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그녀를 놓지 않았고...
결국 이들은...
어디선가 학 한 마리가 가지산 정상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그런ㄴ데 가지산 정상에서 또 한 마리의 학이 훨훨 날갯짓하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두 마리의 학은 정상의 하늘에서 만났다. 두 마리 학은 서로 날개 부딪치고, 긴 목 서로 감으며 한참이나 휘돌며 솟구치고, 감돌며 내려앉고 하다가 각각 떨어졌다. 그리고 큰 날갯짓을 하며 나란히 날기 시작했다.
두 마리 학은 보림사를 에두르고 있는 연꽃 봉우리를 따라 날기 시작했다. 환한 달빛을 받으며 우아한 날갯짓으로 원을 그리고 있는 두 마리 학의 모습은 더욱 새하얗게 두드러졌다.
두 마리 학은 커다란 원을 세 번 그렸다. 그리고 날갯짓 맞추어 달이 떠 잇는 동쪽 하늘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두 마리 학은 점점 높이 멀리 날면서 달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조금씩 조금씩······. 점점 더 점점 더······, 두 마리 학은 이윽고 달 속으로 들어갔다.
달 속으로 계속 날아가고 있는 두 마리 학은 아득하게 멀어지며 자꾸만 작아지고 있었다. 점으로 변하고, 그 점마저 까마득하게 사라져가고 있었다. - page 278 ~ 279
솔직히 읽으면서 이미 결말은 알아차릴 수 있었던...
그럼에도 이 소설 속 인물들은 우리들에게 잃어버린 순수와 사랑의 의미를 전해주며
마지막 책을 덮을 땐 우리에게 소중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해 주고 있었습니다.
오빠, 우리의 사랑은 밤 추위에 피어났다가 햇살이 비치면 금세 사라지고 마는 서리꽃처럼 짧았습니다. 그러나 짧은 만큼 진하고 뜨거웠습니다. 반 고흐의 그림들처럼. 아쉽고 안타깝지만 행복하고 또 행복했습니다. - page 270
책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작가님의 작품에 대한 열정을, 문학에 대한 애정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회한을 남기지 않게 살아야 한다'
는 자신이 정한 '작가의 삶'에 맞추어 반 고흐의 그림들을 취재하러 다녔던 열정이,
"흠, 저승으로 보내는 팬레터. 그 말 참 좋네. 이런 교감은 처음 보는 거야. 보들레르는 이백여 년 전 사람인데 지금까지도 이렇게 교감이 이루어지고 있다니, 이게 바로 문학의 힘인거야."
"이 시인은 죽었지만 죽은 게 아니잖아요. 이렇게 교감하고 있으니."
이렇듯 시공간을 초월하는 문학, 아니 예술의 힘을 보여주었고
그 또한 우리에게 자신의 작품으로 보여주고 있으니 독자로써 이보다 더 감사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이번이 마지막 작품이라는 말이...
자꾸만 목이 메게 했습니다.
그가 우리에게 전한 '사랑'의 의미...
사랑한다는 것은 함께 우는 것이다
'애수'가 진하게 여운을 남기며 흔적만을 남겼습니다.
서리꽃처럼......
오늘은 왠지 저 꽃과 두 마리의 학이 아른거렸습니다.
저편에선...
부디......
눈물 한 방울로 이들의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