀의 수저 위에 발라주시던 '갈치'에서 할머니에서 자신에게로, 자신에게서 아이들에게로의 사랑의 대물림을
수고로움이 있음에도 만드셨던 '콩잎'에서 할머니의 한때를
...
먹는다는 건 살아가는 일이고, 기쁨만이 아니라 슬픔과 억울함, 안도, 수치, 외로움까지도 함께 삼키는 일
이라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읽으면서 저도 할머니가 떠올랐고, 엄마가 떠올랐고, 지금의 제 모습이, 그리고 제 아이들이 그려졌습니다.
저희 할머니는 대구분이셨기에
제가 했던 모습도 그려진 부분이 있었고
참 많이도 공감하며 마냥 그리움만 쌓였다고 할까...
마음의 허기짐이 더해졌었습니다.
사실 저도 '미역국'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생긴 것도 그렇고 굳이 생일날 먹어야 하는 건가...
그렇게 먹지 않다가 아이를 낳고 나서 저도 미역국과 제대로 마주하게 되었고
아이들이 미역국을 좋아해 생일날뿐만 아니라 종종 끓이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