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는 지금 살고 있는 이 인생을 영원히 반복한다고 말하죠. 오직 한 번뿐인 이 삶을 후회하는 삶으로 만들 것인가, 다시 살고 싶은 삶으로 만들 것인가는 여러분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또다시 살아도 괜찮을 만큼 충분히 만족스러운 삶을 사세요. 이번 학기 수업은 오늘이 마지막이네요. 겨울 방학 잘 보내세요." - page 9
새로 임용된 교수님이 있어 강의실을 떠나야 하는 '백여름'.
몸과 마음이 지쳐 집으로 가고 싶지만 오늘은 웨딩드레스를 고르기로 한 날이라 바삐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태형 씨, 출발했어? 난 지금 마쳤어."
"출발? 아, 그게 오늘이었나? 깜빡했네. 회의 있어서 못 갈 것 같은데 그냥 혼자 다녀올래? 드레스 뭐 별거 있나, 뭘 입어도 어울릴텐데."
"그러자, 태형 씨. 혼자 보면 나도 편하지 뭐. 일 봐요." - page 12 ~ 13
1년 전 소개팅으로 만나 무난한 만남을 이어 가다가 그가 마흔이 된 올해, 당연하다는 듯 양가 부모님께 인사드렸던...
애정도 기대도 없는...
뭐...
무리에서 벗어나지 않는 평범함에서 얻는 안정감이 무엇보다 중요했기에 상관없다는 식으로 걸음을 걸어가던 여름에게...
"어…? 어떻게 된 거지?" - page 17
눈 떠보니 전체적인 골조가 목재로 되어 있어 싱그럽고 편안한 분위기의 카페 안에 있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카운터로 가서 이곳이 어디인지, 오늘이 며칠인지부터 물어보려 하는데 70대로 보이는 백발의 여인이 여름에게로 오는 것이었습니다.
"먼저, 조의를 표합니다. 백여름 님은 금일, 교통사고로 사망하셨습니다. 이 카페는 이승에서 죽은 사람들이 완전한 죽음의 세계, 저승으로 가기 전 머무는 공간입니다."
...
"이곳은 BCD 카페 4호점입니다. 혹시 '인생은 B와 D 사이 C이다.'라는 말을 들어 보셨나요?"
...
"이승에서는 BCD를 인생은 탄생Birth과 죽음Death 사이의 선택Choice이라고 해석한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잘못된 해석입니다. C는 'Choice'가 아니라 'Chance'입니다. 우리에겐 삶이 끝나고 죽음으로 가는 사이, 단 한 번의 기회가 있습니다." - page 18 ~ 19
이곳 BCD카페라는 곳은 고인이 마지막으로 자신이 살고 싶은 시절로 돌아가서 1년간 지내는 기회를 얻게 된다고 합니다.
갑작스럽게 주어진 과거 1년의 삶...
젊고 다정했던 부모님의 모습, 부모님께 짜증 내던 기억, 친한 친구와 다른 학교에 가게 되어 울던 자신의ㅣ 모습과 고등학교 때 열심히 공부하던 추억, 그리고 생을 마감하기 직전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을 약속한 모습까지.
행복해 보이지 않은 자신을 직면한 여름은 문득 첫사랑이었던 '안유현'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때도 사귀던 사람을 사랑하기보다는 그 상황이,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 자신의 감정을 감출 수밖에 없었던 여름.
그때 좀 더 솔직하고 용기 냈었더라면...
자신의 인생이 바뀌었을까...?!
그리하여 여름은 유현이를 처음 만난 그 순간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과연 유현과 함께 여름의 인생은 더 반짝이게 될까...?!
내일의 나는,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갈까. 내가 머문 시간은 고작 1년뿐이지만,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과 몸에 밴 습관들은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다.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기를 바라며 핸드폰을 열었다. - page 352
그때 그 시절...
첫 번째 삶의 후회를 만회하기 위한 여름의 풋풋하고도 당찬 모습은 읽는 내내 피식 웃음을 자아내게도 했는데...
눈부시고도 찬란했던 이야기...
하지만 책의 결말은 이미 첫 문장으로부터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
니체의 철학이 전한 메시지...
"아모르파티, 삶의 어려움까지 즐겨라. 열정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라! 우리가 한 학기 동안 배울 프리드리히 니체의 기본 정신이야. 니체의 철학은 우리를 자유롭고 행복하게 만들지." - page 193
"여름아, 니체의 영원 회귀 알지?"
"수만 번 다시 태어나도 이 모습 이대로 똑같이 산다는 말이요?"
"그래. 똑같이 반복되는 삶이라면, 그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지금 모습 그대로를 긍정하는 일밖에 없을 거야."
"하지만 전 지금 제 모습이 만족스럽지가 않아요."
"지나온 과거와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게 살아 보면 어떨까. 니체에 따르면 지금 이 순간은 무한히 반복되는, 영원한 시간이야. 우리의 삶은 죽은 후에 다시 반복되니까. 네가 여든까지 산다고 해 보자. 지금 이 순간이 영원히 반복되면 네가 산 80년보다 길 거야. 그렇기에 니체는 지금 이 순간을 가장 가치 있고 의미 있게 살아야 한다고 말한단다."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 전체보다 더 중요하다고요?"
"그래. 그러니 이 순간을 또 겪어도 좋을 만큼, 행복하게 즐겨야 해. 이번 강의 첫 시간에 한 말 기억나지? 아모르파티." - page 218
니체의 말은 다른 책을 통해서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또다시 마주하게 되니 더 강한 울림으로 남았습니다.
니체의 영원 회귀...
아모르파티...
"응. 널 행복하게 만드는 거면 시간을 투자해도 좋다고 생각해. 행복하려고 사는 건데 한 번뿐인 인생, 후회 없이 보내야지. 내가 오래 산 건 아니지만, 딱 하나 느낀 게 있다면 좋아하는 일을 미루지 말자는 거야. 언젠가는 하겠지, 하고 미루면 결국 못하게 되더라고." - page 200
새삼 그동안 미루고 있었던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아니, 그전에 꼭 해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사랑 표현하기!
저도 성격상 못했었는데...
이 밤이 지나기 전 '사랑해'를 외쳐보겠습니다.